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어떤 장르의 영화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로맨스, 드라마, 호러, 판타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 중에서도 제 원픽은 SF 영화예요. 화려한 그래픽과 이세계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좋아하거든요.

때문인지, 최근 TV를 시청하다가 마주친 한 광고가 잊히지 않았는데요. 광고라기보다는 SF 영화의 티저 영상 같았던 HL 그룹의 새로운 광고, ‘I am 에이첼’을 지금부터 만나 볼까요? 🪐- 에디터 서미  

 HL 그룹 – <I am 에이첼> 

📌누가 : HL 그룹

📌무엇을 : ‘I am 에이첼’ 시리즈 광고

📌언제 : 2024년 7월 5일

📌어디서 : TVC 및 유튜브에서

📌어떻게 :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왜 : 새로워진 HL을 각인시키기 위해

 나를 믿어, I am 에이첼 

HL 그룹이 지난 7월 총 4편의 그룹사 광고 ‘I am 에이첼’ 시리즈를 공개했어요. 62년 만에 탄생한 광고 모델, 에이첼이 등장하는 각 광고는 ‘나를 믿다’라는 도전적인 카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그래픽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광고가 공개된 지 10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뷰를 기록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7월 2주차 TVCF 랭킹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석권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죠.

에이첼 광고가 인기를 얻을수록, 많은 사람들은 과연 이 광고가 어디까지 진짜인지, 특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 ‘에이첼’이 가상 인물이 아닌 현실 인물이 맞는지 궁금해 했어요. 이에 대한 에이첼의 답변은 단 하나! “나를 믿어.” 였답니다.

 미래에서 온 소녀가 전하는 메시지 

공개된 4편의 광고의 주제는 에이첼이 겪은 여정을 뜻해요. ‘런칭(시작)’부터 ‘변화’, ‘전진’, ‘모험’ 4개의 여정을 거쳐 에이첼은 광고의 시청자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키는데요. 

🪐외계 행성의 소녀, 에이첼

(출처: HL 공식 유튜브)
(출처: HL 공식 유튜브)

런칭 편에서 처음 등장한 에이첼은 미래를 잘 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미래를 보고 왔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는 에이첼이라는 캐릭터가 믿음에서 시작해 미래를 바라보는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출처: HL 공식 유튜브)
(출처: HL 공식 유튜브)

이어지는 세 개의 광고에서도 에이첼은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지켜 나가요. 우주 밖 비 내리는 행성에서 거꾸로 날아 오른 에이첼은 매 순간 달라지는 지구를 바라보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해요. 또 다리가 없는 망망대해를 달리며 불안하더라도 나만의 방향으로 전진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모험에 빠져들더라도 믿음과 함께라면 더 멋진 내일을 꿈꿀 수 있다고 전합니다.  

(출처: HL 공식 유튜브)
(출처: HL 공식 유튜브)

그렇다면 에이첼이 믿으라고 하는 ‘나’는 무엇일까요? 가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에이첼이 말하는 ‘나’는 나, 너, 그리고 우리를 뜻하는데요.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고, 믿음이 있어야 우리는 도전과 모험을 할 용기를 갖게 되죠. 때문에 에이첼은 광고 속에서 중요한 것은 가상인지 현실인지가 아닌, 스스로를 믿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몽환적인 광고의 비밀은 AI?

광고의 주인공 에이첼은 인간일까요, 아니면 AI 캐릭터일까요? 제작사인 HSAD에 따르면 에이첼은 실존 인물이지만, 몽환적인 광고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모델 스타일링에 힘썼다고 해요. 또한 각 광고 역시 유명 SF 영화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제작되었는데요. ‘시작’ 편은 <듄(Dune)>, ‘변화’ 편은 <인터스텔라(Interstella)>, ‘전진’과 ‘모험’은 <그래비티(Gravity)>를 떠올리게 해요.

개인적으로 광고가 모티프를 얻은 각 영화 모두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흥미롭기도 했는데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주제로 한 <듄>, 더 나은 터전을 향한 믿음을 주제로 한 <인터스텔라>, 극한 상황에서 개인을 향한 믿음을 보여 준 <그래비티> 등 믿음이라는 광고의 테마에 어울리는 영화 선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HL이 에이첼이 되어야 했던 이유 

‘에이첼’ 이라는 이름, 발음하다 보면 어쩐지 이 광고를 제작한 그룹사 ‘HL’과 유사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에이첼은 HL 그룹이 선보인,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가상의 페르소나인데요. HL 그룹이 에이첼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한라가 아닌 Higher Life, HL

(출처: HL 공식 유튜브)
(출처: HL 공식 유튜브)

HL 그룹은 지난 22년,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사명을 변경했어요. 더 높은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한라(Hanlla)에서 HL(Higher Life)로 무려 38년 동안 사용한 브랜드명을 변경한 것인데요. 그룹의 새로운 심볼 역시 ‘성큼성큼 걸어 대담하게 도약하는’ 스트라이드를 형상화했고, “익숙한 것을 혁신하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그룹이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어요. 그리고 이에 따라 그룹 브랜드의 이미지 변화에도 박차를 가했죠.

HL 그룹의 계열사인 HL 클레무브의 광고에서도 달라진 HL 그룹의 브랜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센서류와 하드&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클레무브의 광고에서도 자동차 광고지만, 자동차를 보여주지 않는 도전을 감행했죠. 낯선 길을 걸어가며 불안하더라도, 심지어 길을 잃더라도 이를 오히려 새로움으로 인식하며 ‘몰랐던 세상을 발견하는 것’ 이라는 모빌리티(이동)의 기본 원리를 강조했답니다.

이외에도 HL 그룹은 계열사 만도의 주차로봇, 파키(Parkie)를 선보이며 “움직이는 모든 것에 자유를” 이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지속적으로 새로움, 도전, 자유, 모험을 강조해 온 HL 그룹은 이제 하나의 공통된 정체성을 가진 페르소나를 원하게 되었죠.

✅ 새로워진 HL을 포용하는 ‘믿음’의 페르소나

HL 그룹이 제시하는 가치와 비전은 모두 결국 믿음에서 출발해요. 에이첼이 계속해서 믿음을 강조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죠.   

(출처: HL 공식 유튜브)
(출처: HL 공식 유튜브)

광고 제작사인 HSAD는 B2B기업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HL그룹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방법을 고민하다가 에이첼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밝혔는데요. 마케팅에 있어 브랜드 페르소나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번 HL 그룹의 페르소나인 ‘에이첼’의 등장은 효과적이었던 것 같네요!  

 페르소나 마케팅 사례.ZIP 

페르소나 마케팅이란 특정 타깃을 설정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주로 B2C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인데요. “내(=기업)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고도 해요.

✅ 나이키 – Just Do It!

페르소나 마케팅의 선두주자, 나이키는 ‘Just Do It’ 이라는 슬로건 아래 나이키와 함께 도전하는 불굴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켜 왔어요. 마이클 조던 등 메가 스포츠 스타를 조명하는 광고 뿐만 아니라, 스포츠 산업에서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여성 소비자를 임파워링하기 위한 광고까지 제작해 왔죠. 

5년 전 공개된 나이키의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광고 역시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대상으로서의 소비자를 조명하고, 가능성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요. 다양성과 새로움에 도전하는 연예인들과 선수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호평을 얻었답니다.

이외에도 나이키의 ‘Just Do It’ 개념 아래 다양한 광고들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편집 기법의 극한을 달렸던 ‘You Can’t Stop Us’ 광고 등, 나이키는 “모두가 무엇이든지 가능한” 정체성을 유지해 왔어요. 그러나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이례적으로 기존의 메시지와는 조금 다르게, 경쟁과 승리에 더욱 힘을 실어 광고를 제작했고 이로 인해 나이키로서는 이례적으로 편파적인 광고라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답니다.

✅ 룰루레몬 – 슈퍼걸

한편, 페르소나 마케팅이라면 떠오르는 또 다른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있죠. 바로 룰루레몬입니다. 룰루레몬의 페르소나, 일명 슈퍼걸(오션)은 32세 이상의, 운동과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전문직 여성을 의미하는데요. 창립자인 데니스 칩 윌슨은 요가 클래스에서 만난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페르소나를 찾고, 이에 맞춰 룰루레몬을 단순한 요가복 판매 회사가 아닌 ‘웰빙과 라이프스타일 최적화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만들었어요.

예시로, 룰루레몬은 나이키와는 달리 빅스타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과 요가 커뮤니티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 직원은 ‘에듀케이터’로서 손님에게 알맞은 운동 패턴과 매장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동시에, 고객의 소리(VOC)를 현장에서 수집해 제품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요.

또 세계 곳곳의,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열리는 요가 커뮤니티는 룰루레몬을 입는 고객들에게 일상에서 할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요. 덕분에 룰루레몬은 나날이 성장해,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죠!  

HL 그룹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람도 관심을 갖게 하는 광고, I am 에이첼. 으레 B2B 기업이라면 광고도 딱딱하고 형식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는데, 그런 편견을 깬 신선한 광고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구독자님에게 에이첼 광고는 어떻게 다가왔나요? 새로운 페르소나로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혹은, 이외에 정말 기발하다고 느꼈던 광고가 있는지도요! 만약 그런 광고가 있다면 함께 공유해 보아요. ☺️

– 에디터 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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