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제품의 작은 개선은 꾸준한 매출 증가를 이끌어낸다.
대부분의 마케터는 제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고객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그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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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17 실망감, 애플 시가총액 1,120억 달러 증발”.

애플은 09. 09일에 쿠퍼티노 특유의 방식으로 새 아이폰 17 라인업을 공개했다. 세련된 영상, 경쾌한 음악, 유리와 철제 구조의 본사 앞을 여유롭게 걸으며 등장한 팀 쿡과 팀원들. 완벽하게 연출된 무대였다. 하지만 이번엔 무대 연출만으로는 감출 수 없었다. 애플은 AI를 놓쳤다.

지금 기술 업계의 모든 화두는 AI다. 그러나 아이폰 속 AI는 ‘히트’보다 ‘미스’가 많았다. 애플은 오히려 ‘AI’를 언급하지 않는 게 현명했다.
대신 내세운 것은 더 나은 카메라, 더 밝은 화면, 더 빠른 충전. 그리고 그날의 주인공은 조금 더 얇아진 아이폰 에어(iPhone Air)였다.

나야.. 아이폰 에어!

나야.. 아이폰 에어!

멋진 제품이었다. 하지만 리뷰어들을 흥분시키기엔 조금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전문가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사전 주문은 폭주했다. 애널리스트 Ming‑Chi Kuo에 따르면, 3분기 iPhone 17 시리즈의 생산 목표는 전년 대비 약 25% 높게 설정됐다. Wccftech+2PhoneArena+2 중국에서는 예약 시작 후 플랫폼이 과부하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출시 직후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소 냉정했다. 공개일 직후 주가가 약 1.5% 떨어졌고, 다음 날 다시 약 3.2% 하락하며 시가총액에서 1,120억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0일(미국 현지 기준)에는 주가가 반등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날 주가는 약 4.2% 올라 시가총액이 약 3.9조 달러 수준으로 회복됐다.

요컨대, 애플은 또 해냈다 — 아이폰을 ‘조금 더 좋게’ 만들었다.

09. 09 아이폰 17 발표


포트폴리오 모멘텀

많은 마케터들이 여전히 애플의 플레이북을 과소평가한다.

1. 끊임없이 ‘조금 더 좋게’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전 교수 패트릭 바와이즈와 숀 미언은 『심플리 베터(Simply Better)』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브랜드는 화려한 혁신보다, 경쟁자보다 조금 더 나은 고객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으로 성장한다.”

두 사람은 전 세계 수백 개 기업을 관찰했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은 ‘심플리 베터’ 원칙을 적용했다
— 작은 개선을 매년 반복하는 것. 실험실에서는 미세한 차이지만,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2. 성장하는 시장을 잡는다

아이폰 매출은 2022년 이후 약 2,00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 2022년 780억 달러에서 2023년 920억 달러로, 18% 증가. 음악·영상·앱스토어 같은 ‘디지털 구독’ 시장이 애플의 새 성장축이 된 것이다.

맥킨지의 한 장기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10년 넘게 400개가 넘는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성장 원천은 세 가지로 나뉜다.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성장: 22%

인수합병(M&A): 35%

그리고 나머지 43%는 ‘어떤 시장에 속해 있느냐’에서 비롯됐다. —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모멘텀’이다.

성공의 절반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에서 하느냐’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아이폰이라는 핵심을 방어하면서, 성장하는 서비스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기존 시장은 지키고, 새 시장은 키우는 것. 이게 애플의 지속 성장의 구조다.


“조금씩이 모여 핵심을 고치느냐, 고치지 못하느냐”

HMM – 핵심을 바로잡다

한때 HMM(옛 현대상선)은 적자에 허덕였다. 글로벌 운임은 하락했고, 선박 운영 효율은 낮았으며,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에서의 존재감도 희미했다.

하지만 HMM은 ‘크게 바꾸는 혁신’ 대신 핵심을 조금씩 바로잡는 일에 집중했다. 낡은 선박을 교체하고, 운항 스케줄을 정비하고, 고객(화주) 서비스 경험을 개선했다. 2018년에는 초대형 친환경 선박 20척을 발주해 운송 단가를 낮추고, 신뢰도를 높였다. 2020년에는 글로벌 얼라이언스인 THE Alliance에 합류하며 전 세계 항로 네트워크를 복원했다.

그 변화는 서서히 쌓였다. 팬데믹 이후 물류대란이 오자, 효율화된 선대와 개선된 서비스 품질은 빛을 발했다. 2021년 HMM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7조 원을 넘겼고, 2022년에는 10조 원대의 기록을 세웠다. 회사의 체질이 달라졌고, 신뢰도 함께 회복됐다.

HMM은 큰 혁신보다 조금 더 나은 운영, 조금 더 나은 고객 경험, 조금 더 나은 제품(서비스)로 시장을 이겼다.

한진해운 – 핵심을 외면하다

한진해운 역시 한때 세계 7위의 거대 해운사였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외면했다. 운항 효율은 떨어지고, 부채는 쌓였으며, 투자자들은 자산을 빼내며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회사의 중심인 ‘운항 네트워크’와 ‘서비스 안정성’은 무너졌다.

2016년 8월,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회생) 신청을 했다. 전 세계 항만에서 선박이 정박을 거부당했고, 수백만 개의 화물이 바다 위에 갇혔다. 글로벌 공급망은 순식간에 흔들렸다. 그리고 2017년 2월, 법원은 파산 선고를 내렸다. 한때 ‘대한민국의 바다’였던 한진해운은 사라졌다.

핵심을 고치지 못하자, 배는 멈췄다.

두 회사의 차이는 명확하다. HMM은 핵심을 고쳤고, 한진해운은 그러지 못했다. 하나는 다시 항해를 시작했고, 다른 하나는 항로를 잃었다.

이건 해운업 이야기이지만,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케터가 매일 하는 일은 ‘무언가를 홍보하는 것’ 같지만, 진짜 성장은 핵심을 조금씩 더 좋게 만드는 일에서 온다.
고객이 겪는 불편, 느린 서비스, 낡은 UX, 그 작은 개선들이 결국 브랜드를 되살린다.

HMM이 대형 광고 없이도 신뢰를 회복했듯, 마케터에게도 ‘제품의 본질’에 개입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바로 고객 인사이트다.

고객의 불편을 포착하고, 그 작은 단서를 개선 제안으로 만들 때, 브랜드는 진짜로 성장한다. 마케팅은 제품의 바깥이 아니라,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마케터가 놓치고 있는 ‘진짜 성장의 자리’

제품을 개선하는 것은 마케터가 가진 가장 강력한 성장 레버다.

애플이 평면 시장에서도 아이폰을 성장시킨 이유, 콜게이트가 해마다 미묘한 업그레이드로 치약을 팔아치우는 이유,
닥터마틴이 스토리텔링에서 제품 마케팅으로 전환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케터는 제품에 관여하지 않는다.

《Marketing Week》의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89%의 마케터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79%는 리서치와 인사이트를 관리하지만,

제품·서비스·혁신을 담당하는 비율은 단 49%다.

맥킨지의 글로벌 조사에서는 이보다 더 낮다. 제품 관리 책임이 있는 마케터는 38%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고객이 실제로 구매하는 그 제품”에 관여하는 마케터가 절반도 안 된다.


왜 마케터는 ‘제품’에서 멀어졌나?

“OOO 마케터님, 내일부터 제품 개선 업무에도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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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마케터는 이런 말을 들으면 잠시 멈칫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중심으로 역할이 고정된 조직에서, ‘제품 개선’은 여전히 다른 부서의 일로 여겨지기 쉽다.

사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FMCG(소비재)에서는 마케터가 곧 브랜드 매니저이자 제품 매니저였다.
P&G, 유니레버, 콜게이트 같은 기업에서 ‘마케팅’의 뿌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요즘 마케터들은 기술, 금융, 서비스, B2B 산업에 종사한다. 이곳에서 ‘제품’은 다른 부서의 소유물이었다.
마케터는 스스로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CEO가 마케터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하나다 — “성장을 만들어라.”
그러나 칸 라이언즈에서 마케터들이 이야기하는 성장은 슬로건, 스토리텔링, 틱톡 캠페인이다.
재미있지만, 진짜 성장은 거기서 오지 않는다.

M&S(마크스앤스펜서)는 그걸 증명했다.
2024년 《Marketing Week》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된 M&S는 좋은 크리스마스 광고 때문만이 아니라,
제품·가격·매장 경험을 모두 재정비한 결과로 22%의 순이익 성장을 달성했다.

제품과 프로모션은 쌍둥이다.
하나만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애플 역시 스토리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었다.


제품에 관여하기 위한 마케터의 실전 전략

물론 현실적으로 마케터가 당장 제품을 ‘소유’하긴 어렵다.
개발팀이 코드 접근 권한을 넘겨주지도 않을 것이고, 설계팀이 선박 설계를 맡기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품에 직접 손대지 않아도, 방향을 바꿀 수는 있다.

CMO들과 일하며 얻은 현실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작게 시작하라 마케터의 가장 큰 무기는 ‘고객의 목소리’다.
단순한 피드백이 아닌 아이디어로서의 고객 인사이트를 수집하라.
경쟁사의 변화, 고객의 불만, 작지만 혁신의 씨앗이 될 조짐을 기록하라. 제품의 ‘진짜 상태’를 직접 파악하라.

그 인사이트를 조직 안으로 가져가라 무대 위가 아니라 복도와 회의실에서부터 시작하라.
작은 회의, 1:1 대화, 누구도 마케팅이 나설 거라 생각하지 않는 자리에서 고객의 진실을 전하라. 처음엔 위험해 보이지만, 곧 신뢰가 쌓인다.

존중을 얻었다면, 행동하라 고객을 웃게 만드는 작은 개선을 제안하라. 충성도를 높이는 세밀한 디테일을 지켜내라.
팀 호튼의 마케터들처럼 ‘진짜 가치를 만든 사람’이 되어라.

마케터라면, 직함이 무엇이든 제품의 바깥에 머물지 마라. 당신은 고객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통찰을 갖고 있다. 지금 바로 제품의 안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잊지 말자 — 나쁜 제품을 구할 광고는 없다.


Constant improvement leads to constant growth – just ask Apple
본문은 위 글을 인용하여 국내 시장에 맞추어 재구성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