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사람도 아닌 캐릭터로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어요. 다른 쪽은 “우리는 AI 안 씁니다” 한 마디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요. 메시지가 정반대인데 둘 다 통했습니다. 그러면 진 쪽은 누구일까요. 오늘은 이 갈림길, 둘로 갈라진 AI 마케팅 전략을 천천히 따라가 보려 합니다.

1. 정반대인데, 같은 시기에 둘 다 통했다

먼저 한쪽 끝부터 볼게요. 사람의 얼굴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입니다. 릴 미켈라(Lil Miquela)처럼 음원을 내고 명품 브랜드 화보를 찍는 캐릭터가 대표적이죠. 마케터들이 이런 가상인간을 쓰는 이유는 분명해요. 24시간 쉬지 않고, 사고 칠 일이 없고, 원하는 만큼 복제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캠페인에서는 진짜 사람 인플루언서보다 반응이 더 좋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확히 같은 시기, 정반대 자리에서도 박수가 터졌어요. “우리는 AI 안 씁니다”를 대놓고 내건 브랜드들입니다.

속옷 브랜드 에어리(Aerie)는 “노 리터칭, 노 AI, 100% 진짜”를 슬로건으로 걸었고,

광고에 AI를 쓰는 것 vs 안 쓰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즉석카메라 브랜드 폴라로이드(Polaroid)는 “AI는 당신의 발가락 사이 모래알까진 못 만든다”는 카피를 옥외광고에 붙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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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브랜드 하이네켄(Heineken)은 아예 “진짜 친구는 현실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철학으로 ‘친구를 만드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라는 옥외광고로 AI 친구 기기를 정면으로 비꼬았습니다. ‘사람이 만들었다(made by humans)’는 말이 마치 ‘수제’나 ‘소량 생산’처럼 품질을 보증하는 라벨로 작동하기 시작한 거예요.

같은 주에 흥미로운 데이터도 맞붙었습니다. 한쪽에서는 AI를 향한 소비자 거부감이 숫자로 굳어지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가상인간이 여전히 성과를 내고 있었거든요. 두 흐름이 서로 충돌한 게 아니라, 같은 시장 안에서 나란히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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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정반대를 가리킨 숫자들

  • 미국 소비자 60% — 브랜드 메시지 속 ‘AI’를 매력이 아니라 거부감으로 본다
  • 74% — “인터넷이 10년 전보다 덜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 반대편: 가상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신뢰한다는 소비자 76%

출처: WordPress VIP ‘Future of the Web 2026′(미국 2,000명 설문) 기준 / 가상인간 신뢰 76%는 Billion Dollar Boy 집계 기준

2. 둘 다 이긴 진짜 이유 — AI 마케팅 전략보다 소비자가 먼저 갈렸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가야 해요. 브랜드가 둘로 갈린 게 아니라, 소비자가 먼저 둘로 갈렸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AI는 새로움이고 재미고 효율이에요. 또 누군가에게 AI는 비인간적이고 못 믿을 신호죠. 한 사람 안에서도 이 두 감정이 오락가락하고요. 그러니 ‘AI를 쓰는 게 옳은가’를 묻는 건 이미 틀린 질문이었던 셈입니다. 진짜 질문은 ‘나는 둘 중 어느 소비자를 잡을 것인가’였어요. AI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 소비자가 어디에 서 있느냐였던 거죠.

이 갈림을 한눈에 보면 이렇습니다.

AI를 전면에

‘새로움·효율’에 끌리는 소비자

  • 무기 — 24시간 쉬지 않는 IP, 스캔들 없는 통제력, 무한 스케일
  • 거는 마음 — ‘AI는 미래이자 재미’
  • 리스크 — 케이스마다 반응이 갈린다. 사람을 앞서는 캠페인도, 한참 뒤지는 캠페인도 있다
‘AI 안 씁니다’

‘사람 손’에 안도하는 소비자

  • 무기 — ‘사람이 만들었다’는 품질 라벨, 진정성과 신뢰
  • 거는 마음 — ‘AI는 비인간이자 불신’
  • 리스크 — 선언만 하고 뒤로 AI를 쓰다 들키면 역풍

중요한 건 둘 다 자기가 노리는 소비자에게 한결같은 메시지를 던졌다는 데 있어요. 가상인간 진영은 “우리는 미래를 빠르게 보여준다”를 끝까지 밀었고, 안티-AI 진영은 “우리는 사람 손을 자랑한다”를 끝까지 밀었습니다. 방향은 반대였지만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똑같았죠.

그러면 진 쪽은요. 어정쩡하게 가운데 선 브랜드입니다. AI를 슬쩍 쓰면서 티는 안 내려다, 결국 어느 소비자에게도 또렷한 신호를 주지 못한 경우예요. 실제로 패션 브랜드들이 AI로 만든 가상 모델을 광고에 내세웠다가 “사람 모델 일자리를 뺏는다”는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새로움을 원하는 층에게는 충분히 과감하지 않았고, 진짜를 원하는 층에게는 불신만 산 거죠. 승부를 가른 건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한 방향으로 끝까지 갔느냐였습니다.

한방향

3. 이젠 ‘안 썼습니다’가 광고가 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