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멘탈이다.”

“마케팅은 멘탈이다.”

삼쩜삼에 합류하고 채 반년도 되지 않아 강하게 찾아온 깨달음입니다. 이전에는 에이전시에서 5년가량 일을 했는데요. 인하우스 경험이 처음이었던 저에게 이건 제 업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주었습니다. “마케팅은 기술도 크리에이티브도 아니고 멘탈이다.”

이렇게 말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성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에이전시에 있을 때는, 열심히 하긴 하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혹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좀 타당하게 빠져나갈 구멍들이 있습니다.

“성과 내려면 광고주가 내부 데이터도 좀 공유도 해주면 좋은데 안 해주어서 제약이 있다.”
“데이터 수집 환경을 좀 더 잘 갖춰주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퍼널에서 A부분이 좀 병목이 있는데, 경쟁사들 보니 절차가 간소하다. 우리도 이 부분을 좀 개선해 보자는 제안했는데 왜 반영을 안 해 주냐.” 등등이요.

아, 물론 대행사에서 편하게 일한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하기도 했고,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광고주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오기로 열심히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성과에 대한 부담감의 무게가 인하우스가 좀 더 크다는 것이죠. 인하우스에서는 DRI가 담당자인 ‘나’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감과 압박감을 더 지니게 되는 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한데요. 바로 마케팅은 제대로 하려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마케터는 부탁하는 사람입니다. 마케터의 이상향이 마개이너(마케터+개발자+디자이너, 요즘에는 데이터까지)가 된 지는 물론 이미 오래 되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혼자 다 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 인프라 구축, 광고 데이터의 딥한 분석을 위해서는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성과를 내보고자 marketized funtion 을 시도하려면 기획자와 개발자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동료들도 이미 저마다 자신의 업무로 가득 차 있는 상황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업무를 요청하고, 때로는 그들의 일보다 좀 더 우선순위를 높게 잡아 달라는 부탁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죄송, 감사, 부탁, 요청, 문의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썼던 거 같습니다.

원래 저는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짐 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요. 일과 관련된 부탁도 이미 바쁜 동료들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저에게 더 어렵고 상당한 멘탈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취업 준비할 때 대학교 교수님께서 “너 부탁하는 거 어려워하지 마. 살아가는 건 부탁의 연속이야.”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었는데요. 그 말씀이 계속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마케팅은 다른 업무에 비해 외부에 드러나는 직무적 특성을 가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내 능력보다 내가 더 대단한 거처럼 자아도취할 위험이 가깝기도 하고, 또는 화려해보이는 업무라는 환상을 갖기도 쉽습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화려해보이는 프로젝트나 성과 뒤에 팀이 있습니다. 직무를 초월한 동료들이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만들어갈 때 어떤 테크닉 보다도 멘탈이 중심이 됩니다.

😊더 많은 인사이트 구경가기 : 황승욱 링크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