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킥오프 세션을 통해 AI를 활용해서 개선할 첫 번째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정보 수집에서 문자 작성에 이르는 프로세스로 효율화하자는 것이었죠. 앞으로 각 단계에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AI 선수들을 하나씩 만나볼 텐데요. 그에 앞서 오늘은 AI와의 대화법, 즉 프롬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워크숍이 시작되는 날, 첫 번째 세션에서 저는 AX 팀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프롬프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편하게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이번엔 송 팀장이 손을 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질문이야 하면 되는 거지만 솔직히... '프롬프트'라고 하면 뭔가 개발자들이 쓰는 전문 용어 같아요. 저희 같은 문과 출신의 기획자나 마케터들이 쓰기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달까요.
프롬프트 관련해서 '개발자처럼 질문하는 프롬프트 10 계명' 같은 형태나 '상황별 프롬프트 예제 1,000개'같은 정보들이 돌다 보니, 마치 영어 공부를 할 때처럼 문법을 공부하거나, 아님 표현을 달달 외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막상 프롬프트 작성할 때는 업무에 필요한 사항은 요청하지 못하고 검색 수준의 간단한 질문만 하게 되죠. 하지만 우리가 전문적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이미 알고 있는 개념들만을 활용해서 충분히 좋은 프롬프트 입력이 가능합니다.
프롬프트도 코딩처럼 ‘공부’를 해야 할까?
프롬프트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가우스 F&B’ 만의 고민이 아닐 겁니다. 많은 직장인이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프롬프트’ 창 앞에서 작아지는 경험을 하죠. 프롬프트는 AI 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첫 번째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AI가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서 고소득 직업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주목받다 보니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전문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학습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기술(엔지니어링)의 시대가 아닙니다.
물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들을 알면 월씬 고급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지 AI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죠. 우리가 일상에서 인간과 대화하듯이 AI에게 요청을 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AI는 '재료'와 '설계도'로 결과물을 만든다.
먼저 AI가 어떻게 아웃풋을 생성을 하는지 그 기본 원리부터 알아보죠. 쉽게 비유하면 AI를 ‘조각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에게 좋은 '석재'가 생겼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석재로 조각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조각가를 찾아가죠. 그리고는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작업을 의뢰합니다.
이때 이 '원석'이 좋은 작품이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요구사항(Requierments'입니다. 이 요구사항이 바로 프롬프트라고 할 수 있죠. 좀 더 가까운 예로는 미용실에서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프롬프트는 마치 미용실에서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 주세요! 하는 것과 같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은 사실 이 요청 과정에서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도록(미용실에서 나올 때 후회하지 않도록), 가장 효과적인 요청 방식들을 정리해 둔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가깝습니다. 제로샷, 퓨샷, CoT, 페르소나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죠. 하지만 우리는 개발자나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기에, 그 복잡한 가이드를 모두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AI도 인간의 프롬프트 패턴을 많이 학습해서 이제는 개떡 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경우가 많죠.
복잡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 대신, 우리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훨씬 더 익숙하고 강력한 무기가 있죠. 바로 '5W1H(6하원칙)'입니다. 기획서를 쓰든, 보고를 하든, 회의를 하든 항상 업무의 기본이 되는 바로 그 원칙이죠. 이 간단한 프레임워크야말로 AI라는 장인과 가장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대화법입니다.
이제 5W1H 프레임워크를 쓰세요.
5W1H 원칙이 AI와의 소통에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AI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AI를 어려운 프로그램이나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생각하는 대신, 함께 일하는 ‘신입사원’이나 ‘외주 대행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대행사하고 처음 일하는 경우 대뜸 "우리 회사 브랜딩 전략 짜주세요"하고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많지만..) 제대로 소통을 하려면 우리는 어떤 회사인지(Who) 프로젝트를 왜 시작하게 됐는지(Why), 어떤 결과물을 기대하는지(How) 등 최대한 상세한 배경 정보를 공유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죠.
제가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는 ‘브리프(Brief)’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캠페인의 목표, 타깃 고객, 핵심 메시지 등을 꼼꼼하게 정리한 문서죠. AI에게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과정도 이와 똑같습니다. AI라는 유능한 파트너에게 명확한 ‘업무 지시서’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프롬프트는 더 이상 막막한 기술의 영역이 아니게 됩니다.
그럼 직접 한번 AI에게 보낼 ‘업무 지시’를 작성해 볼까요? 여기에 아주 흔한 방식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AI에게 질문을 던져보셨을 겁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가 이야기 나눈 ‘6하 원칙’을 적용해서 이 요청을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업무 요청으로 바꿔 보세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잠시 멈추고 직접 작성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작성해 보셨나요? 정답은 없지만, 제가 예시를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곧 출시될 제로 슈거 음료의 인지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돼.
너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전문가로서(Who)
이 음료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Why)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 될 만한 챌린지 아이디어 3가지를 제안해 줘(How)
어떤가요? 후자의 요청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기에, AI 파트너가 우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쓸모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확률이 월등히 높아집니다. 여기서 Who는 내가, 너는.. 형식으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나는 이것이 필요하니 너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무엇을 해달라는 식이죠.

글로벌 시장 진출 조사를 위한 프롬프트의 구성 예시
만약 시장 조사 등을 요청한다면 여기에 최근 몇 년 간에 대한 내용을 조사해야 하는지, 시장은 국내인지, 해외인지 등 다른 원칙을 더한다면 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AI와 제대로 일하는 방식의 첫걸음입니다.
프롬프트 더 쉽게 쓰는 방법은?
프롬프트는 결국 왜? 이 요청을 하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나머지 요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복잡한 요소들을 외울 것이 아니라 AI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가 업무를 하다가, 그래서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하고 현타가 오는 것처럼 이 부분은 AI에게도 중요합니다.
매번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하는 김 과장이 이번에도 손을 들었습니다.
6하 원칙으로 생각하니까 프롬프트도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그런데 궁금한 건 저희 재무팀 같은 경우 매주, 매월 반복되는 보고서 작업이 많거든요. 혹시… 그런 반복적인 업무에도 매번 이렇게 프롬프트를 새로 작성해서 입력해야 하는 건가요?"
사실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프롬프트를 쓸 일은 많지 않죠 더구나 회사는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들을 누군가 또 하고 있을 겁니다. 회의를 하면 회의록을 작성할 거고, 홍보팀이라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인사팀이라면 채용공고 같은 것을 만들 수 있겠죠. 이런 비슷한 일들은 매번 같은 요청을 반복할 필요가 없도록, 우리 회사, 또는 우리 팀의 규칙과 데이터, 업무 스타일을 학습시킨 ‘나만의 맞춤형 AI’를 만들면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맞춤형 AI를 만드는 방법을 포함해서, 프롬프트를 더 간단하게, 하지만 내 의도는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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