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다살 포스터까진 좋았는데
감다살 포스터까진 좋았는데

4월 16일, 20세기 스튜디오가 30초짜리 클립을 하나 띄웠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1편 이후 20년 만의 시퀄. 앤 해서웨이는 여전하고, 메릴 스트립은 스트립이다. 나는 한국에서만 일해 본 쩌리 임원이라 잘 모르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면, 아마도 헐리웃 고위 임원들은 시퀄이니까 잘 될 것이다, 특히 패션에 관심 많은 한중일 등 아시아권에서는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근데 그 클립이 25M views를 넘어가는 동안, 누구도 "아 됐다, 흥행 가나" 하고 안도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2천5백만 명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을 테니까.

문제의 시작은 한 캐릭터였다. Jin Chao(진차오). 앤디의 새 어시스턴트,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 클립에서 그녀는 보스 앞에서 자기 의심하고, 학력을 줄줄이 읊는다 — 명문대 어디, GPA 얼마, 인턴 어디. 입은 옷은 우스꽝스러운 드레스, 큰 안경. 그리고 이름이 Jin Chao. 영어권에서 "Ching Chong"이라고 들리는 — 그 ching chong.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면 검색해 보시라. 그게 어떤 단어인지.

2026년에 이런 아시아인 스테레오타입이라니
2026년에 이런 아시아인 스테레오타입이라니

물론 변호도 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Joseph Kahn은 "She's a caricature, but it's about Gen Z, not about Asians"라고 했다. Gen Z 캐릭터화이지 아시아 비하가 아니라고. 1편 앤디도 처음엔 패션 무지에 어색했지 않냐고 — 캐릭터 서사의 일부일 뿐이라고.

Joseph Kahn 감독의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근데 1편의 앤디는 Northwestern 졸업한 백인 저널리스트였고, 그녀의 패션 무지가 코미디 장치였지 그녀의 인종이 코미디 장치는 아니었다 — 이게 다른 결의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진차오 한 명이 아닐 거다. 진짜 문제는 — 헐리웃이 분석을 안 한 게 아닐까 싶다는 점. 아니, 어쩌면 분석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화적 감수성 분석이 예전 경험에서는 흥패를 좌지우지하는 변수가 아니었으니까. (PC에 그렇게 집중해 놓고서는 와이 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