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님, 안녕하세요! 마케터들의 목요일 아침을 깨우는 위픽레터 에디터 허성덕입니다.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조금 서늘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성실하게 갈고닦아 온 ‘성공의 문법’들 - 복잡한 건 자르고, 무거운 건 짤(Meme)로 포장하는 방식 - 이 의도치 않게 인간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마저 하나의 거대한 '도파민 콘텐츠'로 만들어버린 것 같거든요.
비극조차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소비되는 이 기묘한 풍경 앞에서, 위픽레터가 준비한 이번 안내서는 우리가 마주한 '관심 경제'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애도보다 주식 계좌를 먼저 확인하게 만드는 이 서늘한 본능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오늘, 그 솔직하고도 불편한 진실을 함께 짚어보시죠.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
'착한 마케팅'이나 ESG를 외치면서도, 정작 숫자로 움직이는 소비자의 본능 앞에서 괴리감을 느껴본 실무자
트래픽과 도파민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대중의 '진짜 욕망'이 어디로 흐르는지 궁금한 기획자
아침 뉴스 알림을 보며 애도보다 '내 주식 계좌'를 먼저 떠올리고, 스스로 딜레마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모든 분
비극을 유희로 바꾸는 관심 경제의 민낯
1. 참상이 도파민 숏폼으로 변질될 때
실제 피 흘리는 현장 대신, 액션 영화 장면처럼 소비되는 숏폼화된 비극
뉴스보다 SNS, 알고리즘이 선택한 비극의 화력
지금 많은 사람들은 뉴스를 ‘읽지’ 않습니다. 숏폼 플랫폼으로 세상을 ‘봅니다’. 2026년 3월 현재, 미국-이란 무력 충돌 관련 콘텐츠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연일 기록적인 트래픽을 갈아치우고 있죠. 플랫폼들이 허위 정보나 AI 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 수익화 제한이라는 강수를 띄우고 있지만, 이미 숏폼에 길들여진 대중의 조회수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비극조차 알고리즘의 땔감으로 태워지는 거대한 관심 경제의 단면입니다.

630만 뷰를 기록한 '가짜 폭격' 영상의 역설
최근 X(구 트위터)에는 요르단 미군 기지에 폭격이 가해지는 장면이라며 올라온 영상이 하루 만에 63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조잡한 딥페이크 영상이었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영상미’ 그 자체를 즐긴 겁니다. 마치 넷플릭스 신작 예고편에 ‘좋아요’를 누르듯이 말이죠. 전쟁의 배경이나 맥락을 짚어주는 진지한 분석 기사들도 쏟아지지만, 자극적인 숏폼 영상의 압도적인 전파력 앞에서는 그 힘이 무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도파민을 자극하지 못하는 무거운 진실은 알고리즘의 선택지에서 점점 밀려나는 구조입니다.
2. 평화보다 내 계좌의 '파란불'이 무서운 대중
타인의 고통을 수익률로 치환하는 현대인의 가장 솔직한 욕망
'평화'는 추상적이고 '손실'은 즉각적이다
전쟁은 누군가에겐 생존의 문제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거대한 숫자의 움직임일 뿐입니다. 실제로 2026년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내 방산 업종은 유례없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은 방산 호황에 힘입어 재계 시총 순위를 단숨에 4위권까지 끌어올렸죠. 뉴스 헤드라인은 비극을 말하는데, 대중의 눈은 '방산주 수익률'과 '풀매수 타점'을 향해 있습니다. 참혹함이라는 도덕적 가치보다 내 자산의 등락이라는 실리적 가치가 훨씬 더 즉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7시 뉴스 알림에 증권 앱을 켜는 직장인들
아침 7시, 스마트폰 푸시 알림으로 "이란,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공습" 뉴스가 뜹니다. 예전 같으면 "어떡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직장인 A씨는 이제 본능적으로 증권 앱을 열어 방산 ETF와 국제 유가부터 확인합니다.
이 현상은 대중이 사이코패스여서가 아닙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에 '내 삶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극대화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평소 ‘친환경’이나 ‘상생’ 같은 가치를 앞세우던 브랜드들이, 정작 전쟁 국면에서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가격을 올리거나 침묵하는 것과 다르지 않죠. 결국 겉으로 드러내는 화려한 마케팅의 문구보다, 내 지갑을 지키려는 본성이 훨씬 더 솔직하고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3. 비극의 본질을 가리는 알고리즘의 유희
무거운 진실을 외면하고 가벼운 조롱과 조작으로 도피하는 방어 기제
AI가 만든 '가짜 비극'이 진짜 진실을 압도하다
기술은 이제 거짓을 진짜보다 더 매력적인 콘텐츠로 탈바꿈시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미사일이 미국 항공모함을 파괴했다는 허위 영상이나, 정치인들을 우스꽝스럽게 합성한 AI 이미지가 쏟아지고 있죠.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이 가짜 영상들은 가볍게 수억 회의 조회수를 휩쓸며 진짜 진실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중이, ‘밈(Meme)’이라는 가장 가볍고 만만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소비하려는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결과입니다.

사돈 맺는 독재자 밈에 열광하는 기묘한 생태계
가장 기묘한 풍경은 틱톡과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풍자 밈에서 벌어집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실제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영상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지 못해 소리 없이 묻힙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사돈을 맺으면 세계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황당한 AI 밈은 수만 번씩 공유되며 낄낄거림의 대상이 되죠. 화염에 휩싸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의 가짜 영상마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희거리로 소비됩니다.
결국 비극의 본질은 완전히 증발해 버립니다. 오직 '누가 더 그럴싸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채는가' 하는, 지독한 콘텐츠 경쟁만 남게 된 셈입니다.
관전의 문법을 깨부수고 '진짜'를 말할 때
우리 마케터들은 거대한 플랫폼 알고리즘과 트래픽 생태계가 만든 이 '관전의 문법'을 따라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자들입니다. 0.1초라도 더 고객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더 짧게, 더 자극적으로, 더 유행하는 밈을 좇아 기획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생존 방식이었죠.
하지만 인간의 생사가 오가는 거대한 전쟁조차 가벼운 스낵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이 씁쓸한 풍경 앞에서는, 문득 우리가 매일같이 기계적으로 써 내려가던 '마케팅의 문법'들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관람석에 앉아 무심코 팝콘을 집어 들었던 어제의 출근길에 묘한 딜레마를 느끼셨다면, 내일 당장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판부터 다시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무한 트래픽 경쟁 속에서, 우리 브랜드의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있나요?
클릭 한 번 더 받으려고 더 자극적인 썸네일과 후킹한 카피에 매달리는 건 실무자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전쟁마저 유희거리로 전락한 이 무감각한 흐름 속에서, 적어도 우리한의 ‘ 브랜드가 내보내는 콘텐츠만큼은 타인에 대한 최소예의’를 지키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CTR(클릭률)이라는 차가운 숫자 뒤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것. 무지성 도파민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결국 롱런하는 실력입니다.
모두가 가벼운 밈을 좇을 때, 우리 브랜드의 '진짜 목소리'는 어디에 있나요?
조잡한 AI 영상과 조작된 밈이 판칠수록, 소비자는 역설적으로 ‘진짜’에 목마릅니다. 남들 다 하는 유행이니까 영혼 없이 복제해 온 챌린지나 밈들은 당장의 '좋아요' 몇 개는 물어다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지워버립니다. "요즘 이게 뜬다니까 우리도 하자"라는 회의실의 흔한 강박만 조금 내려놓아도, 우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일 겁니다.
우리는 소비자의 시간을 정말 가치 있게 점유하고 있나요?
결국 마케터는 고객의 ‘시간’을 빌려 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쥐여준 15초짜리 영상이 찰나의 낄낄거림 뒤에 허무함만 남기는지, 아니면 일상에 아주 작은 영감이라도 건네는 유익한 경험인지는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저 지나가는 트렌드 파도에 무작정 올라타 휘발되기보다는, 고객의 기억에 잔잔하더라도 깊은 흔적을 남기는 마케팅. 그것이 도파민에 중독된 관심 경제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짜 문법 아닐까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세상이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변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 마케터들은 조금 더 깊고 집요하게 본질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가끔은 기꺼이 팝콘을 내려놓고, 관람석 밖의 진짜 세상을 응시할 수 있는 단단한 존재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는 옆좌석에서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는 동료니까요.
오늘의 이 글이 마케터님의 바쁜 하루 속, 잠시 숨을 고르는 브레이크였기를 바랍니다. :)
We’re your co-pilots.
- WPL 위픽레터
[오늘 글에 인용한 정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