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력서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번의 공백(Year-off)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의도를 갖고, 진심으로, 그리고 담대하게 Year-off 기간을 살아낸다면 오히려 커리어는 더욱 단단해진다. 그 시간을 통해 쌓은 '스토리'와 새로운 스킬은 나의 강력한 자산이 된다.

- 위험한 인생책, 크리스 채 지음


저자는 커리어에서 안식년을 2번 경험했고 본인의 그 기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스토리로 엮어서 책으로 출간했다. 안식년이 단순히 ‘쉼’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본인만의 스토리를 만든다면 커리어를 더욱 단단하게 해 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안식년을 하나의 로망처럼 꿈꾸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 두 번이나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가 부러우면서도 아이가 둘 있는 가장인 내가 과연 안식년을 시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오버랩되었다.


혹시나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든다면 국가에서 주는 육아휴직 급여와 다른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 육아휴직을 3개월 사용하면서 육아도 육아지만 회사를 다니며 할 수 없는 일을 해보자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결국 육아를 우습게 봤던 나는 육아 외에 특별히 이룬 게 없었지만, 일상의 패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교훈은 얻었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뭔가를 하는 행위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면서도 매일 적지 않은 만족감을 선사했으며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안식년을 통해 노르웨이를 여행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프리랜서로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결국엔 책까지 출간했다. 책에서는 그녀가 처음에 안식년의 성공 여부를 ‘계획한 것들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해결했는지’로 평가했지만, 남편은 정규직일 때 느끼기 힘든 자유를 제대로 만끽하는 데 진심이었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인은 다 똑같구나, 그게 한국인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 자체가 영유아가 되는 시기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지,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불행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불쌍하고 안타까운 모습일까.


그녀는 안식년이 끝났을 때 내린 결정이나 그 시점의 모습으로 가늠할 수 없으며 진정한 변화는 그 이후에도 서서히 진행된다고 언급한다. 마치 맑은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가 서서히 번지듯이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게 아무리 작더라도 결국 나를 변화시킬 것이며, 그 이후의 나는 또 다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안식년을 계획하거나 꿈꾸는 직장인들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다. 건강을 회복하거나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계획을 세우고 과감히 실행하기 딱 좋은 기회다. 다만 그냥 시간을 보내기엔 1년이라는 시간은 많이 아깝다. 일단 적어보자. 목표를 적고 남들에게 알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목표를 달성한 확률이 몇 배나 높다는 통계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