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도 중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 - 덜어내기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우리는 보통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배웁니다. 역할을 주고, 맥락을 설명하고, 원하는 포맷까지 상세히 적으라고 하죠. 저는 최근 반대의 방향을 시도 중입니다. 오히려 지시를 덜어내는 것이죠.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는 ‘XY Problem’이라는 흔한 현상이 있습니다. 누군가 문제 X를 해결하려다가 스스로 해결책 Y를 떠올려서 “Y를 어떻게 구현하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방법 Z가 있는데 왜 Y를 구현하려고 하나요?”라고 말하는 것이죠.


프롬프트에서도 똑같은 일이 나타납니다.

“OO 브랜드의 바이럴 릴스 시나리오를 짜줘”라고 요청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여러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쓰기로, 릴스 포맷으로, 바이럴을 목표로. 그런데 정말 이 브랜드에게 지금 필요한 게 릴스였을까요? 타겟 고객층이 릴스를 많이 볼까요? 바이럴보다 충성도 높은 소수 팔로워가 더 중요하진 않을까요?

대신 “OO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성장 플랜을 달라”고 요청하면 어떨까요?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수단은 열어둔 질문입니다. AI는 릴스뿐 아니라 콜라보레이션, 스토리 전략, 해시태그 최적화, 인플루언서 협업 등 다양한 옵션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OO 브랜드의 온라인 가시성을 높이려면?“이라고 묻는다면 인스타그램조차 유일한 답이 아닙니다. 틱톡이 타겟층에 더 맞을 수 있고, 유튜브 쇼츠가 전환율이 높을 수 있으며, 블로그 SEO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례들도 있습니다.

❌ “파워포인트 10장짜리 사업계획서 만들어줘”
✅ “투자자를 설득할 사업계획 자료가 필요해”
→ 어쩌면 10장 PPT보다 2페이지 PDF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500자 이내 제품 설명 써줘”
✅ “고객이 3초 만에 이해할 제품 메시지가 필요해”
→ 글자 수가 아니라 명확성에 최적화된 답을 얻습니다

❌ “이메일 제목 10개 뽑아줘”
✅ “오픈율을 높일 이메일 전략 필요해”
→ 제목뿐 아니라 발송 시간, 세그먼트 분리 등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항상 추상적으로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방향을 정했다면 : “릴스 시나리오 10개, 각 15초 분량, MZ세대 타겟”처럼 명확히 요청하는 게 맞습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구체성이 효율적이죠.

질문을 던질 때 아직 여러 솔루션을 탐색 중이라면 : 한 단계 덜어내보세요. 스스로 정한 수단(릴스, PPT, 이메일)이 정말 최선인지 확신이 없다면, 그 수단이 아니라 목표(팔로워 증가, 투자 유치, 고객 참여)를 질문하는 겁니다.


간단한 질문 하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가 요청하는 이것이 진짜 목표인가, 아니면 목표 달성을 위해 내가 생각한 하나의 방법인가?”

후자라면 시각을 넓히고 좀 더 상위 단계에서 궁극적인 목표에 더 가까운 질문을 고민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결국 AI와의 협업입니다. 우리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면 AI에게 물을 필요가 없겠죠.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경로를 AI가 제안할 수 있도록, 질문에서 조금 덜어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XY Problem에 빠지지 않으려면, 때로는 Y가 아니라 X를 말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