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전우치는 꽤 여러번 봤다.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세계관에는 양대산맥을 이루는 도인이 있다. 화담 선생(김윤석 배우)과 천관 대사(백윤식 배우)라는 인물인데, 신선들도 그 둘을 존중할 정도로 절정급 도력을 지니고 있다. 두 도인은 요괴를 잠재우기도 하고 깨울 수도 있는 피리, 만파식적을 반씩 나눠 가지게 된다. 양대산맥 답다.
재밌는 점은, 신선들에게도 존경받는 두 도인 중 한 명이 사실은 요괴라는 점이다. 화담 선생인데, 그가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이다. 화담은 자신이 요괴라는 걸 만파식적을 갖고 나서야 깨닫는다. 애초에 요괴였는지, 만파식적이라는 권력 앞에 요괴로 변모한 메시지를 중의적으로 담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영화 중반부부터는 정의로운 화담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의로운척하는 사사롭고 욕심많은 요괴 화담의 본성이 나온다.
마케팅을 하다보면 사짜라는 단어를 꽤 자주 접한다.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고, 또 목격담과 경험담을 듣기도 한다. 근데 생각해보니 사짜도 종류가 다양하다. 사짜는 "나 사짜임" 하고 명찰달고 다니지 않는다. 그래도 누가봐도 사짜 같은 사짜가 있는 반면, 사짜를 까는 사짜도 있다. 또 사짜를 까는 사짜를 까는 사짜도 있다. (난가?)
소셜 미디어에서 종종 "남을 깐다고 자신의 권위가 오르는 건 아닌데, 그런 사람들 보면 안타깝다."라는 뉘앙스의 교훈적인 글을 본다. 동의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말 그럴까? 제3자가 봤을 때는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 부족, 결핍, 무지, 오판, 미성숙을 까는 누군가에게 신뢰와 전문성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다. 현실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사짜를 깐다고 다 진짜는 아니다. 사짜를 까는 사짜를 깐다고 진짜는 아닌거다.
또 하나의 교훈은, 꽤 대단해 보이고 성취가 있는 사람도 사짜일 수 있다는 거다. 애초에 사짜였는지, 이후에 영향력을 키우고 돈을 벌기 위해 사짜로 변모해갔는지는 모를일이다. 화담처럼 말이다. 이런 사짜들은 본인도 스스로 사짜라는 걸 깨닫고 있지 못할 수도 있고, 그래서 신선들처럼 업계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참 구별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나 스스로의 위치를 "사짜"에 두기로 했다. 사짜인데 사짜인줄 몰랐던 화담처럼 되는 것 보다는 그게 낫다 싶다. 당연히 사짜로서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스스로 속지 않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서다. 나를 "사짜"로 두되, 진짜가 되기 위해 단련하는 사짜로 두고자 한다. 진짜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태도는 별거 없어서, 어렵지는 않을 거 같다.
아는 것만 안다고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기.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기.
질소 포장하지 않기.
사람들을 수단과 대상으로 보지 않기.
마케터로서 내가 제공하는 가치와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내가 가치를 받는 게 먼저가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또 먼저 주기.
나의 경험을 공유하되, 그게 답인 거처럼 오만하게 굴지 않기.
부족한 피드백을 잘 수용해서 보완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