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낭 한달살이 중 첫 2주는 업무에 몰입했습니다. 3개월 동안 준비해온 구글 AI 생태계 강의 마감 때문인데요.
온라인 강의 마감은 여러 번 도전해도 쉽지 않습니다.
. 정해진 데드라인의 압박
. 준비 중에도 쏟아지는 업데이트 소식
. 추구하는 퀄리티와 주어진 시간 사이의 타협
. 일할 시간에 쉬면서 느끼는 죄책감
밤샘 작업에 스트레스까지 받아 비염도 돋고 한약도 지어 먹었답니다. (아마 데드라인이 정해진 온라인 강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
"마감이 끝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진짜 날아 다녀야지" 다짐했는데 이게 웬걸, 침전된 기분이 올라오지 않았는데요.
이런 기분이 또 다른 자책, 조급함으로 이어졌습니다.
. 기껏 놀러와서 쉬는 것도 제대로 못하네
. 또 다음엔 무슨 일할지만 생각하네
. 제대로 된 계획은 있어?
. 어떻게 떨쳐야 기분이 좋아질까?
. 쉬어도 되는 건 맞아?
나만 그런건가 싶어 찾아봤더니, '여가 증후군'(Leisure Sickness)이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평소 강도 높게 일하던 사람일수록 주말이나 휴가처럼 정작 쉬는 시점에 우울감·무기력·두통·몸살 같은 증상을 겪는 현상을 말합니다. 심지어 마라톤 선수들도 완주를 끝나고 나면 에너지 고갈과 목표를 잃은 허무함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할 때는 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이 몸을 계속 각성 상태로 붙잡아 두는데요. 이 긴장이 피로와 우울을 눌러주고 있다가, 일을 모두 마무리 지었을 때 눌려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거죠.
이런 설명을 읽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뭐 그럼 곧 지나가겠네'라며, 이런 감정들은 미뤄뒀던 청구서🧾임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빚을 내서 각성하며 버텼으니 혹사 당했던 저의 서운함이 이제야 발현되는 거라고요.
'빨리 털어내고 여행을 즐겨야지'라는 조급함보다
'충분히 속상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기다리자'라고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렇게 제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조사도 해보고,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네요.
그러고보니 AI를 바쁘게 쓴 이후 부터 매 여행마다 이런 감정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AI가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본질이 아니야. 문제를 바르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라고 매번 마음을 다잡아도 쉽지 않아요.
남은 10일 동안 하반기에는 어떤 의미있는 일들을 해볼지 고민하며 제대로 쉬어 보려고 합니다.
페낭은 사람들이 정말 조용하고, 차분하고, 친절한데요. (이민 오고 싶어질 정도)
📱그럴수록 릴스, 숏츠, 스레드를 통해 도파민을 찾아 헤매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며 팝콘 브레인을 조금이라도 고치는 것도 목표로 삼았답니다. 🥲 (비법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