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과 김혜연이 쓴 책, <사이 인간>.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고, 인간 스스로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을 만나 인공지능이 가져다준 충격과 미래 대비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각 부별로 모두 5명의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꺼내놓도록 준비된 질문을 던진다.


1부에 등장하는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길영 작가는 개개인의 자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험과 탐색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소설가 장강명의 말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과 나약함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라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그 나약함이 창작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축가 유현준의 말은 조금은 예상이 된다. 그는 AI가 우리 인간의 파트너가 되는 시대, 기계와 인간 공존의 건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 <만추>를 만든 영화감독 김태용은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강조하는 그는 인간 만이 갖는 아우라가 있는데 인공지능에게 영화제작의 과정을 맡긴다면 그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챗GPT에서 어떤 아우라를 느끼겠는가.


2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2부에서는 1부에서 다른 생존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묻는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지금,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조성을 위협한다. 예술성을 살리는 데 있어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다.


극단 '여행자'의 연출가 이대웅은 지금이 '인간다움'을 자각하고 재정의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AI가 일상의 일부가 되기 전에 인간의 움직임과 감각, 태도 같은 본질적인 요소를 더 깊이 인식하고, 예술을 통개 그것을 미래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대웅을 비롯, 예술감독 이대형, SM엔터테인먼트 CAO 이성수는 인공지능이 가져다는 신기술의 활용을 도모하면서도 인간존재의 독창성에 좀 더 집중하는 입장을 보인다.


3부는 그렇다면 인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찾는 질문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3부에서는 철학가 최진석, AI반도체 스타트업 CEO 박성현, 문학평론가 이광호, 사진가 김용호, 언어학자 신지영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예측해 보고, 그런 상황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어떤 것인지를 제시한다. 그건 바로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기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를 한다. 기계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아니라 지배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은 뭔가. 그건 바로 인간으로서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CEO 박성현은 AI 시대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AI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AI는 이미 인간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AI가 연구 논문을 요약하거나 코드 오류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전문가들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죠. 문제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AI를 단순한 효율성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AI와 인간이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202쪽, <사이 인간> 중에서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 맡긴다고 해도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지키는 것, 그것을 더욱 강화하는 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창의성에 대한 교육의 영역이 남아지길 기대한다. 언어학자 신지영은 기계와의 소통이 늘어날수록 인간 사이에서의 언어적 공감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일상 속 대화 파트너로 자리 잡을수록, 우리는 더욱 정교하게 언어를 사용하면서 비언어적 요소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생각해요."-244쪽, <사이 인간> 중 '언어학자 신지영' 편 중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15명의 인물들이 바라보는 AI 현상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건 바로 인간 본질이다.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믿음이다. 기술 활용을 통한 성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많은 예측들이 나오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 예측 가능한 미래가 되도록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챙겨봐야 할 시점이다.


철학자 최진석은 생물학적, 물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인간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문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이 인간>에 등장하는 15인이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지금 필요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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