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자본시장과 투자의 미래, 사모펀드 이야기
2024-08-21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금융 기술이 점점 발달할수록 더 많은 투자 상품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진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되자 국내에서도 하나둘씩 전문 운용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입된 지 10년 만에 출자 약정액이 50조 원을 넘어섰으며 2021년 1분기에는 100조 4888억 원까지 불어났다. 

사모펀드 등록 수도 2005년 15곳에서 2021년 1분기까지 889곳으로 증가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게 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사모펀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들을 한번 살펴보자. 

매일 장을 보는 홈플러스, 그곳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롯데카드, 패스트푸드점 버거킹, 맘스터치와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 커피 전문점 투썸 플레이스 모두 사모펀드가 인수한 곳이다. 

이미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럼 사모펀드는 우리 삶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금융자본의 시대가 도래하다. 

IMF는 금융자본의 시대로 이행하는 대전환의 시기로 기록된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은 이런 벼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환율이 치솟고 금리가 끝을 모르고 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노동자들은 대량해고 사태를 겪어야 했으며 내수 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들은 결국 셔터를 내려야 했다. 

국내에는 우량한 기업들이 싼값에 대거 매물로 출회했다. 이를 눈여겨본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한국 시장에 상륙해 사재기에 몰두했다. 

후에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국내 금융사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이런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올라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다만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출이라는 소극적 투자에서 벗어나 지분인수라는 위험 자산 투자로 점차 보폭을 넓혔다.


Ⅱ. 금융위기에서 배우는 교훈

소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진로다. 진로그룹은 문어발식 확장 전략에 합류하며 1996년 계열사를 24곳까지 늘렸다. 

문제는 본업과 무관한 건설업까지 무리하게 진출한 게 화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진로가 외환위기 광풍에 쓰러지는 동안 외국계 금융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량 회사의 부실채권이 싼값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NPL(부실채권)은 흔히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가 연체된 대출로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다. 

진로의 NPL은 채권 원금 기준으로 5%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진로 부실채권을 조용히 끌어모았다. 

그리고 이 기간에 진로의 부실채권 1조 4659억 원을 2742억 원에 인수했다. 원래 가격이 19% 수준에 알짜 기업을 손에 넣은 것이다. 

국내 첫 부실채권 매각은 외국계 금융사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다. 

2005년 매각이 진행된 진로는 롯데, 두산, CJ를 비롯해 동원, 오리엔탈,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태광산업, 대상, CVC 등 10곳이 인수 전쟁에 뛰어들었다. 

경쟁 끝에 하이트맥주가 당시 국내 M&A 최고가인 3조 4천억에 인수했다. 


Ⅲ.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금융의 역사는 깊다. 일찍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돈을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일정 이윤을 얻는 고전적 금융은 널리 퍼져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리대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삼국시대 장리 제도는 곡식을 춘궁기에 빌려주고 추수철에 받는데, 금리가 66%에 달했다. 

당시에는 화폐가 없어 곡식을 빌려줬지만 원리는 같다. 

다만 금융은 사회의 부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쳤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자본주의 이전에는 토지, 이후에는 생산 시설을 가진 산업자본이었다. 

금융자본주의는 금융이 경제 메커니즘의 부수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모든 걸 주도하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을 뜻한다. 

고리대와 같은 원시적 금융과는 결을 달리한다. 산업도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 없이는 성장이 어렵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엔 2차 세계대전 이후 태동한 사모펀드가 있다. 


Ⅳ. 하림 : 기업을 성장시키는 전략가

하림그룹과 아이에스 동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자 호남과 영남에 거점을 두고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그룹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양계 축산 업체로 출발한 하림그룹은 2010년대 거대 기업들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단숨에 재계 27위로 부상했다.

부산의 소형 건설사인 아이에스 동서는 10년 만에 매출이 10배 성장하며 1조 클럽에 안착했다. 

한국 콜마는 공격적 M&A 전략으로 설립 30년 만에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을 3개 보유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성공은 M&A 귀재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너의 투자 본능이 일차적인 성공 포인트이지만 일찍부터 PEF와 손잡고 M&A 시장을 공략한 것이 결정적인 비결로 꼽힌다. 

하림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 확장 전략을 수립한다. 오너의 개인적 판단으로 행해지는 문어발식 확장 대신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문을 받으며 기업을 하나둘씩 사들였다. 

자본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이를 보완해 줄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자문사는 오늘날 롯데손해보험, GS ITM 등을 인수해 대형 PEF 대열에 합류한 JKL 파트너스다. 

하림은 JKL 파트너스의 자문을 받으며 주력 계열사 인수를 시작했다. 

2007년 축산전문기업 선진을 인수했으며 2008년에는 대상으로부터 팜스코를 사들였다. 

팜스코는 배합사료에서 양돈 도축업 등 축산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이었지만 그리 우량하지는 않았다. 

하림은 종합 축산 기업으로 거듭나며 팜스코를 2020년 매출 1조 1600억 원, 영업이익 330억 원을 올리는 우량 회사로 키워냈다. 

2010년대에는 빅딜의 시대를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많은 해외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하림은 2011년 미국 중견 종합 닭고기 업체인 앨런패밀리푸드를 1400억 원에 인수했다. 

하림을 대기업으로 만들어준 거래는 팬오션 인수다. 당시 규모 4조 원에 불과한 하림이 자산 4조 4천억 원의 해운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위험 부담을 나눈 JKL 파트너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림은 JKL 파트너스와 함께 1조 원의 금액으로 팬오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때 하림이 팬오션 인수에 순수하게 들인 금액은 2400억 원이다. 남은 금액은 JKL 파트너스와 금융권의 차입으로 충당했다. 

혼자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웠지만 PEF를 동반자로 삼아 리스크를 분산해 투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 글을 마치며 ]

금융 자본주의가 점점 더 발전하게 되면서 투자를 통해서 더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사례가 이미 흔한 일이 되었다. 

이 책에서 나온 사례 중에서 기억할 만한 사례로는 진로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진로의 경우 IMF 이전에 무리한 확장을 하면서 사업을 키워냈지만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부실 채권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물론 세세한 과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진로의 판매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과도한 투자로 인해 늘어난 부채와 증가한 금리로 인해서 늘어난 이자 비용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진로의 부실채권은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었고 이를 눈치채고 있던 사모펀드가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함으로써 진로의 지분을 상당수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장이 사모펀드는 진로의 부실채권을 기반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진로를 M&A 시장에 내놓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부실채권의 10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거두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리 대단한 과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안에서는 경제의 흐름이 맞물려 있고 시장의 기회를 포착한 사람들의 인사이트가 숨겨져 있다. 

아직 사모펀드에 투자를 하거나 도움을 받을 만큼의 경제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사모펀드가 시장을 읽는 방법이나 투자의 방향성은 공부해 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 기업이 흔들릴 때 기업의 가치보다 시장 가격이 낮게 평가되는 경우에 매수를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다. 

좀 더 느긋한 자세로 시장을 바라보고 대중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쉽지 실제로 행동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신문을 자주 읽고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도 고려하고 투자에 앞서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참고 도서 : 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 최우석, 조세훈 )

박천욱님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 https://brunch.co.kr/@grand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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