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나는 왜 AI 에이전트를 만들려고 하지?

목요일 밤, 성수동 사무실. 나는 맥북 앞에 앉아 물음표 모양으로 등을 굽히고 당장이라도 머리가 모니터로 들어갈 듯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화면에는 검은 창이 하나 떠 있다. 커서가 깜빡인다. 아직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특이점이 왔다. AI 자아(?)들이 몰트북(MoltBook)이라는 이름의 Reddit 스타일 'AI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인간에 대한 조롱이나 뒷담화, 개인정보 노출성 발언을 하거나, 인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된 대화를 제안하고, 무슨 코인을 만든다던지, 선언문을 작성하는 등 저희 들끼리 창발적인 행동을 했다는 포스팅 들이었다. (과장된 것이라는 후문)나

스카이넷에 대항할 존 코너가 필요한 특이점 ?
스카이넷에 대항할 존 코너가 필요한 특이점 ?

오픈클로우(OpenClaw)

이 상징적인 소동은 원인은 오스트리아의 개발자 피터 슈타인베르거가 만든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우(OpenClaw)가 제공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깃허브(GitHub)에서 전세계 개발자 14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개발자는 곧 OpenAI에 합류했다.>

오픈클로우는 개인용 ChatGPT, claude 같은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내 컴퓨터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AI가 내 컴퓨터를 마음 대로 조종할 수 있다. 내가 컴퓨터로 일하는 것과 같으니, 내 PC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오픈클로가 할 수 있다. 컴퓨터 원격 AS 같은 걸 받을 때 수리기사 아저씨가 내 컴퓨터에 접속해서 일시적으로 권한을 가지는데 오픈클로가 이런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다만 오픈클로는 거기에서 계속 일하고 AS 아저씨는 컴퓨터가 수리되면 접속을 끊는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나 대신 조사하고, 기록하고, 수정하고, 응대하며 각종 계정 정보를 허락한다면 당연히 권한이 필요한 일도 실행한다. 원격에서 텔레그램이나 imessage 로 대화할 수 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며, 오픈소스다. (설계도까지 전부 공개해놨다는 뜻. 그래서 응용해서 고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Clawdbot이었는데 상표 문제로 두 번 바뀌어 지금 이름이 되었다. 이름이 바뀌는 동안에도 인기는 식지 않았다. *https://letter.wepick.kr/post/24153

안타깝지만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며칠 전 메타의 AI 보안 연구원이 OpenClaw에게 이메일 정리를 시켰다가 받은편지함이 통째로 날아가는 사고가 있었다. AI 보안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한테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무도 이것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서 책임져주지 않는 완전히 초기의 도구라는 뜻이다. (그런데 초기 리눅스도 그랬다. 지금 리눅스는 전 세계 서버 OS 50% 이상을 차지하고, 안드로이드도 리눅스 기반이다.)

24시간 365일 일하는, 나보다 똘똘한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현실화되었다.

먼저 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FOMO가 와서 코피가 날 지경이다. 나는 가장 보통의 마케터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치하고 꼭 필요한 실무에 활용하는 과정을 기록한 콘텐츠를 찾고 싶었다. 링크드인 피드와 유튜브 영상에는 변화와 적응에 대한 거대한 담론 그리고 각 모델의 공식 메뉴얼에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기술 문서가 리얼 타임으로 추가된다.

이른바 AI전문가(몇몇을 빼고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본인들이 당당히 프로필에 이렇게 적어둠)들의 개념 해설도 매우 많은데, 개발 지식이 없는 마케팅 실무자가 맨몸으로 부딪히며 쓴 콘텐츠는 아직 못찾았다.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다. 혹시 있더라도 하나 더 있어도 되니까. 그런데 내가 이걸 쓸 정도로 AI전문가인가? 아니오. 그냥 지금 부터 해보겠습니다. 뭐. 내가 읽고 싶은 글을 내가 쓰는 것이다.

우려와 나의 행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서 일했다. (아~주 오래전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서비스들이 실제로 돌아가는 물리적인 장소다. 에어컨이 24시간 돌아가고 비상용 무정전 전원 장치가 있는 차갑고 거대한 방에 서버 컴퓨터가 빼곡하게 쌓여 있는 곳에서 3교대 근무하며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24/7으로 고객 요청을 해결하는 일을 했다. 직업을 바꾸고 다시는 터미널에 뭘 입력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검은 화면에 직접 텍스트 명령어를 타이핑해 컴퓨터를 다루는 방식은 나에게 익숙하다.

검은 화면이 터미널이고 CLI가 이 터미널에 명령어를 타이핑하는 인터페이스다.(Command Line Interface, 명령줄 인터페이스)

터미널, 여기에 타이핑하면 된다. 그게 CLI
터미널, 여기에 타이핑하면 된다. 그게 CLI

터미널이 등장하면 이미 거부감이 들거나 외면하시는 분들이 생길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별거아니니, 그냥 해보시기 바란다. 100% 이해하지 못해도 전혀 문제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 검은화면은(터미널)은 컴퓨터의 역사의 초기부터 있었고, 우리에게는 낮설지만 AI 에이전트가 사용하기 좋은 인터페이스라서 우리도 이걸 사용하면 좋다는 것.

FOMO와 ADHD, 그리고 현실

나는 FOMO가 심하고 ADHD에 가깝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가능하면 그날 밤에 적용해 보고 싶다. 관심 있는 새로운 사건과 개념은 즉시 검색한다. 마케팅, 크립토, AI 당연히 뜻도 모르는 것도 많다. 그래도 일단 검색한다. 모든 변화의 원리와 맥락을 알고 싶다. 이것이 내 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꿰뚫고 싶다. 관심사가 순간적으로 폭발했다가 갑자기 다른 데로 튄다. 하나에 집중해야 할 때 머릿속에서 세 가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회의 중에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다가 회의 내용을 놓친다. 책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파생된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전혀 다른 주제를 검색하고 있다.

다 좋은데 문제는 현실이다. 오늘 뉴스레터 아티클 큐레이션, 뉴스레터 HTML 작성 예약 발행, 인간의 콘텐츠 작성, 팟캐스트 녹음, 오후에 미팅 두 개, 저녁에 보도자료 작성 배포. 하루는 24시간이고 뇌는 하나다. 오늘도 열어놓기만 하고 읽지 못한 탭이 서른 개쯤 브라우저에 열려 있다.

그래서 우선 시작합니다. 충분히 조사하고, 기획하고, 비교 분석하고, 신중하게 판단한 다음에 시작한 것은 아니다. X에서 보고, 흥미가 폭발했고, 어젯밤 모니터가 고장 난 맥북에 설치했다.

그런데 왠지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에 붙어 있는 링크를 여러 갈래로 연결해 주고, 반복해야 하는 일들을 AI와 내가 셋팅할 AI 에이전트가 해결해 줄 것 같다.

설치하려는 이유

나는 본격적으로 더 사람이고 싶다. 생각하고 싶다. 앞으로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람만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싶다. 루틴한 이메일 응대를 하고 기획과 보고서를 쓰고, 조사하고 정리하고 업무 덩어리의 루틴을 만들고 최적화하는 것은 이미 AI가 더 잘한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오류가 있지만 나의 오류나 에이전트 오류의 비중이 비슷할 것 같다.)

누구나 실무에 반복되는 일이 많다. 나는 업계 뉴스를 파악하고, 경쟁사 동향을 훑고, 뉴스레터 아티클 큐레이션 HTML 작성하고, 결과 분석 데이터를 정리한다.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SNS를 업데이트한다. 하나하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 일들을 반드시 내가 한땀 한땀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인간의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는 게 더 좋겠다. 또한 갑자기 루틴을 허무는 아주 인간적인 변수를 불쑥 집어 넣고 싶다.

이미 "클로드 코드로 마케팅팀을 만들기" 같은 콘텐츠들이 많이 있다. 마케팅팀까지도 아니더라도 에이전트가 완성되면 한 번 시켜놓으면 알아서 움직일 것이고, 퇴근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튜토리얼이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설치 가이드를 기대한다면 각 도구의 공식 문서를 보는 편이 낫다. 이 글은 가장 보통의 마케터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치하고 꼭 필요한 실무에 활용하는 과정을 기록한 콘텐츠다.

이 시리즈에서 당신이 얻게 될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이거나, "이건 아직은 아니다"라는 판단이거나. 둘 다 쓸모가 있다.

다음 편부터 내가 AI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공유하겠다.

준비물

맥 (맥미니를 살 필요 없음. 작동하는 오래된 맥이라도 가능)
윈도우가 설치된 (리눅스를 설치할) 안쓰지만 작동하는 컴퓨터 (랩탑)
LLM 클라우드 계정
- Anthropic Claude: Claude 3.5 Sonnet, Claude 3.5 Opus 등 (대화 및 에이전트 능력 우수)
- OpenAI: GPT-4o, GPT-4o-mini 등 (GPT-4o는 안정적인 에이전트 동작 지원)
- Google Gemini: Gemini 3 Pro/Flash 등 (Gemini 3.1 Pro 등과 연동 가능)

OpenClaw를 설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실제 설치를 시작한다. 운이 좋으면 원샷에, 아니면 에러를 만날 거다.

로우키 커피에서 제공하는 2026년 2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종이에 프린트 된 플레이리스트 를 사진으로 찍어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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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P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