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카피는 2022년 새해, 일본 전국 일간지의 전면광고로 실렸다. “여자도 총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질문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출판기업 다카라지마샤는 이 광고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헤드라인은 아이들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는 독일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메르켈 총리가 16년간 재임하면서, 그 당시에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여성인 세상에서만 살았기 때문이다. 다카라지마샤는 이 한 줄로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역할 편견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은 젠더 이슈를 넘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도 이어진다. 본문 카피는 이렇게 되묻는다. “불과 16년 만에 상식은 이렇게 달라진다. 우리 앞에 있는 다음 ‘유리천장’은 무엇일까?” 이 광고는 기득권이 장악한 정치권, 변하지 않는 업무 방식 등을 열거하며 유리천장은 단 하나의 균열에서부터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로 맺는다. 이 광고는 여성 리더의 부재, 성별 고정관념, 고질적인 근무 환경, 권력구조의 위계 등 일본 사회의 구시대적 관습의 문제점을 차분하게 짚으며 변화와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다카라지마샤는 우파, 보수적 담론의 출간물이 많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세상에 던지는 문제제기는 매우 혁신적으로 느껴진다. 일본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보수주의자들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이 덜 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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