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때로는 마음에 상처가 되는 질문일수록 나를 더 성장시킨다.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곧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 관심을 받아들일지 밀어낼지는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직장 동료가 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조언해주는 동료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질문은 우리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이끌어낸다.
영화감독 박찬욱을 다룬 다큐멘터리 <뉴 올드보이 박찬욱>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결같이 증언하는 것이 있다. 그는 누구와도 동등하게, ‘작업자 대 작업자’로 마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은 역할에게조차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며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스크립터에게도 “어떤 것 같냐”고 끊임없이 묻는다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기 전에 배우들이 원하는 방향을 먼저 묻고, 그 선택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연출을 맡기도 했던 영화감독 류승완은 “박찬욱 감독은 질문을 통해 상대가 한 번 더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배우 염혜란 역시 “감독은 끊임없이 묻는다. ‘어떤 것 같아? 괜찮아? 어떻게 생각해?’ 하고.”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할까?”
“어떤 거 같아?”
“괜찮아요?”
“어떻게 생각해?”
“뭐가 좋냐?”
우리는 얼마나 상대에게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한 배우는 “감독이 자신이 결정 과정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지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감독이 순간순간 선택의 기회를 배우에게 열어주면, 대사와 동작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새롭게 흘러가기도 한다.
“이 칼이 갑자기 나왔을 때, 관객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흔히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붙잡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그 권한의 일부를 배우와 스태프에게 나누어 준다. 나에게 있는 권한을 왜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지 의심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