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이 그 기획안을 받아서 추진을 해보라고 한다면 "그거 그냥 킬 하시죠"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남이 해 놓은 것을 더 멋지게 발전시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 그건 일을 대하는 기획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신이 맡아 온 일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일을 다 마무리하고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더 좋은 자리를 제안받을 수도 있다. 혹은 일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완성시키다가는 먼저 몸과 마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섰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서비스 기획안을 시작했지만, 최종 론칭까지 하지 않고 그만두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면 팀원들이 곤란해진다. 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고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를 하면 처음에는 좀 받아주지만 그다음부터는 제대로 받지도 않는다. 그건 전화를 하는 쪽도 그렇다. 이미 나간 사람에게 뭘 더 알아봐 달라고 할 수 있겠나.
이런 지점에서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은 자신이 해 온 일,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 협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각 항목별 담당자 연락처까지 남겨주고, 작업일지도 엑셀이나 워드로 남겨준다.
일을 하다 보면 인수인계를 받고 싶은 일도 있지만, 받기 싫은 일도 있다. 받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살리지 못한 기획을 내가 살려낸다면 그건 또 다른 성취감을 갖게 한다.
다카하시 신페이는 <1일 1씽킹 아이디어 수업>에서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기획안이 있다면, 이렇게 질문하라고 말한다.
"이 기획의 목숨줄은 어디에 있습니까?"
전임자에게 기획안을 넘겨받았다면, 인수인계 시 어디를 건드리면 이 기획이 무너지는지, 죽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질문을 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질문은 내가 이 일을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이 선 다음에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남이 하던 일을 받아서 하는 것은 처음 그 사람이 하던 마음과 다르다. 관심도 없고, 지지할 만한 요소도 없으니 하고 싶지 않고, 하더라도 대충 하고 그냥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새 담당자로서 자신이 넘겨받은 업무는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남의 것'이라고 여기며 기획을 진행하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내 기획입니다!'하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도록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115쪽, 다카하시 신페이의 <1일 1씽킹 아이디어수업>(윌북, 202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