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문을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질문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다. 나는 질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삶 가운데서 실천하려고 질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내 삶이 궁금해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질문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준다.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은 질문이다.
내가 철학자나 연구자들처럼 질문에 관해 교양있는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데 부족함이 있다. 그래도 질문이란 무엇인지, 왜 질문인가 하는 것에 가까이 가보고 싶다. 오늘도 삶의 바닥에서 질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는다. 그들이 기록한 문장을 내 삶의 방식으로 가져오려고 애쓴다. 언젠가 그 속에서 나만의 질문력을 채울 수 있길 나는 소망한다.
질문은 기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자만 질문 잘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이제 질문의 힘은 우리가 갖쳐야 할 능력이다. 질문력은 크게는 인생 방향을 결정짓는다. 작게는 대화의 질을 결정한다. IQ테스트를 해본지가 언제가 싶다. 질문지수도 있다면 찾아보고 받아 볼 일이다. 없다면 내가 한 번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IQ가 아니라 QI를 측정해서 입사 시 가산점을 주는 때가 오지 않을까. 인공지능 활용능력은 결국 질문력이다.
질문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강연장이나 교실에서나 언제나 질문 있냐고 물어볼 때는 질문을 망설이지 못하고, 밖을 나와서야 질문을 할 것을 그랬나 후회를 한다. 기자 시절에 많은 기자간담회에 참석을 했다. 대부분이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표의 인사말, 상품소개나 혹은 서비스 소개, 그리고 향후 계획으로 이어진다. 발표가 끝나면 홍보담당자는 기자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한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나눠 준 보도자료 패키지를 보느라 고개는 테이블로 숙여진다. 그러다 연차가 있는 선배가 첫 테이프를 끊으면 그나마 몇 번 더 손을 들어 질문을 한다. 이미 정해진 기사 크기가 있고, 어떻게 가야할지 대략 짜고 나오기에 더 물어볼 게 없기도 하다. 왜 첫 질문은 주저할까.
괜히 물고 뜯었다가 책 잡힐 일 있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나도 질문이 필요할 때 질문하지 못했다. 그 때 물어볼 것을 하고는 돌아와서 기사를 쓰면서 후회를 한다. 이것 빼고 저것 빼면 중요한 문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질문해야 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지만, 주어진 기회를 쓰지 못했다. 그래서 질문을 찾고, 내 질문을 만들려고 한다.
오늘 발견한 질문 문장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이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화제가 된 작품이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서 일했지만 그게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술관 경비원으로서 그는 새로운 행복감을 찾았다.
그는 미술관에 전시된 많은 작품들을 보며, 새로운 발견을 한다. 그리고 그는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편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것인지를 알았다. 그것이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대화를 이끄는 최고의 요령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대화 요령은 질문, 그중에서도 기나긴 대답이 필요한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기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느 건 아주 만족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놀라지만 일단 대답하기 시작하면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내 무지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몰도바요? 믿지 못하겠지만 내가 몰도바에 관해 하나도 아는 게 없다는 거 알아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은 내가 몰도바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믿는다. 경비원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의 지식에 난 커다란 구멍들을 잘 참아낸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237쪽, (큰글자책)<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중에서

길윤웅님의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 https://brunch.co.kr/@jum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