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지속적으로 지식으로 축적되지 않으면 그냥 흩어질 뿐이다.
관심만 있다고 해서 브랜드가 제대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관심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자료 습득과 학습이 브랜드에 대한 식견을 기르는 길이 된다. 관심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꾸준히 자료를 보며 지식을 쌓아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 자료가 좋은 시작점이다.
마루이그룹의 IR을 보면 그들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는 치과를 포함한 클릭 결제시스템이다.
마루이그룹의 실적분포. 마루이는 겉으로 보면 백화점이지만 사실은 핀테크기업이다.
많은 이들이 IR 자료를 투자를 위해서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분명히 기업 IR 자료에는 분명 재무 지표가 수록되어 있다지만, 재무수치는 기업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언어 중 하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기업 IR자료에는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을 뿐만이 아니라, 업계상황에 대한 정보도 담겨있다. 그렇다고 이 말이 기업재무 분석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재무제표가 아닌 기업 소개 부분에 주목하면,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알 수 있다. IR 자료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훌륭한 자료원이 되어준다.
다이마루는 자신들을 공간비즈니스, 콘텐츠, 핀테크기업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IR자료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도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백화점 그룹 중 하나인 마루이그룹의 성공 비결에는 남다른 통찰력이 자리했다. 1990년대를 정점으로 일본 백화점의 매출이 급격히 악화되자, 많은 곳에서 디저트와 식음료 라인을 강화하며 집객을 노렸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루이그룹은 코로나 이전부터 사람들이 백화점에서 원하는 것은 상품이 아닌 경험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매입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 방식으로 전환했다.
긴자식스는 기존 백화점모델과 다르게, 처음부터 100프로 임대모델로 영업을 시작했다.
경쟁사인 제이프런트 역시 긴자식스를 100% 임대 모델로 만들었다. 다이마루백화점의 지점들도 점차 임대 비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공간 운영 방식 변화는 자연스레 백화점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져왔다. 매입 방식은 유통에 가깝지만, 임대 방식은 고객 경험을 다루는 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마루 백화점 도쿄점 4층의 체험형 매장 아스미에.
제이프론트의 IR및 보고서를 보면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확인할수있다. 이것을 알고 가는것과 모르고 가른것의 차이는 현장에서 엄청난 경험의 차이를 만든다. 출처: 제이프론트.
예를 들어 제이프런트가 운영하는 백화점인 다이마루 백화점은 도쿄지점 4층에 체험형 매장 아스미세를 만들었다. 긴자식스 같은 경우, 테넌트교체를 통해 MZ세대를 위한 경험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마루이그룹은 에포스카드라는 신용카드 부서 영업에 집중해 임대와 금융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 체계를 갖추었으며, 일본 온라인 커머스 구축기업인 BASE와 함께 시부야 BASE도 만들어 체험형매장의 비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만일 마루이의 이런 재무 및 경영 방식을 IR 자료를 통해 이해하지 않는다면, 마루이백화점이나 시부야 MODI 같은 공간 운영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HMV, 로손, 트러플베이커리, 세이조이시이도 기업 IR 자료 분석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견한 부분이다. 이처럼 기업 R 자료는 브랜드 이해의 창(窓)이 되어준다.
그렇다고 사전조사와 사후조사를 굳이 명확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심사나 직업 분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내 커리어의 시작이 요식업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사전조사와 사후조사의 과정에서 생소한 분야가 등장하더라도 그것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라주쿠를 패션으로 보면서도, 부동산개발로 본다면? 하라주쿠의 젊음을 새롭게 보게 된다.
관심사와 직업이 기반이 되어 사전조사와 사후조사가 이어지고, 낯선 분야도 하나씩 탐구하면서 관점이 넓어진다. 이 순환의 연속이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키워나가는 배움의 과정이 된다. 점점 더 열린 자세로 브랜드를 바라보게 되고, 여행 중 브랜드 관찰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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