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되기 싫은 젊은이들

임원이 되고 싶 “었”던 늙은이들
2024-10-02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직도 사실 연말이면 ”모모 그룹 30대 임원 발탁“ 헤드라인과 함께 뽀샵하고 팔짱 낀 사진 아래로 어느 대학 어느 과를 졸업하고 언제 입사해서 최근에 어떤 프로젝트로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몇 개 안 달린 댓글은 (아마도 당사자 지인들일 가능성이 높겠지?)와 존멋. 개 부럽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드라마에선 ‘임원’에겐 큰 방 (언제 쓸지 모르는 소파와 테이블은 기본)과 요즘 웬만한 회사에선 보기 힘든 명패 (기획 상무 김 땡땡)이 놓여 있고 당연한 듯 비서와 수행 기사가 딸린 차량도 제공되는 세팅이지만. (80년대 드라마 세팅에서 변화 없는 3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 아침 진수성찬, 풀메이크업으로 잠들기, 비서와 기사가 딸린 젊은 임원)

통계 자료가 아니더라도, 임원이 되고 싶어 하는 mz 세대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임원을 논하지 않더라도, 피플 매니저 (단 한 명일지라도)도 되고 싶지 않다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젊은이들이 본인의 업무는 200% 이상 해내는 고성과자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본인을 너무 잘 알아서인지, 아니면 피플 매니저로의 승진이 주는 혜택 대비 실제로 얻어 가는 혜택이 적다는 것을 이미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아는 것인지 (후자가 현실이니, 똑똑한 고성과자들은 승진이 꿀 보직의 지름길이 아니라 헬게이트를 여는 것이라는 걸 겪지 않고도 아는 것이리라), 아주 똑 부러지는 의견으로 피플 매니저 승진을 통한 제너럴리스트 트랙보다는 스페셜리스트로서, 본인이 한 업적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챙겨 받아 본인의 것을 하겠다는 희망이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책임감이 강하고 맡은 일을 200% 이상 해내는 사람들도 드물진대, 왜 이렇게 올라가고 싶지 않은 젊은 능력자들이 늘어나는 걸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세대를 떠나, 내 앞에 주어진 기회가 달콤해 보인다면 그 길을 택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임원이나 조직장을 맡고 있는 70년대생 (또는 80년대 초반생)들이 사회 초년생이나 실무진 때 보아왔던 (그러니까 대략 90년대 말-2000년대 중반)의 임원, 조직장들의 인생은 (나름 그들도 고달픔이 있었겠지만, 가령 3일 이상 휴가는 꿈도 못 꾼다거나, 여성의 경우 육아 휴직 후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거나) 적어도 겉보기에는 매우 fancy 해 보였다. 정말 드라마처럼 큰 방에, 뫄뫄 이사라고 쓰인 멋진 명패에, 비서에, 기사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사원에겐 넘사인 월급과 보너스 그리고 각종 혜택들 (자녀 학자금 지원, 골프장 및 콘도 회원권 등등) 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임원의 말 한마디면 알아서 수행하는 조직이 있었고 (그걸 해내는 신입 또는 실무진이었던 70-80년 대생들..) 실무를 하는 임원이란 유니콘 같은 존재였고 그들이 하는 업무는 “지시”와 “결제” 그리고 “회의 소집 후 발표시키기” 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기업 임원은 “별”다는 것과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이지 않게 된 지금의 임원이나 조직장은 mz 세대인 사회 초년생들과 실무진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일단 눈에 보이는 달라짐이 없다. 핫 데스크가 일반화된 지금, 임원에게 방을 주는 회사란 구태한 회사로 여겨지니 방을 없애는 추세이니까. 비서와 기사는 인건비 상승으로 부서나 회사 총괄 어드민으로 바뀌고 기사는 없어진 지 오래이다. 차량은 지원될 수 있겠으나 차라리 그 금액만큼 연봉을 올려줬으면 싶을 만큼 연봉 인상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급여 패키지 이외에 주어지던 각종 부가 혜택들도 노조의 눈치를 보거나 요즘의 화두인 “공정함”으로 없어지거나 축소된 곳이 많다.

반면 주어진 책임과 일거리는 마치 예능 피디가 예능 연출은 물론 다큐 드라마 영화 뉴스에 키즈 프로그램까지 다 망라하면서도 이익도 남기고 광고도 유치하고 스태프들의 웰빙과 파업도 막아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상황이랄까. 와중에 발달된 각종 익명 사이트 (블 ***, 잡 *** 등)의 활성화로 어떤 임원인지 당사자와 회사 인사부는 알만한 내용들이 시도 때도 없이 알려지기 때문에 임원과 조직장들의 언행은 직원일 때보다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좋아 보이지 않는 임원 자리를 탐낼 똑똑한 고성과자 젊은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업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을 키우려면, 조직에서 계속 나의 책임을 키워갈 때 주어지는 보상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닐까?

SAVVY의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sunah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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