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조 속에서는 진실을 파헤치는 시도조차 사라지고, 우리 스스로는 물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도 점점 잃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흐름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주저한다.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서다. 하지만 바로 그런 불편한 질문들이 우리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열쇠다. 진실을 담아 서로에게 정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연결과 치유, 그리고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도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과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가장 좋은 길이다.”- 159~160쪽, 『거짓 공감, 우리는 왜 남으 말에 휘둘리는가』 중에서
강연을 하거나, 혹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내가 알지 못하는 범위의 질문을 받을 때, 나는 답변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봤다. 사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면 좋지만, 모른다고 말하는 게 창피하다는 생각에 답을 얼버무리기도 한다. 대화의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은 이럴 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상대에게 “그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라고 한다. 그것을 통해 내가 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까칠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돌진형 인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질문이지만, 정작 본인은 하기 싫은 질문이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불편한 게 있으면 이야기해 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서는 누구나 입을 열지 않는다. 대중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 사적인 공간에서의 질문은 어떤가. 상대를 배려한다고 답할 수 있는 것들만, 혹은 괜히 물어서 화를 불러일으킬까 봐 질문을 주저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업무 중에서 팀장의 지시에 대해서 수긍하지만, 정작 업무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대로 질문하지 않는다. 그 실수나 오류를 본인에게 있다고 인정하고 질문을 스스로 닫아버린다. 이전과 다르게 업무 환경이 수평적인 형태로 바뀌고, 조직 운영에도 직원들의 참여를 높이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그만큼 질문의 기술은 개선되거나 확장되지는 않았다.
불편한 질문이 편안하게 다가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질문을 한 사람을 용기 있다고 말하지 않고, 그룹에서 다른 사람 취급을 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쉽게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동조 편향’도 한몫한다고 본다. 길이 비교실험에서 '어느 선이 긴지'를 실험참여자들에게 물어보는 데 이미 여러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들의 답이 틀렸을지라도 그것이 대다수의 답이라고 하면, 그 결정을 거역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편한 질문이 많아진다는 것은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고 던지는 질문에 대해 뒤로 물러서거나 거부하기 전에, 용기 있게 대응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제나라 네렌버그(Jenara Nerenberg)는 자신이 쓴 책 『거짓 공감,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에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침묵시켜 온 틀을 깨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며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데 있어 안전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질문이다. 그는 질문은 우리 각자를 지켜주는 등불이고, 의심은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나 똑똑한가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