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10월 0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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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하게 제법 잘 어울립니다


광장시장이 요즘 패션 브랜드들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대명화학 계열 브랜드들이 있죠. 올해 7월 코닥 광장마켓이 문을 열었고, 지난 10월 1일엔 마뗑킴·세터·마리떼 프랑소와 저버·프룻오브더룸·키르시 등 무려 5개 브랜드 매장이 동시에 오픈했거든요.

물론 광장시장에 먼저 눈길을 준 브랜드들도 있었습니다.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는 2015년 이곳에 두 번째 매장을 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2023년엔 플리츠마마가 플래그십 2호점을 열었죠. 다만 여기에 대명화학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탄력을 받았고, 광장시장이 패션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기회를 얻게 된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광장시장일까요? 이곳은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초 상설시장이자 봉제·섬유 산업이 태동한 상징적 장소이고, 지금도 구제 상권으로 유명합니다. 대명화학 계열의 매장들이 포목상 거리 입구에 모여 선 것도 같은 이유죠. 시장의 역사와 결을 빌려와 브랜드 서사를 더 단단하게 만들려는 겁니다.


또 하나, 광장시장은 글로벌로 향하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꾸준한 동네라 매장만 열어도 자연스럽게 해외 고객에게 노출됩니다. 먹거리 골목, 포목상 간판, 시장 특유의 활기 같은 한국적인 장면이 방문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그 경험이 사진·영상으로 퍼지며 브랜드를 더 멀리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무대가 되는 셈이죠.




역시나 보법이 달랐던 마뗑킴


다만 대명화학 계열이라도 이번 오픈 전략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운영 주체가 다르니 세부 이벤트와 프로모션도 달랐던 건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마뗑킴이었습니다.

K-패션의 선두주자답게 마뗑킴은 광장시장 전체를 무대로 썼습니다. 먹자골목의 ‘이모님들’께 유니폼과 모자를 제공해 로고를 자연스럽게 노출했고, 매장엔 마뗑킴 테이블웨어 굿즈를 비치해 톤을 맞추면서 매장 오픈 소식을 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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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뗑킴은 명성에 걸맞게 확실히 다른 브랜드들보다 앞서가는 브랜딩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시장 맛집 갈릭보이와 손잡고 10/1~2 이틀간 ‘볼캡 갈릭 브레드’를 마뗑킴 구매 고객 한정으로 선보이기도 했고요. 추석 연휴 직전의 방문 피크에 맞춘 타이밍도 영리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사람이 더 몰렸고, 그만큼 더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으니까요.


예전 브랜딩이 플래그십·팝업 같은 매장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거리와 동네 전체로 경험을 확장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잘란도가 베를린 마라톤을 맞아 도시를 옥외 광고와 챌린지로 물들였던 것이 대표적이죠. 이번 마뗑킴의 오픈도 이 트렌드를 광장시장에 잘 맞게 구현한 거라 볼 수 있고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활동이 이틀로 끝나서, 제가 방문한 5일엔 시장 곳곳에서 마뗑킴을 찾기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협업을 일회성 대신 상시·장기로 가져간다면, 광장시장과 마뗑킴 모두에 더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모이니 확실히 힘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광장시장의 상징성과 마뗑킴의 브랜딩만큼, 이를 이끈 대명화학도 이번 오픈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동안 ‘숨은 실력자’로 불렸지만 한편에선 너무 빠른 확장에 대한 걱정도 있었죠. 속도만 올리다 보면 내실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를 한 번에 모아 광장시장을 새 무대로 띄운 걸 보면, 모였을 때 나는 힘이 분명했습니다. 평소엔 각 브랜드가 따로 움직이지만, 필요할 땐 이렇게 함께 묶어 내는 방식이 통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죠.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자주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에 무신사가 성수역 부역명까지 따내며 성수를 ‘무신사타운’으로 만드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죠. 이번에 대명화학이 광장시장도 비슷한 거점으로 키워낸다면, 여러 브랜드가 힘을 모아 한 동네를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장면을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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