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방식은 공간성격과 콘텐츠방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사전조사 과정에서 방문할 브랜드 공간의 콘텐츠나 기록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영상을 사용할 것인가? 사진으로 할 것인가? 어떤 것을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니긴자파크의 경우 3-4평의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영상으로는 무언가 만들기에는 분량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전시회 취재분량도 다른 때와 다르게 너무 적어 영상으로 충분히 다루기도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최소 6분가량의 영상을 촬영하고, 이후 사진으로 기록하여 콘텐츠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이처럼 사전조사과정에서 검토한 부분이 현장에서는 전혀 달라질 수 있고, 이게 알게 모르게 여행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음식크기가 한국보다 일단 작다.
또한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일본 음식은 굉장히 커 보이지만, 실물로 보았을 때는 작은 경우가 많다. 한국보다 2,30% 음식크기가 작다. 사진각도의 영향도 있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음식크기가 한국보다 작다. 이러한 부분도 생각해한다. 즉, 사전조사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사에 불과하다. 진정 중요한 건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다. 계획과 다른 상황에 부딪혔을 때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브랜드 여행의 관건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여행이 고행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하지만 사전조사와는 다르게, 기대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오히려 더 좋은 공간을 발견하는 일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빌리지 뱅가드 코엔지점였다. 사실 코엔지 지역은 크게 기대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패션에 관심음 많다 보니 빈티지 패션을 즐겨본다. 하지만 그렇게 입지는 않는다. 관심이 많은 것과 즐겨 입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도쿄에서 빈티지 패션은 시모키타자와가 유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동방백화점이나 다수의 빈티지 가게들은 나에게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엔지는 달랐다. 각 빈티지 샵들은 개성이 강렬했고, 가게마다 색감이 선명했다. 비록 빈티지 상점은 아니었지만 빌리지 뱅가드 같은 경우에는 일본 서브컬처를 공간에 매우 잘 활용하고 있었다. 공간 디자인 또한 정말 훌륭했다. 나는 코엔지에 빌리지 뱅가드와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철저한 사전조사로 ‘코엔지를 이렇게 가야지’라고만 생각했다면 빌리지 뱅가드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행에서 사전조사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계획과 다른 길로 옆길을 건너보면 의외의 발견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자세로 현장을 대하고, 열린 시선으로 예상치 못한 곳을 둘러보는 것이 여행을 브랜드관점으로 채우는 묘미를 더한다.
이와는 다르게 사후조사가 오히려 생각을 확장지속시키는 경우도 많다. 여행도중 방문한 취재한 브랜드의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HMV, 로손, 트러플베이커리, 그리고 세이조이시이가 있다. 방금 나열한 이 네 개의 브랜드는 상당히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HMV는 음반을 비롯해 책도 판매하는 대형 서점 체인이고, 로손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편의점이다. 트러플 베이커리는 빵가게이며, 세이조이시이는 널리 알려진 슈퍼마켓이다. 하지만 이 네 개 브랜드는 모두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로손이다.
HMV와 세이조이시이는 로손의 계열사다.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에는 로손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가 있는데, HMV는 이 회사가 인수한 브랜드이다. 세이조이시이 역시 로손이 만든 슈퍼마켓 계열사다. 그렇다면 트러플 베이커리는 로손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트러플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드레스테이블은 유럽식 재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세이조이시이와 함께 트러플버터 협업 상품을 발매했다. 이렇게 기업들 간의 연계된 정보를 알게 되면, 여행지에서 기록한 모습과 궁금증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방금 살펴본 HMV, 로손, 트러플베이커리, 세이조이시이는 그 한 예시에 불과하다. 여행지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후조사를 하면, 브랜드들의 또 다른 이야기와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사후조사는 여행의 지평을 넓혀주며, 새로운 발견의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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