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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우절 광고 사상 최고의 카피다. 1990년 4월 1일 만우절에 이 역사적 신문 광고를 집행한 곳은 전통의 놀이공원 토시마엔. 1926년 도쿄 네리마구에 문을 연 토시마엔은 오랫동안 도쿄 시민들의 일상과 추억을 담아온 공간이었다. 그러나 대형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등장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고, 이 상황에 토시마엔은 자학적 만우절 유머라는 예상치 못한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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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환상을 강조해도 부족할 시기에, 토시마엔은 오히려 ‘즐겁지 않은 놀이공원’이라는 자폭광고를 낸 것이다. 사상 최악의 유원지라는 큰 헤드라인 아래에는 '오지말걸 그랬다'며 괴로워하는 아빠, 코를 막고 불쾌해하는 엄마, 넋이 나간 누나와 울고 있는 아이까지 등장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미지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여러분을 기다린다'는 바디 카피가 압권이다. 그리고 광고 하단에는 “오늘은 4월 1일입니다”라는 한 줄을 덧붙였다. 압도적인 브랜드 네임과 규모, 시설에서 앞서는 경쟁자들과 맞서기 위해 억지로 장점을 내세우는 대신, 부정적인 측면을 역으로 활용하는 전략이었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칫하면 최악의 자책골이 될 수도 있던 모험이 다행히도 만우절 유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광고는 커다란 웃음과 함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친근하고 소탈한 놀이공원으로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재치 있는 자기비하와 위트는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디즈니랜드라는 거대 공룡 앞에서 토시마엔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이 카피는 TCC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하며 일본 광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장난과 유머가 넘치는 만우절 광고들 속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작품이다.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