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00만 원짜리 마케터가 왜 어느 날 갑자기 '쉬었음 마케터'가 됐을까. 지난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무대에 오른 초인마케팅랩 윤진호 대표의 발표 첫 문장은 이랬다. "AI 시대에 과연 마케터가 잡아먹힐까?" 디즈니, 노티드, CJ ENM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해온 17년차 마케터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90일을 실험에 던졌다.

무대에서 꺼낸 5분과 이어진 인터뷰의 내용을 그의 목소리 그대로 옮긴다.


초인마케팅랩 윤진호 대표의 90일 실험 |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안녕하세요. 저는 초인마케팅랩의 윤진호입니다. 오늘 저는 시급 100만 원짜리 마케터가 왜 갑자기 수입 활동을 중단한 채 쉬었음 마케터가 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꺼내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지에 대한 고민을 올해 상반기에 심각하게 하게 됐습니다.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AI가 일을 하는 방식부터 회사 구조까지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며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지금 하고 있는 걸로 그대로 하면서 앞으로 10년을 끌고 갈 수 있을까? 제 답은 NO였습니다.

그때 제가 꺼내던 질문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뭘까, 인간이 계속 할 수 있는 건 뭘까 였어요. 이것을 깊이 디깅하다 보니 흥미로운 스토리와 콘텐츠, 이것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에 AI를 더한다면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죽기 직전의 나에게 물어보고 결정했습니다

근데 막상 새로운 시작을 하려니까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죽기 직전의 나, 120살의 나에게 한번 질문을 해봤어요. "지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라고 하는 겁니다. 오케이 해보자, 뭘 해볼까 하다가 콘텐츠 창작자가 되어보자, 그렇게 결심하게 됐습니다. 웹소설을 쓰자, 숏드라마를 만들자, 이제는 AI도 있잖아. 저는 업무 자동화나 바이브 코딩이 아닌 '콘텐츠 창작'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이걸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줄여야 되죠. 기존 수익의 30%만 벌면서 이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스토리를 AI와 함께 기획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면서 쉬는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세상은 프롬프트 업무 자동화에 꽂혀 있을 때, 저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것에 온갖 집중을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0만 조회수가 500이 되기까지

세 달의 시간이 지났고, 첫 번째로 꺼낸 콘텐츠는 운 좋게도 10만 조회수가 나왔습니다. 놀라운 건 인스타그램 평균 시청 시간이 1분이 나왔다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나 이러다 AI 계의 봉준호가 되나?

이 기대를 잠깐 0.1초 정도 품었는데, 첫 끗발이 개 끗발이었죠. 점점점 조회수가 추락하면서 이거 아닌데, 이거 아닌데 하면서 시들어져 갔습니다. 저는 매번 똑같이 고민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조회수는 회차를 거듭하며 반토막 다시 반토막 계속 떨어졌어요. 마케팅에서는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두면 지속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콘텐츠 창작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관심을 끌 수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콘텐츠는 매 회차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어요.

웹소설은 어떻게 됐을까요. 마케터를 주인공으로 한 웹소설을 썼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브랜드가 아무리 좋다고 이야기해도 고객이 없고 팔리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죠. 그래도 15화까지는 달려보자 하고 거기에서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건 웹소설을 중단한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거예요.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도 MVP,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어보고 양산할지 결정하잖아요. 저도 몇 가지 글을 써본 후에 반응을 살피고 계속 이어갈 작품을 찾아가려 합니다.

우울증에 빠졌던 순간과 90일의 규칙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고요.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마케터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수익은 3분의 1로 줄었고 콘텐츠는 아무도 보지 않고,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우울증에 빠지면서 마음이 굉장히 울적해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때 명상을 하고, 동기부여 영상을 보면서 나중에 잘 된 분들 이야기도 듣고, 운동도 하면서 내가 약속한 90일의 시간을 지켜내자, 그렇게 각오를 하고 나갔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예산이나 인력, 기존 채널 등 모두가 인풋의 자원이 되죠. 그런데 AI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의 인풋은 온전히 저 자신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어떤 것에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것에 좋아지지 않는지를 스스로 더 자세히 살폈어요. 자발적으로 선택한 하고 싶은 일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지속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단 하자, 고민은 실행하면서 하자, 이렇게 되새기면서 90일을 이어갔습니다.

WEPICK INSIGHT CIRCLE VOL.6

당신의 경험이 다음 마케터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얻은 시행착오부터, 업무 방식을 바꾼 발견과 성과까지.
마케터들과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6 스피커로 함께해 주세요.

실패가 아니라 실험이었다

일단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여러 가지의 '쓸모'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거든요. 90일 동안 이어가면서도, 단번에 잘 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본업의 일들에 적용해보자 생각했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40편의 웹소설을 쓰고 9개의 숏폼 시리즈를 만들어냈습니다. 마케터로 이렇게까지 하신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지난 90일이 저에게 남긴 자산이 있습니다. 첫째, 다행히 이 시간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꺼낸 제안이 통해서 다음 달에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됐어요. IP 비즈니스의 기획을 AI로 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소했던 순간들이 기사로 나오면서 저에게는 AI라는 키워드가 이만큼 더해질 수 있게 됐고요. 둘째, 저는 캐릭터 인물, 시나리오, 콘텐츠, 연출 이런 것들을 AI로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인 수준으로는 꽤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쌓아가고 있어요. AI 기획 스킬을 익힐 수 있었던 겁니다.

기획-이미지-사운드-영상-편집을 모두 AI와 만들면서 확신한 지점이 있습니다. 제가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AI는 구체화를 도와줍니다. 인간의 감정을 담거나 디테일한 포인트까지도 잘 잡아줘요. 하지만 제가 하는 상상 그 자체를 대신해줄 수는 없더라고요. 어떤 주제를 꺼낼 것인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에센스는 결국 창작자, 즉 사람 안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감독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저는 마케터이자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저는 여전히 마케팅을 계속 할 거고 베테랑 마케터이자 신인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계속 나갈 예정입니다. 제 목표는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되는 그 날까지 레츠고, 그것이 저의 목표예요. '초인후'라는 인물과 회사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유튜브와 인스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마케터는 사라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지금 저의 답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관성적으로 기계처럼 일하고 AI를 검색 도구로만 쓰는 마케터는 사라질 겁니다. 반대로 자기만의 생각을 하고 AI를 내 일에 더할 줄 아는 마케터가 이걸 무기로 더 좋은 기회를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미래에 어떻게 연결이 될까.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들을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가. 저는 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었음 마케터로 내가 세 달을 살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 걸까. 그것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해보면 어떨까. 그게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수익의 3분의 2를 내려놓고 90일을 실험에 던진 마케터는 실패한 콘텐츠 대신 대학 강의, 언론 인터뷰, AI 기획 스킬이라는 자산을 들고 돌아왔다. 윤 대표는 이걸 자신의 '생존무기'라고 부른다. 그의 말처럼 "내가 가진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해가는 과정"이 앞으로 마케터의 실무를 나눌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무기로 남을지, 이 질문 앞에 다음 vol.6의 무대는 당신의 90일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2026.07.10)에서 진행된 초인마케팅랩 윤진호(초인) 대표의 「AI 시대 마케터의 생존법」행사 이후 진행한 서면 Q&A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발표 원본은 유튜브 영상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본문에 포함된 사례와 인사이트는 발표와 발표 자료 및 윤진호님이 직접 전달한 서면 Q&A 답변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른 마케터들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의 다른 스피커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와 직접 찾은 답도 이어서 만나보세요.

WEPICK INSIGHT CIRCLE VOL.6

당신의 경험이 다음 마케터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얻은 시행착오부터, 업무 방식을 바꾼 발견과 성과까지.
마케터들과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6 스피커로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