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질문을 하지 안았을 때 일어나는 일 .png

의사와 환자의 대화, 그 짧은 시간이 환자의 운명을 가른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도 있고,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질문에 달려 있다.


병을 고치러 갔다가 병을 더 얻는 경우가 있다. 병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해 증상이 커지기도 하고, 환자가 자각하지 못한 상황을 충분히 알리지 못해 놓치기도 한다. 의사가 다른 병변을 찾기 위한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진찰의 기회를 흘려보내서 생기는 일도 있다.


‘의료쇼핑’이라는 말이 있다. 동일한 질환으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단과 처방을 받는 행위다.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은 왜 이 과정을 멈추지 못할까. 병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의사의 진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나 가족의 불신이 크게 작용한다.


진료 시간은 통상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때로는 1분도 안 되어 “감기 몸살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며칠 치 약을 받아 나온다. 통상적인 질환이라 가능한 일이지만, 어떤 환경에서 감기에 걸렸는지 묻지 않는다. 밀려드는 환자를 소화하려면 한 환자에게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의 대화는 늘 부족하다.


치료의 시작은 대화다. 문제 해결의 기초 단계가 대화이며, 대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문제가 드러난다. 찰스 두히그가 쓴 『대화의 힘』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사례로 든 의사는 환자에게 올바른 질문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는 환자의 상황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환자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품고 있었다. 개인 신상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일수록 환자는 더욱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수술이라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의사는 묻지 않았다. 이미 비슷한 사례와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환자는 의사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의사는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대화의 힘>에서 2014년 뉴욕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전립선암 전문의 베파 에데(Behfar Ehdaie) 박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환자들은 의사가 전하려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에데는 기본적으로는 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바꿔 물어 환자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끝내 알아냈다. 결국에는 환자도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드러냈지요." 에데가 내게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까지 그가 그렇게 많은 환자와의 소통에 실패한 원인이었다. 그는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즉 그들이 그 대화에서 원했던 것을 묻지 않은 것이다. 자기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가정한 채 환자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번거로운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관심도 없는 정보만 쏟아붓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소통하는 법을 바꾸기로 했다. 환자 앞에서 어려운 강의는 그만두고 올바른 대화를 위해 더 나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찰스 두히그, <대화의 힘> 중에서


대화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질문을 통해 환자의 불안은 줄어들고, 의사의 진단은 신뢰를 얻는다. 더 나은 질문이 더 나은 진료로 이어진다. 대화와 질문에서 시작된 신뢰, 그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