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시작할 때 필수로 작성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브리프📑 입니다.
저의 첫 광고대행사 오길비에서는 Do Brief 양식으로 맨 처음 마케팅의 방향을 점검하곤 했는데요.

이 브리프 없이 마케팅을 시작하면 이런 문제들이 생깁니다. (또는 마케팅 외에 모든 업무)

📼 얼떨결에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 100만뷰가 터짐 ➡️ 옆 팀 누군가가 말합니다. "그래서 이게 저희 세일즈나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나요?"
🎨 디자이너가 시안을 5개나 뽑아옴 → "음... 느낌은 좋은데 우리가 원하던 게 이거였나?"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그냥 일단 만들어보자"로 시작 → 만들고, 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수정이 거듭될수록 처음의 의도는 흐려지고 결과물은 '누구도 싫어하지 않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평균치로 수렴합니다.

'우리가 지금 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를 합의하지 않은 채 손부터 움직였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이죠.


❌ 솔직히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을 하면서 브리프를 받았을 때보다 못 받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어요. 방향이 중간에 열 번 바뀌어도, 사람이 야근하면 됐으니까요. 밤새 시안 다시 뽑고, 카피 다시 쓰고, 주말에 나와서 다 갈아엎곤 했습니다. 방향의 부재를 인력과 시간으로 메꿨던 거죠.

비효율적이었지만, 굴러는 갔고 브리프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문서'가 되어버렸습니다.


⚠️ AI 자동화가 들어오면서 브리프는 필수 문서가 되어버렸습니다.

❶ 자동화는 '방향'을 야근으로 메꿔주지 않습니다

사람은 방향이 틀렸다는 걸 직감으로 알아채고 "어? 이거 좀 이상한데?" 하며 멈춥니다. 하지만 AI는 시킨 대로 끝까지 만들어내요. 잘못된 방향이어도 아주 빠르고 완성도 높게 잘못된 결과물을 뽑아냅니다. 고삐 풀린 말 처럼요.

❷ 기준이 없으면 실행 자체를 미루게 됩니다

자동화를 돌려놓고도 찝찝합니다. "이거 이대로 나가도 되나?"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까요. 결국 자동화가 만들어준 결과물 앞에서 손을 못 대고 멈칫합니다. 자동화의 속도 앞에서 사람이 병목이 되기 시작합니다.

❸ 브리프 없는 반복은 토큰 낭비, 그리고 퀄리티 저하의 원인입니다.

기준 없이 "이것도 만들어봐, 저것도 해봐" 하다 보면 토큰은 토큰대로 태우고, 결과물은 수정 횟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나빠집니다. AI는 명확한 기준을 주면 한 번에 좋은 걸 뽑지만, 모호한 채로 계속 고치라고 하면 점점 맥락은 흔들리고 퀄리티가 빠르게 하락합니다.


👌🏻 수십 년 전부터 브리프 문화를 키워온 브랜드들 - 매번 '왜 이 일을 하는가'를 한 장으로 정리하고 시작했던 곳들 - 은 지금 AI도 가장 잘 쓰고 있을 거에요.

좋은 브리프를 쓰는 능력과 좋은 프롬프트를 쓰는 능력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죠. 목표를 명확히 하고, 대상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원하는 행동과 감정을 정의하고, 성공의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 AI에게 일을 시키는 일이란, 결국 잘 쓰인 브리프를 건네는 일이니까요.

귀찮다고 브리프를 건너뛰며 인력으로 때워온 조직은 AI 앞에서도 똑같이 헤맬 것입니다. 반대로, 매번 성실하게 방향을 정리해온 조직은 그 근육으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몇십 년간 묵묵히 쌓아온 성실한 접근이, 이제 그 보답을 받는 시대가 온 것 같아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