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브랜드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옷을 입든, 음식을 먹든, 어딜 가든 브랜드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당연히 우리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 속 작은 경험 하나하나에서 비롯된다. 의식적으로 ‘브랜드를 통찰해보겠다’고 다짐하기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씩 쌓여가는 브랜드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아침에 마시는 생수, 출퇴근 길 간판의 브랜드, 사람들과 대화 중 언급된 브랜드 등 일상의 수많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 마음속에 브랜드에 대한 시각을 만든다.
아마도 요즘 도쿄에서 가장 핫한 애니라면? 주술회전이 바로 그 주인공
도쿄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수시로 찾아본다. 그 이유는 도쿄의 많은 상업시설들이 인기 애니메이션 팝업 스토어를 열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서브컬처를 마케팅 및 브랜딩도구로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최애의 아이’, ‘주술회전’, ‘원피스’, ‘스파이 패밀리’, ‘귀멸의 칼날’ 등으로 10대 시절보다 더 자주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유튜브를 통해 에피소드 요약본을 시청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안에는 지금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부야모디의 HMV에서 열린 주술회전 팝업. 사람이 많은 탓에 인원을 통제하면서 진행했다. 사진속 캐릭터 모형은 1대1 비율로 제작되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의 집객력은 실로 대단하다. 주술회전 팝업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수많은 팬들로 북적인다. 특히 시부야 109에 위치한 주술회전 카페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하지만 궁금증이 생긴다. 왜 하필 시부야 109일까? 단지 주술회전이 1 인기가 많아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주술회전 2기의 부제는 ‘시부야사변’. 시부야는 주술회전 2기의 주요 무대이자 이야기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시부야 109는 주술회전 팬들에게 애니메이션의 성지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주술회전이 그려낸 이야기 속 배경이 바로 이곳 시부야이기에, 팬들에게 시부야 109는 단순한 상업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최근에 개봉한 스파이패밀리의 극장판인 ‘스파이패밀리 코드:화이트’도 듄 2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최애의 아이’에서 나오는 노래인 ‘아이돌’을 부른 요 아소바는 최근 기시다 일본총리의 미국방문단에 함께 하게도 했다. 5월 12일에 방영을 시작하는 ‘귀멸의 칼날:합동훈련 편’를 앞두고 유튜브, 스포티파이, 틱톡에서는 오프닝 노래인 ‘몽환’의 커버 콘텐츠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본 서브컬처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을 뿐만 아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이것들을 백화점 공간마케팅, 재개발에 적극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걸로 끝일까? 아니다. ‘귀멸의 칼날’ IP를 가진 소니는 자사의 애니 OTT 크런치롤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또한 소니의 자회사인 ‘애니플렉스’는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을 전 세계에 유통한다. 소니에게 ‘귀멸의 칼날’은 자신들이 가진 수많은 콘텐츠 중의 하나다. 소니를 이러한 자신들의 콘텐츠를 긴자에 위치한 긴자소니파크미니에서 수많은 팝업을 통해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 기획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소니긴자파크미니.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 관심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니’라는 브랜드로 이어졌다. 이건 내가 ‘소니’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관심사와 그 관심사와 연결된 브랜드를 하나씩 짚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었을뿐이다. 누군가에게 소니는 음향기기브랜드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소니는 ‘콘텐츠’ 브랜드다. 어떤 이에게 소니는 게임회사이기도 하다.
시부야파르코에 위치한 슈에이샤의 점프샵
다시 ‘주술회전’으로 돌아가보자. ‘주술회전’이 연재되는 만화잡지는 바로 ‘소년점프’다. 이 잡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인 ‘원피스’ 도 연재되고 있다. ‘소년점프’를 발행하는 출판사는 슈에이샤다. 현재 슈에이샤는 시부야 파르코 6층에 ‘점프샵’을 운영하며, ‘주술회전’,’스파이패밀리’, ‘원피스’ 등 인기 작품의 각종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소니, 슈에이샤 등 일본 주요 기업과 브랜드로 이어졌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어느 순간 일본 전체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브랜드 공간에 대해 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시부야 파르코에서 점프샵을 발견했을 때 ‘왜 하필 이곳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건 서브컬처였다. 시부야는 일본 서브컬처의 중심지이자 젊음의 공간이었다. 시부야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든 브랜드가 바로 파르코다. 시부야 파르코는 1970년대부터 서브컬처와 다양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 점프샵이 시부야 파르코에 입점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애니메이션과 공간’에 대한 나의 관심은 ‘공간기획’과 ‘로컬’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시부야는 시부야파르코, 하라주쿠는 모리빌딩의 라포레 하라주쿠다)
최근 더현대는 한국 패션브랜드 마땡김과 디스이즈네버댓을 포함한 한국패션브랜드 팝업샵을 나고야에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5월달에는 시부야 파르코에서 팝업 행사매장을 열 예정이다. 더현대가 일본의 젊은 감성과 서브컬처의 중심지인 시부야 파르코를 팝업장소로 정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내 관심사에서 출발한 여정은 관심사와 연결된 브랜드로 이어졌고, 그 브랜드들 간의 연결고리를 계속 발견했다. 이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인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이것들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내 관점이 커진다. 즉, 여행은 관점의 폭을 키워주는 도구였던셈이다. 여행이 내 관점을 키우는게 아니다. 내가 내 관점을 키우기 위해 여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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