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션들을 통해 AX를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AI라는 ‘도구’가 보다 우리 업무에서 해결하고 싶은 ‘목표’에 집중해야 할 것. 둘째, AI를 만능 해결사가 아니므로 인간과 AI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것이었죠.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AI 툴들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이런 원칙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AX 프로젝트 역시 표류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명확한 목표와 함께 AI와의 R&R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에 적합한 AI를 ‘스카우트’해야겠죠.
저는 다시 한번 AX 팀원들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나눠주었습니다.
첫 시간에 했던 것처럼 ‘목표’로 돌아가 보죠. 여러분의 일주일 혹은 한 달을 통틀어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무한 반복 업무’는 무엇이었는지 한번 적어 보세요. 사소한 것도 상관없습니다.
팀원들은 각자 업무 상 주고받았던 메일을 확인하거나, 주간 보고서를 확인하고, 캘린더를 확인하면서 내가 어떤 업무들을 하고 있었나 다시 확인해 보고 있었죠. 그리고 한 명, 두 명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고 있을까?
화이트보드 위에 AX 팀원들이 각자 적어낸 포스트잇이 붙었습니다.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지만 중복되는 부분들을 제외하면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었죠.

여러 부서에서 모였지만, 결국 우리의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앗고 있던 업무의 본질은 거의 비슷합니다. 저는 포스트잇들을 떼어내 옮겨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화이트보드 위에는 세 개의 큰 덩어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고객 문의 응대’나 ‘반품 제품 검수’처럼 플랫폼 운영 상의 업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보를 찾고, 정리해서, 특정 형식의 문서로 만드는 일’입니다. 회사의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대부분 회사들이 비슷한 상황이죠.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결국 문서(Documen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은 업무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보고서 작성, 이메일 처리와 같은 문서 관련 업무에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그럼 이런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AI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트렌드 조사’나 ‘해외 아티클 요약’처럼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심층 리서치(Deep Research)’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PPT 작업을 할 때는 '감마(Gamma)'나 '젠스파크(Genspark)'를 쓸 수 있죠. 반복된 업무의 처리는 '메이크(Make)'를 활용할 수 있죠.
우리 만의 AI 협업 프로세스 만들기.
저는 냅킨(Napkin)을 활용해서 빠르게 위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일단 문서 작성을 중심으로 해서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만들고 우리 업무를 도와줄 AI 도구들을 대입시킬 수 있겠죠.

이후 저는 AX 팀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4개의 핵심 주제를 아래와 같이 정했습니다. 이 네 가지 모듈은 단순히 AI의 기능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지난 세션에서 우리가 함께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협업의 관점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한 결과물입니다.
모듈 1: 정보 수집 및 분석
AI: ‘경쟁사 조사’나 ‘해외 아티클 검색’처럼 웹상의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서 패턴을 찾아 줍니다.
Human: AI가 찾아준 사실들 속에서 우리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맥락’과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최종적인 방향을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모듈 2: AI와 함께 문서 초안 작성
AI: 우리가 정한 개요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보고서의 ‘초안’을 빠르게 작성하여, 백지 앞에서 시작하는 막막함을 없애줍니다.
Human: AI가 만든 초안에 우리 조직의 ‘논리’와 설득의 ‘스토리’를 부여하고, 핵심 메시지를 날카롭게 다듬어 최종 결과물을 완성합니다.
모듈 3: 프레젠테이션 준비하기
AI : 완성된 텍스트 보고서를 기반으로 발표용 스크립트를 만들고, PPT의 기본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완성합니다. (최종 완성된 후에는 오탈자 검수)
Human: 프레젠테이션의 핵심 ‘메시지’를 정하고,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설계하며, AI가 만든 슬라이드의 논리적 흐름을 구성합니다.
모듈 4: 반복 업무 자동화
AI : 정기적으로 반복되거나 특정 상황에서 발생되는 업무를, 인간이 설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Human: 어떤 업무를, 어떤 순서로 자동화할지 ‘규칙’을 ‘설계’하고, 자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외 상황을 처리하며 시스템을 개선합니다.
Kickoff를 마치며...
그렇게 문서 작성과 관련된 내용을 핵심 과제로 정하고, 또 해당 업무 프로세스에서 인간과 AI의 역할을 나누는 네 가지 핵심 모듈을 중심으로, 앞으로 진행될 워크숍의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처음엔 다소 막막했던 느낌이었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죠.
그때, 재무팀 김 과장이 손을 들었습니다.
최프로님, 네 가지 중점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을 것 같은데요. 다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AI에게 질문을 잘하는 법 아닐까요? 박 대리의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질문을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요. 인터넷에 보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게 있다는데, 혼자 공부하려니 솔직히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김 과장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수긍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눈치였습니다.
김 과장님,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셨네요. 우리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도, 결국 AI와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겠죠.
그래서 우리 워크숍의 첫 번째 주제는 프롬프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러분이 가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깨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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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가우스 F&B라는 가상의 세계관 안에서 발생되는 일을 토대로 합니다. 문서 작성과 관련된 부분이 모든 회사의 공통된 과제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간 여러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나왔던 공통된 주제이기에 문서라는 부분을 설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