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콘텐츠의 성공판단이 줄 세우기로 가능한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1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1등만 기억하는?”이라고 물으면 누구든 바로 “더러운 세상!”이라고 대답할 관용구까지 있으니. 올림픽에서도 은메달 동메달 따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많이 선진화되어서 1등만 손뼉 쳐주지 말자는 운동? 이 벌어진 덕에 + 요즘 세대들의 건강한 자존감 덕에 은메달 동메달에도 박수를 많이 쳐주지만 그래도 여전히 “1등” 은 한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마케팅 툴이다.

“1등”에 버금가게 한국인들을 사로잡는 건 “외국인들이 인정한”이다. 특히 여기서 외국이 선진국이나 서방 시장일 경우엔 더욱 효과가 좋다. (왜 때문인지 한국 제품이나 콘텐츠가 동남아, 중국, 일본 시장에서 먹히는 건 당연시된 지가 오래이다)

1등 + 세계인이 인정한 공식이 제대로 통한 것들이 특히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등의 분야에서 최근 7-8년 사이 부쩍 늘어나면서 우리의 “k 부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말하면 입 아픈 기생충 오스카, 오징어게임 에미상 (넷플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라는 레떼루도 있음), BTS 빌보드 석권, 블핑 코첼라 점령, 페이커의 롤드컵 6회 우승, 임윤찬 반 클라이번 역대 최연소 우승…. (혹시 제가 빠트린 “do you know K” 시리즈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이거 좀 된 두유노클럽 같은데 최근 이미지 갖고 계신 분 제보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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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인 자부심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려면 필요조건이 있다. ‘성적표’이다. 물론 당연히 국제적으로 입틀막 기준 성적표여야 한다. 여기서 국제적이라 함은 아태지역 안되고요. 몇 개 나라만 안되고요, 서방세계가 포함된 ‘전 세계’ 기준이어야 한다. (”서방세계” 밑줄 쫙).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은 올림픽 금은동이나 월드컵 4강처럼 숫자로 깔끔하게 성적을 매기기 어려우니 공신력 있는 (다 함께 공신력 있다고 인정하는) 단체나 협회에서의 성적이 중요하다. 칸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등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열리거나 북미 출신 또는 서구 출신이 장악해 온 곳들에서의 성과는 그래서 한국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국 승무 대회 (라는 것이 있다면)에서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벽안의 외국인이 1등을 하는 것과도 같으니. 아니다 이 비유는 적절하지 않을지도. 우리 한국인들의 ‘k-부심’은 먹어주는 글로벌 리그에서 짱을 먹어줘야 충족되기 때문이다.

BTS 가 수회의 빌보드 1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좀 더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래미상 수상에 불발해서이고, 기생충이 이후 나온 모든 한국 영화들의 기준선이 된 건 아카데미 본상이랄 수 있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아서이고, 케이팝데몬헌터스가 - 소니 제작, 미국 넷플릭스 공개임에도 - 한국의 do you know 시리즈 중 최신판이 된 건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애니메이션 상을 (주토피아 2를 누르고!) 받아서만이 아니다. BTS도 끝내 못 받은 그래미에서, 케이팝 장르 최초로 주제가상을 수상했으니. 이쯤 되면 최신판이 아니라 최강판 아닐까. (반박 시 서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해 보아요)

케이팝 씬에서 BTS의 의미는 다양하다. 과거이자 현재이고, 앞으로도 실패해서는 안 되는 미래이다. (많은 분들의 피땀눈물.. 이 아니라 투자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하이브 매출의 대부분은 BTS이고 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쉽사리 next growth engine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BTS 가 이런저런 이유로 가진 4년의 공백 뒤의 컴백이라니, 팬들의 기다림도 컸겠지만 이해관계가 물린 많은 사람들의 잔뜩 기대도 엄청났을 것이다. (멤버들이 가졌을 부담감은 - 민간인 입장에선 상상도 안 가지만 - 오늘 글에선 차치하자. 컴백 전 몇몇 멤버들의 라이브를 통해서도 전달되었으니.)

지난 4년간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임원이 영입되고, 팬덤도 다양한 변화를 겪고, 케이팝 중심축들이 다양해지는 동안 (블핑은 ‘따로 또 같이, plug & play’ 전략으로 다르게 거대해졌고, 스트레이 키즈는 이름답게 거친 에너지로 젊은 케이팝 팬들을 전 세계에서 모으고 있다) BTS는 어떤 모습으로 컴백하는 것이 좋았을까.

전 주식은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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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결과물이 3.21 광화문 및 넷플릭스 라이브 전 세계 중계를 통해 보인 이후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전을 생각해서 관객 사이 여유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플랫폼의 안전 기준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롭다), 누가 시작한 지 모르는 ‘26만 관중 운집 예상’ 보도 때문에 그림상 비어 보이는 공간을 두고 실망이라는 쪽 vs 공식적으로 초대한 관객 숫자가 2만 명이고 넷플 생중계 후 24시간 내에 시청한 숫자는 천팔백만 명이 넘어가니 엄청난 성공이라는 쪽이 팽팽하다.

하이브 주가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이 또한 BTS 광화문 공연 탓만은 아닐 테다.

전 세계에서 단 하루 만에 천팔백만 명이 (서울시 인구 두 배) 시청한 넷플릭스의 공식 기록이 있는데도 왜 지금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질까. BTS 가 그간 이룬 기록들을 넘어서는 기록으로 비교하기 어려워서,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온세계 모든 세대가 인정할만한 권위 있는 어딘가에서의 1등 기록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일까.

그래도 확실한 건, 적어도 이 공연을 중계한 넷플릭스와 장소를 내어 준 행정부처들은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하긴, 그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였는데 만족하지 않으면 또 무슨 수가 있으랴.

지금 궁금한 건, 하이브 임원진과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다.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진짜 속내 말이다.

두유노 클럽은 애니메이션 버전이 더 간지 나네요 - 업데이트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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