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예술처럼 일한다는 것
저는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업무 루틴이 있지만, 늘 그렇듯 루틴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기존에 짜둔 계획과 타협하게 됩니다.
“새로운 일이 생겼으니 지금 하던 일엔 이 정도만 에너지를 쓰자.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괜찮아. 일단 빨리 진행하는 게 중요하지.”
모든 일에 100%를 쏟았다간 다른 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적당히 마무리하는’
스스로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을 예술처럼 해야 한다.”
처음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불교미술을 전공한 대학생의 졸업작품 스토리를 담은 릴스를 보게 됐습니다.
(영상 보기)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 누군가는 딱 졸업할 정도만 준비하기도 하지만 그는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 남들과 다른 밀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굳이 싶을 정도로요.
과정을 기록하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자연스럽게 남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작업이 되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예술처럼 일한다’는 말은, 이런 태도일까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예술처럼 일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세스 고딘의 글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아래는 그 글을 번역하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해야 할 만큼’보다 더 많이 완성도를 내야하는 이유,
그걸 가능케 하는 동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유(余裕)를 추구한다는 것 – 세스 고딘
(원문 보기)
필요 이상으로 일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말 유용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 이상을 제공할 때, 그 ‘기대 이상의 서비스’는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놀라움과 기쁨은 주목할 만하죠.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신을 찾아내며, 더 많은 것을 위해 다시 돌아옵니다. 물론, 이것이 유용한 전략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필요 이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정확히 적절한 양을 하고 있는 것이죠.
두 번째는 마법과 같습니다. 어렵고, 터무니없으며, 명백한 상업적 이득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노력은 고객에게 항상 알아차려지거나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만드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차분하고, 자랑스럽고, 전문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생산라인에서 정해진 속도로 일하고, 분기 실적에 쫓기며, 키보드 타자 수까지 평가받는 환경에서는 ‘필요 이상의 정성’을 들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과도한 관심과 정성을 가능하게 하려면 그것을 지지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항상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지치지 않고 창의적으로 일과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일본어의 ‘여유(余裕, 요유)’라는 개념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여유는 노력과 편안함, 시간적 여유와 열정이 함께하는 상태입니다. ‘余(여)’는 “남음” 또는 “여분”을, ‘裕(유)’는 “풍요로움” 또는 “넉넉함”을 의미합니다.
여유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는 것
- 마음의 여유와 침착함
- 경제적인 여유와 자원
- 상황을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 감정적 여유
이런 여유는 그 자체로 보상이 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얼마나 쉽게 ‘효율성’만 추구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여유보다는 측정 가능한 생산성을 원합니다. 생산 라인 속도를 높이고, 조명을 조절하고, 보너스를 주거나 인원을 줄이는 식으로 말이죠.
또한 ‘규모 확장’은 여유의 적입니다. 여분의 자원이 생겼을 때 확장에만 사용한다면, 일상의 일에 쏟을 수 있는 여유는 사라집니다. 여유가 있을 때 일을 더 키워버리면, 그 여유는 없어지고 스트레스만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굳이’ 이런 여유를 추구해야 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기계가 아니고, 기계 속 부품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장 인간다울 때, 우리는 가장 좋은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됩니다.
끊임없이 바쁘게 달려도 결국 도착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서두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세스 고딘
글을 읽고나서.
예술처럼, 굳이 싶을 정도의 완성도로 일하려면 오히려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참 역설적으로 들렸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고, 야근이라도 하면 씻고 누우면 하루가 끝납니다.
주말이면 자의반 타의반, 너무 많은 정보를 마주하며, 쉬는 날에는 억지로라도 그 인풋을 소화해내고자 항상 체해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유를 이 글에서 찾은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여유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여유를 다양한 속성으로 바라보면서요. 그리고 또 예술처럼 임해보려고요.
생산라인에서 정해진 속도로 일하고, 분기 실적에 쫓기며, 키보드 타자 수까지 평가받는 환경에서는 ‘필요 이상의 정성’을 들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과도한 관심과 정성을 가능하게 하려면 그것을 지지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지합니다!!
여유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