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달, 12월이 된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됐어요. 슬슬 한 해를 회고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구독자님은 어떤 연말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는 케이크를 예약하기 위해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았는데요. 그러던 중 홀린 듯 보게 된 광고 하나가 있답니다. 바로… 배스킨라빈스 광고예요!

– 에디터 화정  

 배스킨라빈스 – <와츄원 포 홀리데이> 

배스킨라빈스 what you want 포스터

 

 뭐 먹고 싶냐고요? 

‘와츄원’이라니깐요!

 

소복이 눈이 내리고 있는 어느 거리, 사람들이 분주히 거닐고 있는 와중에 핑크색 망토를 입은 귀여운 어린이와 훈훈한 청년(?)이 마주 앉아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약 8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2루수가 누구야?” 밈이 돌고 돌아 2024년, 배스킨라빈스 버전으로 재탄생했죠.

👧🏻“아저씨~ 어떤 케이크 좋아해요?”

🙆🏻‍♂️“what you want (와츄원!)”

👧🏻“아니~ 어떤 케이크 먹고싶냐고요!”

🙆🏻‍♂️“what you want! (와츄원 아이스크림케이크!)”

 

 폼이 심상치 않은 올해의 배라 

 

최근 몇 년간 다소 티피컬한 광고를 진행해 왔던 배스킨라빈스, 이번엔 왠지 폼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 보면…

 

✅ 배라 모델도 ‘변우석’이었어…!

지난여름 배스킨라빈스의 단독 모델로 발탁된 배우 변우석. 빅모델을 기용한 만큼 모델을 적극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변우석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크릿 산타로 변신해 와츄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배달하는 컨셉의 영상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이 외에도 케이크 판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볼 수 있는 히든영상과 한정판 엽서 등 팬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 ‘성냥팔이 소녀’ 2024년 ver. 등장

이번 영상 캠페인에는 시크릿 산타 변우석 말고도 또 다른 모델이 한 명 더 있어요. 바로 요즘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운이(instagram@yeppeugo)! 최근 가장 핫한 키즈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마켓컬리 등 광고를 섭렵하며 기우쌤, 원밀리언, 랄랄 등 굵직한 대형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핑크색 망토를 쓰고 있는 고운이를 보고 있으면, 옛날 옛적  광고가 떠오르기도 해요.

 

사실 배스킨라빈스는 원래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케팅’ 맛집이었다는 사실, 기억나시나요? 성냥팔이 소녀, 이글루 소녀 등 매해 크리스마스 광고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함께 등장하는 핑크색 망토를 입은 소녀는 배스킨라빈스뿐만 아니라 국내 연말 시즌 광고의 시그니처이기도 했죠. 저는 어릴 때 비슷한 망토를 입고 부모님과 함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러 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랍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망토 소녀가 2024년에 다시 등장하면서 그때 그 시절 겨울 감성을 자극했고, 그때의 광고를 기억하는 MZ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배스킨라빈스라는 브랜드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어요.

 

✅ 배라의 특명, Z세대를 잡아라!

출처 = 유튜브 입짧은햇님
출처 = 유튜브 입짧은햇님

이번에는 광고 모델뿐만 아니라 ‘비주얼 텔링’을 중심으로 신제품 기획에도 엄청난 공을 들였어요.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있어서 MZ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인증샷이기 때문인데요. 이번 광고 캠페인의 핵심 컨셉 중 하나인 ‘기차’를 형상화해 기차 모형을 당기면 케이크 안에 숨겨져 있던 트리 캔들이 나타나거나, 다양한 맛의 큐브 아이스크림 선물을 꺼내기 위해 별 모양의 열쇠를 돌리는 등 케이크 디자인과 맛 이외에도 특별한 재미 요소를 더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카메라를 켜고 싶게 만드는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더 이상 내가 알던 ‘배스킨’이 아니라고?

 

이렇듯 연말을 맞아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무려 17종이나 출시하며 광고를 다시 트렌디하게 살려 낸 배스킨라빈스.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이렇게까지 진심인 이유는 바로 처음으로 시작된 ‘매출 하락’ 때문인데요.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매년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던 배스킨라빈스. 작년 매출이 15% 넘게 줄었고, 배스킨라빈스의 모기업 비알코리아는 영업 이익이 감소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적자까지 기록했어요. 이유가 뭘지 3가지로 나눠 분석해 보면…

 

1️⃣ 탕후루, 요아정에 밀려 디저트 시장 내에서 좁아진 입지

최근 몇 년간 ‘크리스마스 케이크 =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대명사가 될 정도로 홀리데이 시즌 디저트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어요. 특히 성심당의 딸기시루나 탕후루, 요아정처럼 SNS 바이럴을 통해 메가 히트 디저트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배스킨라빈스는 더욱 설 곳을 잃었어요. 식후 입가심 용도로 가볍게 먹는 디저트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의 특성상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한 빵 종류의 디저트보다 더 크게 ‘탕후루 열풍’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여요.  

 

2️ 소비심리 위축과 무인 매장의 성장

팬데믹 이후 소비 심리는 위축되었는데, 원재룟값 상승으로 인해 아이스크림 가격은 오히려 상향 조정되었어요. 여기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굳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아이스크림을 비싸게 사 먹을 필요가 없어졌죠. 실제로 꾸준히 감소해 오던 빙과류 소매 판매는 2022년 반등한 이후 계속 성장하는 데 비해 배스킨라빈스는 역성장을 이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더불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크리스마스를 친구 혹은 연인들과 소소하게 보내는 방식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연말 분위기 때문에 다인원이 한 번에 소비해야 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소비자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되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케이크보다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는 점도 한몫했고요.

 

3️⃣ SPC 불매

배스킨라빈스는 SPC의 가장 대표적인 3대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반발하는 취지로 2022년부터 시작된 SPC 불매운동이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를 기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크게 확산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최근까지도 불미스러운 오너 리스크가 계속됨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어요. 특히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디저트의 주요 소비층인 2030 여성들 사이에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며 불매 운동이 크게 일었기 때문에 타격이 컸을 것으로 보여요.  

 

 

 2024 크리스마스 케이크 톺아보기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매출 반등까지, 아이스크림 시장뿐만 아니라 디저트 시장까지 제패해야 하는 엄청난 미션을 갖고 있는 배스킨라빈스. 올해 야심차게 기획한 광고 캠페인을 시작으로 과연 이전의 명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며 ‘예약 전쟁’을 일으키는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를 카테고리별로 톺아봤어요.

 

1️⃣ 40만 원까지 치솟은 호텔 케이크

프리미엄 호텔의 케이크는 올해도 럭셔리의 끝판왕이에요. 가격이 최대 40만 원까지 인상되었는데, 올해도 예약이 열리자마자 전쟁을 방불케 했다고 해요. 이외에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위시 휠’(35만 원)을, 워커힐은 ‘루미에르 포레스트’(약 28만 원)를 출시하며 고가 경쟁에 뛰어들었어요. 식음료 등 비교적 사소한 것들에서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스몰럭셔리’ 트렌드가 앞으로도 당분간 쭉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호텔의 홀리데이 시즌 케이크 역시 매년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추세예요.  

 

2️⃣ 카페 프리미엄마케팅 VS 베이커리 할인마케팅

카페와 베이커리 프렌차이즈 역시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한정판 케이크를 선보였어요. 특히 카페 프렌차이즈들의 홀케이크 위주 프리미엄화 전략이 눈에 띄었는데요. 스타벅스는 조선델리와 콜라보한 노엘 트리 케이크를 8만 9천 원에 선보였고, 투썸플레이스는 시그니처 상품 스초생의 10주년을 맞아 ‘화이트 스초생’을 신제품으로 출시했어요. 반대로 파리바케트와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들은 빅모델을 내세운 홍보 전략과 함께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최대 30%의 할인을 진행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케이크 포스터 모음

 

3️⃣ 가성비에 초점 맞춘 유통업계

유통업계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 전쟁에 뛰어들었어요.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춰 제품들을 기획했는데요. 홈플러스 몽블랑제는 마치 코스트코의 대형 케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메가 딸기몽땅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였고, 이외에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의 가격을 1~2만 원 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했어요. GS25 역시 연말 시즌 미니 케이크 6종의 가격을 7~8,000원에 책정했고, 신세계는 인기 강아지 캐릭터 ‘몰티즈’와 협업한 케이크를 9,980원에 출시했어요. 더불어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홀리데이 케이크 팝업스토어’를 열어 SNS 인기 베이커리부터 럭셔리 호텔 케이크까지 한 번에 모아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 점도 흥미로워요.

 

저도 고심 끝에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완료해 두었는데요.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다는 걸 넘어서 올해는 어디서 어떤 케이크를 예약할지 열심히 찾아보고,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먹을 건지 계획해 두고 설레이며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주는 가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더 프리미엄화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수요가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에디터 화정   

(광고)📮 겨울만을 애타게 기다려온 투썸플레이스 (feat. 스초생 캠페인)

‘구글 AI 제미나이 콜라보’ 등 공격적 마케팅 강화하는 배스킨라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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