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도 이름도 없이 감자튀김 상자 하나로 하인즈가 읽힌 건 150년 동안 로고를 안 바꾼 결과이고, 리뉴얼은 그렇게 쌓인 복리를 한 번에 태웁니다.

햄버거 먹을 때면 항상 곁들여 먹는 먹는 감자튀김의 포장지입니다. 여러분은 이 이미지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지난 6월 칸 라이언즈에서 인쇄·퍼블리싱 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광고 하나가 바로 이것이랍니다. 로고도 없고, 제품명도 없고, 케첩 병 사진 한 장도 없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그 광고를 보고 ‘아, 이거지!’ 라고 읽어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 광고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감자튀김 상자에 로고가 없는데, 다들 하인즈라고 읽었어요
이 캠페인 이름은 「Look Familiar?」, 우리말로 ‘익숙하죠?’입니다. 캐나다 리씽크(Rethink) 토론토가 만들었어요. 출발점이 된 발견이 참 재밌습니다. 패스트푸드 감자튀김 상자의 실루엣이, 하인즈의 150년 된 키스톤(keystone) 로고 모양과 닮았다는 거예요. 육각형에 가까운 그 방패 모양 말입니다. 매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감자튀김 상자가, 알고 보니 하인즈 로고를 하루 종일 공짜로 노출하고 있었던 셈이죠.
우리는 보통 리뉴얼 안건이 테이블에 오르면 대화는 대개 비슷하게 흘러가죠. 로고가 올드하다, 폰트가 촌스럽다, 경쟁사는 벌써 다 갈아엎었다. 이런 말이 몇 분 오가면 어느새 ‘이참에 싹 바꾸자’는 쪽으로 기웁니다. 하인즈의 그랑프리 광고는 정확히 그 반대편을 증명했습니다.
먼저 영상을 먼저 보고 오겠습니다. 광고는 정말 감자튀김 상자만 보여줍니다. 로고를 얹지도 않고, ‘하인즈’라는 글자를 박지도 않았어요. 상자의 실루엣 하나면 충분했으니까요. 미국·캐나다·멕시코·영국·브라질·독일·UAE·중국까지, 여러 나라의 도심과 교통 요지에 옥외광고를 걸었습니다. 우버이츠와도 손을 잡아, 소비자가 감자튀김을 주문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 메시지가 뜨도록 했고요.
감자튀김 상자는 150년 된 하인즈 로고와 똑같은 모양이다.
“The fry box is shaped just like the 150-year-old Heinz logo.”
– 출처 : Rethink, Heinz 「Look Familiar?」 (2025)
결과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UAE에서 도달률 42%, 토론토에서 33%를 찍었고, 미국 우버이츠에서는 플랫폼 안 매출이 222% 급증했어요. 캐나다에서는 가구 침투율이 3.38%p 올라 10.31%에 닿았고, 2025년 캐나다 총매출은 1,85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영국에서는 물량 기준 시장점유율이 4.37%p 올라갔고요. 언론 언급은 150건을 넘겼는데, 그중 헤드라인의 86%에 ‘하인즈’라는 이름이 직접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칸 그랑프리까지 받았죠.
진짜 질문은 ‘왜 통했나?’입니다. 답은 광고가 아니라, 광고 이전에 있어요. 감자튀김 상자 실루엣만으로 하인즈가 읽히려면, 사람들 머릿속에 그 방패 모양이 이미 ‘하인즈’로 각인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각인이 생긴 건 2026년이 아니에요. 한 세기 반 동안 로고 모양을 거의 바꾸지 않은 결과입니다. 리씽크가 한 일은 새 자산을 만든 게 아닙니다. 하인즈가 한 세기 반 동안 쌓아둔 자산을 발견해서 꺼내 쓴 거예요. 로고를 지워도 읽히는 브랜드는,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2. 트로피카나는 두 달 만에, 갭은 엿새 만에 되돌렸어요
일관성이 왜 그렇게 무서운 힘인지, 이유는 하나입니다. 인지가 복리로 쌓이기 때문이에요. 매번 같은 모양을 반복하면, 오늘의 노출이 어제까지 쌓인 기억 위에 이자처럼 얹힙니다. 100번째 노출은 앞의 99번이 다져둔 기억 위에 한 겹을 더 두껍게 얹는 일이거든요. 하인즈의 방패 모양이 그렇게 150년치 이자를 굴린 결과가, 바로 로고 없는 감자튀김 상자였던 겁니다.
그럼 리뉴얼은 도대체 왜 실패로 돌아간 것일까요? 유명한 브랜드 리뉴얼 실패 사례 두 건을 나란히 놓으면 답이 선명해집니다.
하나는 트로피카나입니다. 2009년, 아넬 그룹(Arnell Group)이 패키지를 새로 디자인했어요. 오렌지에 빨대를 꽂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빼고, 유리잔에 담긴 주스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이름도 세로로 돌렸고요. 확실히 세련돼 보였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매대에서 ‘내가 늘 사던 그 주스’를 못 알아본 겁니다. 두 달 만에 매출이 20% 빠졌고, 트로피카나는 조용히 원래 디자인으로 돌아갑니다.
다른 하나는 갭입니다. 2010년 10월 4일, 헬베티카 폰트로 갈아입고 1988년부터 써온 파란 상자를 확 줄인 새 로고를 내놨어요. 반발이 워낙 거세서, 10월 11일에 옛 로고로 되돌립니다. 딱 엿새 만이었어요. 그 리뉴얼을 이끈 임원은 이듬해 2월에 회사를 떠났고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소마코 글을 꼭 참고해 보세요.
편집자 노트
리뉴얼의 진짜 비용은 디자인 견적서에 안 적혀요. 그동안 소비자 머릿속에 복리로 쌓인 인지를 원금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청구서입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산이 낡아서’ 무너진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멀쩡히 이자를 굴리고 있던 익숙함을 스스로 리셋했기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날 갑자기 매대에서 아는 얼굴이 사라진 셈이니까요. 세련됨을 얻는 대신, 150년(하인즈)까지는 아니어도 수십 년치 복리를 한 번에 태워버린 겁니다. 리뉴얼은 이자를 태우고, 최악의 경우 원금에도 손을 댑니다.
3. 그래서 내일, 리뉴얼 회의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냐면
이 이야기를 남의 브랜드 감상으로만 끝내면 아깝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아무런 리뉴얼도 하지 않고 그냥 있기만 해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챙겨볼 것은 무엇일까요?
첫 작업은 로고를 지우는 자산 감사입니다. 우리 브랜드에서 로고와 이름을 다 지웠을 때, 그래도 ‘우리’라고 읽힐 수 있는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컬러, 셰이프, 폰트, 카피의 말투, 사운드 로고, 패키지 실루엣. 하인즈에게 그건 ‘레드 + 키스톤 셰이프’였습니다. 이걸 리스트로 적어보면, 우리가 진짜로 복리를 굴리고 있는 자산이 한두 개인지 열 개인지가 바로 드러나요. 대부분은 생각보다 앙상합니다. 그게 출발점입니다.
그다음, 리뉴얼 안건이 올라오면 딱 한 문장을 물으세요. “이걸 바꾸면 몇 년치 인지를 버리는 겁니까?” 로고·컬러·핵심 셰이프처럼 오래 반복해 온 자산일수록, 태우는 이자가 큽니다. 반대로 캠페인 테마나 시즌 소재처럼 애초에 복리를 쌓는 자산이 아닌 것은 얼마든지 새로 가도 돼요. 하인즈도 광고 자체는 완전히 새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50년 로고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어요. 바꿔야 할 것(메시지·소재)과 지켜야 할 것(코어 자산)을 분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과 리포트를 볼 때 일관성은 잘 안 잡힌다는 걸 감안하세요. 복리는 이번 분기 숫자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선 늘 소재를 갈아엎고 싶은 유혹이 생겨요. 새 크리에이티브는 최소한 ‘뭔가 했다’는 티라도 나니까요. 하지만 같은 자산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동안 조용히 붙는 이자가, 언젠가 로고 없이도 읽히는 브랜드를 만듭니다. 지루함을 견디는 게 실은 자산을 지키는 일이에요.
로고도 제품명도 없이 브랜드가 읽힌 하인즈의 감자튀김 상자는, 천재적인 광고이기 전에 150년치 일관성의 영수증이었습니다. 반대로 트로피카나와 갭이 증명한 건, 그 영수증이 리뉴얼 한 번으로 얼마든지 찢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고요. 내일 회의에서 무언가를 새로 만들자는 말이 나오면, 그게 이자를 쌓는 쪽인지 태우는 쪽인지부터 구분해보세요. 그리고 우리가 바꿔야할 것과 지켜야할 것을 분리해서 리뉴얼 전략을 짜야합니다.
(에필로그) 저도 하인즈 광고의 수상이야기를 매체에서 흘려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와 하고 말았었는데 이번에 이 글을 편집하면서 ‘와 와 와!’를 하게 되었네요. 그냥 지나치면 신기한 남의 이야기이지만 곱씹어 보면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교보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합니다. 어떤 천재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멋진 성과에 우리들만의 생각을 살짝 보태는 시도를 해봐야겠습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로고를 지워도 브랜드가 읽히는 건 재능이 아니라 오래 반복한 일관성의 결과다. 하인즈는 그걸 150년 동안 지켜서 감자튀김 상자만으로 읽혔다.
브랜드 인지는 복리로 쌓이고, 리뉴얼은 그 이자를 태운다.
리뉴얼 안건에는 한 문장을 물어라 “이걸 바꾸면 몇 년치 인지를 버리는가?”
우리가 바꿔야할 것과 지켜야할 것을 분리해서 리뉴얼 전략을 짜라.
참고 자료 9건
- Famous Campaigns (2026). Case Study: Heinz ‘Look Familiar?’. https://www.famouscampaigns.com/2026/06/case-study-heinz-look-familiar/
- Contagious (2026). Cannes Lions 2026: Print & Publishing winners. https://www.contagious.com/en/article/cannes-lions-2026-print-publishing-winners-b8be93a4aa344bc792c3c00923e4271a
- The Kraft Heinz Company (2025). Look Familiar? HEINZ Reveals the Striking Similarity that Fry Boxes Look Like the Iconic HEINZ Keystone in New Global Creative Campaign. https://news.kraftheinzcompany.com/press-releases-details/2025/Look-Familiar-HEINZ-Reveals-the-Striking-Similarity-that-Fry-Boxes-Look-Like-the-Iconic-HEINZ-Keystone-in-New-Global-Creative-Campaign/default.aspx
- Adweek (2025). Heinz Uncovers an Iconic Duo That’s Been Hiding in Plain Sight. https://www.adweek.com/creativity/heinz-uncovers-an-iconic-duo-thats-been-hiding-in-plain-sight/
- Ads of the World (2026). Heinz: Look Familiar? (case study). https://www.adsoftheworld.com/campaigns/look-familiar-case-study
- Wikipedia. Tropicana Products (2009 packaging redesign). https://en.wikipedia.org/wiki/Tropicana_Products
- The Branding Journal (2015). What to Learn From Tropicana’s Packaging Redesign Failure?. https://www.thebrandingjournal.com/2015/05/what-to-learn-from-tropicanas-packaging-redesign-failure/
- Wikipedia. Gap Inc. (2010 logo redesign). https://en.wikipedia.org/wiki/Gap_Inc.
- Gap Inc. (2011). Gap Inc. Announces Departure of Marka Hansen, President of Gap Brand for North America. https://www.gapinc.com/en-us/articles/2011/02/gap-inc-announces-departure-of-marka-hansen,-pres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