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과 하드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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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임을 좋아해 샌드박스에서 e스포츠 구단 출범을 총괄하는 일에 자원하기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랬어요. 학교를 다닐 때는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PC방에서 보냈고, 휴가에는 며칠을 몰아서 게임 타이틀을 정주행 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1인분’에 대한 논란은, 그 처음이 게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럿이 팀을 이뤄 상대팀과 겨루는 게임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패배한 팀에서 누가 1인분을 못했는지 찾는 과정에서 건전한 피드백을 넘어 손가락질과 다툼으로 이어지고, 게임 전문가에게 게임 영상을 보내며 누가 1인분을 못한 패배의 원흉인지 찾아달라고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1인분만 해라’는 말은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었습니다.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니, 그냥 팀에 피해만 끼치지 말아 달라’는 의미로요.

게임에서 ‘1인분’의 반대말은 ‘하드캐리’입니다. 혼자서 몇 인분을 해서 팀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죠. 자랑 같아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많습니다. 저는 1인칭 슈팅 게임인 FPS를 즐겨했는데요. 팀원들이 모두 전사하고 혼자남아 4~5명 남은 상대팀과 싸워 거뜬히 이겨낸 적도 많습니다. 그럼 이런 말이 돌아와요. ‘캐리 했다’라고요.

그러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지원과 치유가 하드캐리 플레이어에게 몰리게 되는 것이죠. 여럿이 하는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무찌르는 ‘공격’만큼이나, 우리 편을 지키고 보호하는 ‘지원’과 ‘치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미식축구 선수가 공을 잡고 달릴 때 팀원들이 그를 에워싸고 상대팀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지켜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팀의 승리를 바라는 팀원들로 인해 지원과 치유는 하드캐리 플레이어에게 집중됩니다. 누군가 한 명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면, 그 사람이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지원과 치유가 집중된 팀원은 더 활약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캐리 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고, 그래서 다시 캐리 하게 되죠. 선순환의 시작입니다.

실력이 떨어져 1인분만 하든, 실력이 준수해 하드캐리에 도전하든, 모두 각자의 결정입니다. 상황과 실력이 모두 다르니 각자의 선택이 있을 수밖에요. 하지만 이 점은 분명합니다. 지원과 치유는 하드캐리 플레이어에게 집중될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과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1인분을 하겠다고 생각하건, 큰 기여를 하겠다고 다짐하건, 어느 하나 잘못된 생각이 없습니다. 각자의 목표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점은 분명합니다. 지원과 치유는 하드캐리 플레이어에게 먼저 주어질 것입니다. 1인분만 하고 조금 먼저 게임 필드를 벗어난 플레이어가 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얻는 동안, 필드에 남은 팀원은 지원과 치유를 받으며 캐리 할 기회를 얻게 되겠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두 경우 모두 어느 하나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각자 원하는 필드에서 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몇 인분 혼자 거뜬히 해 내고 싶은 필드는 어디일까?

거기서 캐리 하면 어떤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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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직

주중에는 마케터로, 주말에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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