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쇼핑의 절대 포식자, 아마존이 다시 한번 오프라인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번엔 규모부터 압도적입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약 6,400평 규모의 초대형 마트 오픈을 예고한 것이죠.
이는 오프라인의 제왕 월마트 평균 면적의 1.3배에 달합니다.
온라인 점유율 40%를 거머쥔 공룡이 왜 자꾸 ‘미친 짓’이라 불리는 오프라인에 집착할까요?
답은 숫자에 있습니다. 미국 소비 시장의 약 80%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고,
아마존의 전체 영향력은 그 거대한 바다에서 고작 10% 남짓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왜 아마존은 그 똑똑한 데이터를 가지고도 오프라인에서 번번이 쓴맛을 봤는가?”
1. ‘4.5점의 배신’ : 데이터는 취향을 읽지 못한다
아마존이 야심 차게 선보였던 ‘아마존 4스타(Amazon 4-star)’를 기억하시나요?
온라인 평점 4점 이상의 검증된 제품만 모아둔 매장입니다.
마케터의 관점에서 이보다 완벽한 큐레이션은 없어 보입니다. 실패할 리 없는 데이터의 집합체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왜일까요?
온라인에서의 4점과 오프라인에서의 4점은 체급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평점은 ‘실패하지 않기 위한 지표’로 작동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은 ‘발견의 즐거움’과 ‘오감의 만족’을 기대합니다.
화면 속 별점은 매장의 공기, 제품의 촉감, 공간이 주는 설렘을 대신할 수 없었습니다.
데이터는 ‘팩트’를 말해주지만, 오프라인의 핵심인 ‘맥락(Context)’은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2. 기술의 함정 : ‘편의’는 방문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세계적 화제였던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의 실패는 마케터들에게 더 뼈아픈 교훈을 줍니다. ‘Just Walk Out(줄 서지 않고 그냥 나가기)’ 기술은 혁신 그 자체였지만,
냉정하게 말해 ‘결제의 편리함’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Reason to go)가 되지 못했습니다.
앱을 켜고 QR을 찍는 번거로움은 기술의 편리함을 상쇄했고, 정작 매장 안의 상품 구성(MD)은 평범했습니다. 고객은 ‘결제가 빨라서’ 매장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움직입니다.
아마존 고는 ‘어떻게 살 것인가(How)’에만 매몰되어,
‘무엇을 왜 살 것인가(What&Why)’라는 본질을 놓쳤습니다.
3. 오프라인은 ‘성공 방정식’의 이식 장소가 아니다
아마존의 이번 초대형 매장 도전은 파편화된 기술 실험을 멈추고,
월마트식의 ‘압도적 물량과 경험’으로 정면승부를 보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이 시점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온라인의 성공에 취해 오프라인을 ‘확장판’ 정도로 보지 마십시오.
오프라인은 준비 기간도,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도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온라인처럼 ‘가볍게 실행하고 고치는(Pivot)’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3년에 오픈한 무신사스탠다드 대구점(@무신사)
무신사스탠다드의 대구점 오픈을 앞두고 초청을 받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오프라인 총괄하시는 분에게 질문을 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현재 로드샵만 진행중인데,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채널 입점 계획은 없으신가요?"
그 분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신중했습니다.
"현재 검토중입니다."라고 하며 말을 아꼈습니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는 대표적인 SPA매장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무신사에게도 오프라인 확장은 조심스러운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기술은 구매 여정을 단축시킬 순 있지만, 구매의 욕구까지 창조하진 못한다.”
아마존의 유턴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인사이트는 ‘규모의 경제’가 아닙니다.
데이터라는 이름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의 삶이 머무는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고객의 구매 여정 중 어느 지점에서 ‘가슴 설레는 경험’을 주고 있습니까?
기술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냈을 때, 여러분의 공간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결국, 지루한 공간은 죽고 본질에 충실한 공간만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오프라인 사업만의 고민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고민이자 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