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멘토링 방식에 대한 고찰
나는 1년 넘게 플랫폼을 통해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여러 번 커피챗도 진행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정말 큰 보람이었다. 커피챗 또는 멘토링 이후 가끔 감사의 말을 전달받거나, 내 멘토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낸 사람들을 볼 때마다 멘토링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요즘, 내 멘토링 방식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변하는데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아직도 몇 년 전 시장에 머무르는 것 같다. 1:1 멘토링이 하루에 여러 번 있을 때에는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같아서 나 자신조차 혼란스럽다. (물론 멘토링이 한 번에 몰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리고 이런 나의 의심은 멘토링에서 아쉬워하는 후기를 보고 확실해졌다. 내 방식은 고칠 점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이 정체된 상황에서 더 나아가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문제점 파악]이다. 그래서 이 글을 빌려서 그동안 내 멘토링에서 고쳐야 할 점을 두서없이 써보려 한다. 참고로 이 글은 고찰이라 쓰고 의식에 흐름에 따른 반성문이라 읽는다.
첫째, 좀 더 멘티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개인의 상황과 고민에 맞춘 답변 해야 한다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남자 관객들만 있는 자리에 등장한 성시경. 사람들은 이 상황을 흔히 <수요 없는 공급>의 좋은 예(?)로 얘기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이를 의도해서 연출한 장면을 잊지 말자... 영상 속 관객들도 나름 즐거워 보였다) 무언가를 해주는데, 정작 소비자는 이를 바란 적 없다.
이는 시장 속에서도, 멘토링 속에서도 적용된다. 다들 누군가에게 커피챗을 요청할 때, 내 고민에 대한 조언이 필요해서 요청한다. 근데 막상 신청한 사람이 다른 말을 한다면? 그 커피챗 자리는 의미 없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유료 멘토링일 경우에 이런 경험을 한다면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몇 푼도 아니고 내 피와 같은(ㅜㅜ) 돈을 내고 신청한 1:1 멘토링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면... 특히나 멘토링을 요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취업준비생이거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주니어들이기 때문에 더 실망할 것이다.
대다수의 멘토링은 1:1로 진행된다.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것보다, 1 on 1으로 마주하면서 내 고민과 질문에 집중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하는 <맞춤형>이 멘토링이라는 단어에 적합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진행하는 멘토링에서는 이야기하는 내용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었다. 멘토링을 많이 하다 보니 내가 대충 준비하고 있는 건가?? 올해 초부터 포트폴리오 멘토링하는 방식을 바꿔봤지만, 방식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개개인에 맞춰서 더 뾰족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둘째, 내 영역에서 더 확장된 영역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하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이 많았다. 사실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하겠다 마음먹었을 때 모든 포트폴리오가 콘텐츠/마케팅 디자인 직군 포트폴리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군 자체가 애매한 포지션에 있어서 그런지 온갖 포트폴리오를 모두 만났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져온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본 적도 있었다. (참고로 디자이너의 포폴과 마케터의 포폴은 완전히 보는 기준이 다름. 그때 당황했을 멘티에게 아직도 미안할 뿐...)
피드백 중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콘텐츠/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멘토링이지만, 그 포트폴리오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잘 모르겠다고. 실제로 이 필드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콘텐츠/마케팅 디자인을 퍼스널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력이 없는 신입일 경우 대부분 프로덕트, BX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단순 배너/페이지 작업은 현저히 적은 편이다. 그리고 신입이라면, 마케팅 디자인 외에도 브랜드 디자인이나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마케팅 디자인이라는 세분화된(=좁은) 방향으로만 멘토링을 하니, 정작 멘티들은 원하는 내용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마케팅 디자인만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더 포괄적인 의미의 디자인 직군을 희망하는지 파악을 하고 멘토링을 준비했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위의 내용과 연결되는 지점) 그리고 이런 피드백은 내가 커리어나 디자인을 보는 시선이 매우 좁다는 증거였다. 그동안 너무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배너나 페이지 만드는 디자인 업무에 집중해서 멘토링해서 그런지 다른 분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물론 디자이너의 분야의 경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흐름에서는 디자인 커리어를 좁히는 것보다 확장하는 것이 좋다. 이는 커리어뿐만 아니라 멘토링을 진행하는, 또는 실제로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디자이너들에게도 필요한 태도다. 당장의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좀 더 다양한 분야와 이에 맞는 열린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해야겠다.
9-6시까지 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멘토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쉬는 시간을 쪼개서 멘토링 시간에 이야기할 거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특히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 피드백이라면 그 내용 준비하는 게 더 힘들다) 은근히 힘든 것이 멘토링이다.
그럼에도 멘토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내 멘토링을 통해 도움이 되었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얘기했을 뿐인데, 멘티들에게는 현직 디자이너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 된다. 이런 경험은 멘토를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자산이 된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이를 통해 가르치는 사람도 많이 배운다.
하지만 업계 트렌드가 항상 변하듯이 커리어의 흐름 역시 항상 변한다. 이 근래에 그 변화가 가장 컸는데, 정작 내가 진행하는 멘토링 방식은 그 변화를 따르지 못했나 보다. 그리고 긍정적인 리뷰에 기대서 비판적인 피드백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런 지점을 깨닫고 내 멘토링에 대한 고찰을 글로 써보았다. 이후에 다시 멘토링을 진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내용을 준비해서 진행할 수 있을까? 이 변화로 나 역시 새롭게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