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디자인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배너 제작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이 배너의 가이드를 만들고 운영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내가 제작하지 않는 영역의 배너 디자인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 바로 배너 광고(DA) 영역이다.
DA는 Display Advertising의 약자로, 여러 플랫폼에서 이미지 배너 형태로 라이브 되는 광고 구좌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흔히 네이버나 틱톡, 카카오톡 등에서 볼 수 있는 배너들이 여기서 해당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마케터들이라면...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 관련 직군이라면 이런 광고 집행 및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디자이너 관점에서 써보려 하니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주의할 것!)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모바일 열풍이 한번 휩쓸고 난 후, 전통적인 광고 소재(옥외광고, TV매스광고, 오프라인 광고 등)에 이어서 사용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좋은 광고 소재가 이 DA 배너 구좌라고 생각한다. 좀 더 고객층을 세분화해서 타겟팅할 수 있고, 수정도 용이해서 운영하기 수월하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필수템이 되어버린 요즘에는 마케팅의 주요 광고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DA광고 구좌를 만든 서비스에는 좋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 대다수의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이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벌듯이, 앱 내의 광고 구좌의 가치를 매겨서 광고주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입을 낸다. 그리고 다양한 광고를 위화감 없이 게재하기 위해 [광고 가이드]를 만들어 광고주에게 배포한다.
[디자인]보다 [운영 관리]가 중요한 DA 광고
이 글에서는 DA 배너 구좌를 [외부 광고주 또는 협력사가 제작하는 경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이후에는 DA광고라 하겠다) 위에서 말한 네이버나 카카오, 메타(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노출되는 배너 구좌를 해당 플랫폼 디자이너들이 제작하지 않는다. 이 배너들은 광고를 진행하고자 하는 회사 즉, 광고주가 제작해야 한다. 가끔 자사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홍보하는 배너가 라이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광고주가 배너 구좌를 구매해서 집행하는 DA소재들이다.
이 경우 내부 디자이너 제작용 배너와는 중요한 포인트가 다르다. 소재가 정해져 있고, 비교적 가이드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내부 제작 배너와는 다르게, DA광고는 어떤 광고 소재가 올 지 모르다 보니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DA광고는 최소한의 가이드만 제공하거나, 아니면 엄격하게 가이드를 정해놓고 가능한 범위 내에 컨트롤하는 것이 좋다.
만약 내가 이 구좌를 만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또는 운영하는 마케팅 디자이너라면 이 DA광고 구좌에 대한 디자인 퀄리티를 엄격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안 된다. 생각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정말 온갖 광고주들의 온갖 케이스 디자인이 다 온다. (최근에는 아이돌 헌정 광고도 봄... 요즘에는 온라인 소재에서도 아이돌 광고를 하는구나) 하루에도 여러 개의 소재 심사가 온다. 그중 1건 정도는 가이드 예외 케이스라서 관리자가 검토하고 안내해야 한다. 팀 내의 디자이너 몇 명의 결과물을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회사 밖의 수십 명의 디자이너(또는 비디자이너)가 만든 결과물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하나 더 얘기하자면, 그들은 돈을 주고 광고 구좌를 구매한 상황이라서 엄격한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광고 영업부서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DA광고에서는 디자인보다는 운영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소한의 소재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수십 개의 소재 관리와 검수, 가끔 쳐들어오는 가이드 예외케이스를 어떻게 잘 관리할까]가 중요하다. DA광고 건이 많지 않다면 잘 관리되겠지만, 점점 광고 건 수가 많아지면 담당자 혼자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드러나는 것이 업무 프로세스 설계나 가이드 관리 경험이다. 디자이너가 디자인 외의 업무 경험이 필요한 순간이다. 관리 및 검수 프로세스를 명확히 지정해서 혼선을 방지하는 경우도 있고, 요즘처럼 툴을 만들기 쉬운 세상에는 관리나 검수 툴을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쉽게 소재를 관리한다.
DA광고 가이드는 내부 디자인 가이드와 다르다
위에서 얘기한 [운영 및 관리]가 쉬우려면, 업무 자동화도 효과적이지만 이를 위한 [광고 제작 가이드]가 제대로 갖춰있어야 한다. 만약 이 DA광고 관련 업무(검수 또는 제작)를 자동화하려 한다면 AI의 학습을 위한 md파일처럼 그를 위한 광고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앱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신경 쓴다면 판매하는 광고 구좌 디자인에도 꽤나 신경 쓸 것이다. 가능하면 우리 서비스의 사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광고 소재를 섭렵할 수 있는 배너 디자인과 제작 가이드를 만들 것이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내부 배너 가이드가 아닌 [DA광고 가이드]를 만들어야 한다면, 아래 사항을 꼭 기억하라고 하고 싶다.
- 심미성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케이스를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과 가이드 범위를 찾을 것
- 만약 광고 구좌 디자인 컨트롤이 필요하다면, 디자인 자유도는 최대한 닫아놓을 것
(디자인을 잘해 줄 거라는 믿음에 자유도를 열어놓는다면... 진정 날뛰는 디자인을 보게 될 것이다)- 비디자이너도 이해하기 쉬운 가이드를 만들 것.고객사 중에는 디자이너가 없는 고객사도 많다.
물론 이 3가지를 유의해서 가이드를 만든다 해도, 예외 케이스는 항상 생긴다. 하지만 DA광고 가이드는 수정이 잦으면 운영하기 어렵다. 수십 개의 광고 구좌와 광고주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광고주는 가이드가 변경되어 또 내 광고를 수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DA광고 가이드는 자주 바꾸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디자인 가이드 관련 문의는 항상 발생한다. 물론 가이드 담당자라면 이 예외 케이스에 흔들리지 않고 광고 담당자에게 잘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코어 정책과 광고 검수 업무에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 A광고를 승인했는데, A광고와 비슷한 B광고를 반려했다고 하면 B브랜드에서 반드시 클레임이 올 것이다. 이 때문에 검수 담당 디자이너가 가이드의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이드를 비롯한 DA광고 디자인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
[관리자], 그리고 [사업 운영 지원자]로서의 디자이너를 경험할 수 있는 DA광고 업무
다시 실무를 맡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DA광고 운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DA광고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거나 가이드를 디벨롭하거나 가이드 확인 방법을 PDF에서 사이트로 바꾸는 등 정말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 케이스와 가이드 문의는 줄지 않는 것이 슬플 뿐.
되돌아보면 DA광고를 운영할 때에는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보다는 이 광고 관리자로 일하는 것 같다.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부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문의를 받고, 배너 검수 담당자의 어려움도 듣는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새로운 DA광고 구좌를 들고 오면 가이드 제작을 안내하거나 내가 가이드를 제작한다. 광고주가 만드는 배너가 우리 앱의 사용성을 해치지 않고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게끔 관리하는 사람. 서비스의 디자인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마케팅 디자이너의 역할이 [디자인 제작]에만 국한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업무 중 하나가 이 구좌 운영 건이다.
광고 구좌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DA광고는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에 관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조수용 디자이너의 책 [일의 감각]에서 프리첼 시절부터 광고 포맷을 만든 이야기가 짧게 나오는데, 조수용 디자이너는 이 사례가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고민한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구좌와 가이드가 실제로 판매되어 수익으로 이어지는 과정. 정량적인 결과를 내기 어려운 디자인 업무들 중에서 결과가 또렷이 보이는 업무는 좋은 경험이 된다. 특히 사업 구조를 파악하고 이 사업과 밀접한 여러 부서(영업, 사업전략,, 프로덕트 등)와 일하는 경험이 그러하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밀려드는 검수 요청과 가이드 문의로 정신을 못 차릴 때도 많지만, 이 작은 광고 구좌 관리 경험이 마케팅 디자이너의 역할을 확장하게 도와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