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쩌면 지금 마케팅 화두를 가장 잘 아는 사람

2024-05-06

이 글은 민희진씨의 기자회견이 있던 주에 작성했는데, 예상대로 (어쩌면 생각보다 더) 꽤 시간이 흘러도 회자되고 있는 그 기자회견에 대해 마케팅적 관점 한스푼도 발견되는 관계로 아티클로 작성해 본다. 

이번 주의 팝콘각은 뭐니뭐니해도 그 분의 2시간 넘는 기자회견 아니었을까. 어쩌다 라이브로 보게 되었는데 정말 중간에 끊기 어려운 제대로 binge watching content 였다. 

힙한 긱 시크 옷차림으로 등장,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 그리고 두서 없이 나열되기 시작한 본인 입장들. 초반의 이런 상황들만 봤을 땐 ‘준비되지 않은 기자 회견을 하다니, 악수 아닌가’ ‘싶어서 잠깐 껐다 다시 켜 보니, 와 세상에. 엄청난 실명 디스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자님들 계 탄 날) 

달변가라기 보단 이야기꾼. Book smart 보단 Street smart 쪽에 좀 더 가까운. 좌뇌보단 우뇌. 이성보다는 감성. 그 사람이 두 시간 동안 라이브로 했던 이야기의 핵심만 추리면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성공을 가져다 줬는데 회사가 나를 버리려 한다”는 억울함의 주장이었다. 사실 이런 류의 억울함을 겪어 보지 않은 직장인이 어디 있으랴. 하긴 그래서 나도 그리고 그 수많은 직장인들도 그녀의 이야기에 홀린 듯이 빠져 들기 시작했겠지만. 

그런데 어찌 보면 뻔하기도 하고, 객관적인 사실은 그녀가 프로듀싱한 팀이 예상을 뒤엎는 큰 성공을 했다는 것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 

1. 개꿀잼 팝콘각 주제

‘내 친구의 전 남친의 상사의 누나가 하이브 출신이라 들었는데~ ㄹㅅㄹㅍ이랑 ㄴㅈㅅ랑 사이 안 좋데~’ 뭐 이런 식의 출처 불명으로만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던,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당사자가! 핵심 인물이! 라이브로! 가감 없이! 실명과 함께! 자세한 맥락까지 풀로 제공한 것이다. 어떤 k콘텐츠보다 더 k 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상을 뒤엎는 전개. 반전에 반전. 그리고 ott 에서만 허용되는 거친 욕설까지. 

2. 집단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그 분, 국힙 원탑으로 등극 

동시접속자수 10만까지 찍은 화제의 영상. 코첼라보다 후끈한 열기. 쇼미더머니를 씹어먹는 흡입력 있는 서사. 기자회견 라이브에 쏟아지는 댓글들 중 당연 압권은 “국힙 랩퍼들 긴장타라” 였다. 월급쟁이로는 몇 안될 엄청난 벌이와 존재감을 가진 넘사인 그녀에게 순식간에 전국의 갑근세 유리지갑들이 감정이입을 해 버린 것이다. 이런 감성적 자극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앗쌀한 ㅅㅂㅅㅋ 발언과 맞다이로 드루와 는 어떤 벌스보다 뛰어난 내용이었다. 

국힙원탑

3. 제일 재미있는 구경, 남의 싸움 구경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싸워도 가다 멈추는 것이 사람 심리이거늘, 케이 팝 산업을 쥐락펴락 하는 그들의 갈등을 기사로 보는 것도 흥미진진한데 이렇게 당사자가 2시간짜리 라이브를 해 주다니! 이렇게 한 쪽 얘기를 들었으니 상대편도 등판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 속편에 대한 기대감- 까지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싸움 구경시 또다른 흥미진진 포인트 – 누구 편을 들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블라인드를 위시한 직장인들 커뮤에서는 이 본 싸움의 위성 싸움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위성 싸움들을 보는 재미도 나름 흥미롭다. 

고퀄 짤

4. 그들만의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쉽게 나를 투입하게 만들어 준 그녀의 키워드들 

“나는 일개 월급쟁이” “나는 경영권 이런 거 모르고 그저 뼈를 갈아 넣어서 열심히 일했을 뿐” “내가 너네들처럼 기사 딸린 차에 술마시고 골프쳤냐” “나를 제거하기 위해 법카 뒤졌지만 내 법카 내역은 야근때 시켜 먹은 배민 뿐” (이 때 공감의 눈물 삼킨 직장인들 꽤 많았을 듯). 

특히 남초 직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이 많이 감정 이입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저 “술마시고 골프치는 걸 회삿돈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못마땅해 하는 건 대부분 여성 직장인들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젠더 간 갈등이 심한 우리 나라에서, 키보드 워리어로서나 써왔던 ‘ㄱㅈㅆ’ 단어들이 난무하는 유명인의 기자회견이 이 젠더 갈등에 기름을 붓진 않을지 (이미 기름이 부어진 것 같다) 

여러 발언들 중에 남녀 불문 “직장인”들의 심금?을 건드린 말은 “ㅅㅂㄴ들이 너무 많아서요” 아니었을까. 그녀가 쓴 단어는 상대 회사 임원진들의 특성상 남자들을 의미 했겠으나, 우리는 알고 있다. 정말 직장이란 곳에는 ㅅㅂㄴㄴ 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아 저렇게 잘 나가는, 케이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도 ㅅㅂㄴㄴ들에게 시달려서 힘들구나 하는 동병상련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연예인도 걱정하고, 정치인도 걱정하고, 팬더도 걱정하니까) 이 많은 직장인들을 흔들어 놓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 의도한 건 아닌 것 같고, 타고난 감각에 오랜 세월 현장의 업으로 다져진 “대중 심리 꿰뚫기”만은 제대로 먹힘. 타고난 마케터인 것만 같은 그녀에게 치얼스. 

이상 오늘의 짧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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