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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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스위프트의 진정한 천재성은 타고난 스토리텔링 감각에 있다. 


어쩌면 그의 스토리텔링 역량이 음악적 재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는 노래를 작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뿐 아니라 느끼고 싶어 하는 감정과 세계관까지 깊이 이해했다. 


그는 이러한 팬들과의 유대를 자신의 브랜드에 세련되게 접목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의 정체성과 상징성에 기반한다. 


그럼 어떤 정체성의 여정이 존재하기에 세기적인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전략적 포지셔닝과 정서적 저장고


스위프트의 브랜드 아키텍처는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잘 구현된 사례다. 


애플이 매킨토시를 출시할 당시, IBM을 조지 오웰의 소설 속 빅브라더로 묘사한 전설적인 광고 1984를 기억하는가?


이 캠페인에서 애플은 기성 기술 브랜드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서는 혁신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스위프트 역시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자신을 스토리텔러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포지셔닝해 왔다. 


그는 옆집 소녀이면서 다가가기 힘들 셀럽, 피해자이자 승리자로 묘사되며, 팬들이 여러 방식으로 그를 해석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인지적 화음을 형성했다. 


팬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위프트를 읽으며, 그 과정에서 스위프트와의 깊은 연결을 느끼게 된다. 


브랜드는 기억에 남는 로고나 광고 음악이 아니다. 고객과 맺는 감정적인 관계다. 스위프트는 단순히 음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와 미학, 그리고 윤리적 신념이 담긴 감정적 여정을 제공한다. 


이를 비즈니스 용어로 표현하면, 고객 생애 가치다. 스위프트는 이를 팬들과의 정서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 같은 무형의 가치로 확장했다. 

Ⅱ. 스위프트의 브랜드는 일종의 대화다. 


스위프트가 할리우드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 파업의 장기화 국면에서 내린 전략적 판단은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2023년 7월 디 에라스 투어가 한창일 때, 인공 지능과 얼굴 스캔 기술을 영상 제작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두 달 째로 접어들었을 때 상황은 매우 어수선했다. 이미 수많은 기록을 경신한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의 실황 영화는 기대작이었다. 


노조 파업으로 영화 개봉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스위프트는 위기를 브랜드 강화 사례로 만들어냈다. 


그는 노조의 파업 대상이었던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미국 최대 영화 체인 AMC 극장과 직접 접촉해 공연 실황 영상의 배급을 맡겼다.


SAG-AFTRA와 임시 계약을 체결하여 노조의 비공개 요구 사항을 효과적으로 수용했다. 


그렇게 계속된 파업에 지친 노조의 사기를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전통적인 권력 구조를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 영화 TV 제작자 연맹을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강력했던 스위프트는 이제 거의 뚫리지 않는 요새 수준이 되었다. 그의 신뢰 자산은 공인으로서 불가피하게 어려움을 겪더라도, 오히려 더 높이 비상하는 계기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스위프트의 브랜드는 일종의 대화다. 소셜 미디어에서 나누는 팬들과의 대화, 깜짝 앨범, 앨범 가사에 숨겨 놓은 암호화된 메시지 등 이 모든 것이 팬들을 대화에 초대하는 신호다. 


스위프트가 윤리적이고 공정한 관행을 지키기 위해 노조와 직접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브랜드 진정성이 경영 판단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매력도 이러한 대화에서 나온다. 


진심을 담은 대화와 신뢰 자산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전략적 날카로움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Ⅲ. 초기 타깃 : 컨트리 음악을 공략하다. 


2006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꿈과 기타 하나밖에 없었던 무명의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케팅 구루와 같은 비범한 직관이 있었다. 자신이 공략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창업 초기 테크 스타트업들은 특정 기술에 열광하는 애호가들을 잠재 고객으로 삼는다. 


미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 포스도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대기업이 선점한 CRM 시장에서 클라우드 기반 설루션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스위프트 역시 데뷔 초기에 전통과 스토리텔링, 진정성을 중시하는 컨트리 음악 팬들에게 예술적 에너지를 집중하며 유사한 전략을 취했다. 


컨트리 음악을 틈새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컨트리 음악은 특정 코드와 가치를 지양 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비즈니스 리더에게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중요하다. 

Ⅳ. 전략 자산과 브랜드 회복력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은 거래적 교환이나 일시적인 관계로 넘쳐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서적 공명이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막대한 투자 수익률을 올리는 요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평가하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인간의 문화와 사상에 미친 영향을 제외하고 공연 티켓 판매 수익만을 언급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성공을 평가할 때에도 재무 수치와 백분율 지표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스위프트가 팬들과 구축한 공생적 네트워크는 즉각적인 현금화가 가능한 관계를 넘어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다. 


브랜드 회복력을 형성하는 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논란이 발생하거나 변덕스러운 여론과 맞닥뜨렸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정서적 인프라는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신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는 워런 버핏이 일컫는 경제적 해자와 유사한 개념으로 경쟁자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고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는 고유한 특성이 된다. 


스위프트의 경제적 해자는 광고비, 인플루언서의 홍보, 차트 상위권의 히트곡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의 해자는 팬들과 공유한 이야기와 공동의 경험, 그리고 모든 팬들에게 자신들보다 위대한 무언가에 참여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해주는 무언의 정서적 계약에 기초하고 있다. 


이 모델은 음악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크 스타트업부터 전통적인 브랜드에 이르는 모든 기업이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성공을 이루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이다. 

Ⅴ. 스스로 미디어가 되다. 


스위프트는 디지털 시대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소셜 미디어 속 스위프트의 진화는 곧 디지털 환경의 변화 그 자체를 상징한다. 


플랫폼이 등장하고 변화하며 사라질 때마다, 스위프트의 디지털 서사는 한 플랫폼에서 다음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다른 이들이 플랫폼을 발견할 때, 스위프트는 그 플랫폼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을 찾았다. 


다른 이들이 주변부에서 머뭇거리며 소극적으로 실험할 때, 스위프트는 대담하게 포맷, 콘텐츠, 소통 전략을 혁신했다. 


스위프트는 소셜 미디어 전략은 디지털 세상의 특성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질적으로 진화했다. 


스위프트의 온라인 역량을 분석해 보면, 그 기저에 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균형이다. 


스위프트는 인간적인 친밀함과 거리 두기, 진정성과 브랜드 구축, 참여와 수익 창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했다. 

[글을 마치며]


테일러 스위프트가 만들어낸 현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아마 스위프트 노믹스일 것이다. 


매혹적인 스타디움 조명,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 강렬한 흥분과 열정의 에너지를 주는 라이브 음악 뒤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복잡한 세계가 작동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스위프트의 공연은 철저한 계획의 산물이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릴 정도로 물류, 마케팅, 실행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 


스위프트의 콘서트는 브로드웨이를 뛰어넘는 연출과 무대 기획을 갖춘 고품질의 쇼다. 


조명, 음향, 시각 효과 같은 기술적 요소들이 정확하게 맞물려 작동하고 대규모 장비 운송, 무대 설치와 같은 물류 작업이 완벽하게 결합되어 관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보장한다. 


라이브 쇼의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다. 


콘서트의 또 다른 주요 영역은 마케팅과 브랜드다. 글로벌 기업이 광고와 소비자 접근에 막대한 투자를 하듯이, 스위트프 팀도 각 투어마다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 팬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티저, 독점 굿즈, 디지털 캠페인, 전략적 타이밍의 인터뷰 등이 투어의 기대감을 키우고, 대중 이미지를 유지하는 요소들이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팝업, 인터랙티브 팬 세션이 투어 생테계의 핵심 요소로 더해져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로써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팬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투어 생태계에 참여하면서 자신을 투어의 중요한 부분으로 느끼게 된다. 


이에 더해 스위프트는 콘서트가 진행된 지역사회에 기부를 진행하면서 디 라스 투어가 진행된 곳에 자신의 발자취를 오래도록 남기는 노력도 더하고 있다. 


이는 스위프트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쳐 더 많은 스위프트의 팬덤을 형성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스위프트 노믹스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진행하는 콘서트가 단순히 한 가수의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행사로 자리 잡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콘서트로 진행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콘서트 자체의 격을 끌어올리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만들어 낸 발자취를 지속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참고 도서 : 제국의 설계자 ( 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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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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