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광고 말고 다른 마케팅을 좀 하고 싶어요."
실제로 고객사와의 첫 미팅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광고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게 엄청난 리스크입니다. 수치상으로 성과가 괜찮아 보여도 막상 순이익률을 따져보면 그렇게 건강한 매출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를 멈추면 매출이 뚝 끊기는 것도, 내가 온전히 그 플랫폼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큰 부담이죠.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마케팅 = 광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대행사를 써서 광고를 한다'는 건 애초에 돈이 아주 많은 대기업의 사고방식입니다. 대부분의 대행사들도 대기업과의 협업에 적합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고요.
작은 기업은 자신의 모든 시간과 예산을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데 써야 합니다. 광고에 일부 예산을 할애하더라도 그 역할은 '강렬한 우리의 존재감을 더 널리 퍼트리는 것'이어야 하죠.
오늘 소개드릴 브랜드는 '선크림'이라는 치열한 카테고리에서 대기업 브랜드들을 뚫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특한 출시 전략으로 유료 광고 없이 48시간 만에 1만 2천 명의 고객을 줄 세워 약 7,500만 원의 사전주문을 받아냈죠. 작년 기준 이 브랜드의 연 매출은 약 1,200억 원입니다.
오늘은 베케이션(Vacation)의 론칭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에서 광고 없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강렬한 존재감의 출발점은 '다름'입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보다는 처음 보는 것, 예상되는 것보다는 예상을 깨는 것에 주의를 더 기울입니다. 베케이션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품과 비주얼 컨셉을 개발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합니다.
대부분의 선크림 브랜드는 '자외선 차단 효과', '제형' 등 기능적인 강점을 어필합니다. 패키지 디자인 역시 컬러에 조금씩 변화를 줄 뿐 눈에 띄는 차별화를 찾아보기는 어렵죠. 베케이션은 이 빈틈을 파고들어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선크림 브랜드를 기획합니다.
베케이션은 선크림을 '여름휴가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용품'으로 재정의하고 '1980년대 해변 리조트'라는 비주얼 컨셉으로 풀어냅니다. 웹사이트부터 발행하는 모든 콘텐츠에는 80년대 휴양지 감성의 이미지, 영상, 폰트, 그래픽, 음악이 적용됩니다.
단순 비주얼을 넘어 제품에도 이 컨셉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존 선크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휘핑크림 제형의 선크림을 개발해 시각적, 촉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일반 제형의 선크림에는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향을 입혀 세계관을 강화합니다.
이런 제품은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만 해도 바이럴 영상이 됩니다
베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억지로라도 발라야 하는 화장품'이 아닙니다. 휴양지의 감성을 더욱 충만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감성 아이템'입니다.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출시 캠페인
베케이션은 공동 창업자인 마티 벨이 약 7년 간 부업으로 운영하던 '풀사이드'를 출시 채널로 활용합니다. 여름 휴양지 분위기의 음악을 틀어주는 웹 라디오 서비스인 풀사이드의 70만 사용자는 베케이션의 완벽한 잠재 고객 풀이었죠.
현재는 poolsuite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입니다.
베케이션은 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에 '명함 생성기'를 만들어 풀사이드 웹사이트에 게시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연락처를 입력하면 가상 리조트인 '베케이션'의 디지털 명함이 생성됩니다. 잠재 고객을 브랜드 세계관 내에만 존재하는 리조트 직원으로 임명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시킵니다.
직함은 랜덤으로 생성됩니다. '딸기 마가리타 슬러시 전문가', '골프 카트 수석 컨설턴트', '해먹 검사관' 등 유머러스한 직함이 새겨진 디지털 명함을 받은 고객들이 자신의 명함을 SNS에 공유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풀사이드를 방문해 명함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베케이션은 48시간 만에 약 1만 2천 명의 메일 주소를 얻게 됩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자신의 직함을 인증하는 댓글들도 600개 이상 달립니다
베케이션은 명함을 받은 고객들에 한해 다음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확보한 리드를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했습니다.
정식 출시 전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임직원 프리오더' 페이지 링크 제공
자신의 명함을 통해 친구를 가입시킬 경우 무료 선크림 리워드 제공
각 직함에 따른 선크림 제품 추천 메일 (=개인화된 콘텐츠 경험)
명함 이벤트에 참여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신제품 출시 48시간 만에 약 7,500만 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첫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자 그 영상들이 다시 바이럴 되며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베케이션은 이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약 80억 원 수준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베케이션의 출시 전략에서 배울 수 있는 3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지금 바로 우리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세요.
1. 비주얼 훅은 강력한 마케팅 경쟁우위입니다.
'차별화된 제품'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차별화된 비주얼'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경쟁우위가 됩니다. 사진, 영상으로 표현했을 때 후킹한 제품은 이후 광고 예산을 크게 태우지 않아도 사람들에 의해 알아서 퍼집니다.
애초에 바이럴이 될 수 있는 기능, 형태, 컨셉, 스토리를 가진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세요. 이미 제품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면 '콘텐츠'에 우리만의 독특한 컨셉을 녹여 바이럴을 유도해 보세요.
아래 두 글을 함께 보시면, 비주얼 훅을 좀 더 깊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2. 이미 잠재고객이 모여있는 곳에서 시작하세요.
베케이션은 풀사이드라는 채널(=휴양지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인 채널)을 활용해 고객을 만났습니다. 자사몰에 제품을 올리고 메타 광고를 돌렸다면 절대 얻을 수 없을 결과를 얻었죠.
창업자가 이런 채널을 미리 키워 소유하고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가진 채널이 없다면 우리 제품을 반길 고객들이 모여있는 채널을 찾아가 협업을 제안하세요. 커뮤니티, 뉴스레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특정 타깃 고객층에게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다면 예산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시지도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도 제품과 컨셉에 확실한 차별화가 있으면 협업이 수월해집니다. 뻔한 제품을 자신의 채널에 소개하고 싶은 크리에이터나 커뮤니티 운영자는 없으니까요.)
3. 제품을 팔기 전에 '관계'부터 맺으세요.
베케이션은 음악을 들으러 풀사이드에 방문한 잠재 고객들에게 다짜고짜 선크림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유머러스한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웃음을 주었죠.
고객들이 공감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이벤트로 관계를 시작하세요. 제품은 그다음에 제안하세요.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우리 웹사이트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두면 이후 재방문까지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 우리 브랜드 컨셉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유용한 도구, 콘텐츠 등을 웹사이트 내에 배치하세요.
+ 매주 월요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분석해 전해드립니다.
+ 마케팅이 고민이신가요? 우리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