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케팅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을 가속화시킵니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하지만 퀄리티는 하향 평준화된) 광고, 콘텐츠들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질감이 드는 AI 이미지와 영상들, 누가 봐도 사람이 쓴 것 같지 않은 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비슷비슷한 광고들까지. 우리가 '업무 생산성'을 위해 내린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고객의 짜증(+매출 감소)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다름'을 추구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서로를 모방하면서 만들어진 패턴을 깼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죠.

오늘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AI 전환'에 몰두하는 지금 이 시점에 고객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소액의 예산이 필요한 것부터 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 것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봤습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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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이 선택한 가장 인간적인 마케팅

Gumloop는 누구나 쉽게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마케팅에서는 AI 에이전트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을 했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거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지원하는데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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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버스킹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을 고용해 Gumloop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 입간판 앞에서 공연하도록 했습니다. 입간판에는 일반적인 AI 기업들이 말하는 '업무 자동화'나 '생산성'의 메시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업무 자동화를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는 메시지만을 전했습니다.

거리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즐겼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QR코드를 스캔했습니다. 이 캠페인을 기록한 영상은 링크드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2300개가 넘는 좋아요와 200개가 넘는 댓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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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mloop 창업자의 링크드인에 게시된 콘텐츠

예산의 일부를 투자해 볼 가치가 있는 10가지 마케팅 아이디어

현실적으로 ROI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마케팅에 많은 예산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마케팅 예산의 약 20~30%를 고객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는 일에 할애해 보세요. 판매라는 목적을 잠시 내려놓고 다음 질문들에 답을 해보세요.

Q. 우리가 할애한 이 예산을 어떻게 쓰면 우리의 잠재 고객들이

  • 잠시나마 웃을 수 있을까?
  •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까?
  • 우리 브랜드에 '도움을 받았다'라고 느낄까?
  •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할까?
  • 진심으로 감동할까?
  • SNS에 우리를 공유할까?
  • 우리를 좋은 기업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들이라고 기억할까?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아이디어 예시를 적어봤습니다.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특정 기관과의 협의나 준수해야 할 법률 및 행정 절차 등을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잠재 고객과 판매하는 제품, 전하고 싶은 브랜드 차원의 메시지에 맞춰 아이디어의 일부 요소들을 변형하시다 보면 더 핏이 맞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1.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라면 대형 펫페어 행사에 차를 가져오지 않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집 근처까지 태워주는 무료 픽업 서비스를 운영해 보세요. 차량 한 대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판매를 위한 부스 외 하나의 부스를 더 마련해 반려견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간 or 수의사님과 건강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보세요.

2. B2B 스타트업이라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사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의 카페와 협업해 보세요. 우리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메뉴를 함께 개발해 운영하거나, 브랜드와 관련된 유쾌한 메시지가 새겨진 컵홀더를 카페에서 쓸 수 있도록 제공해 보세요. 브랜드 로고를 눈에 띄게 넣는 것보다는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3. 특정 지역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핵심 잠재 고객이라면 그 입주민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벤치를 하나 설치하거나, 공공 화장실 등 오래된 시설물의 일부를 깔끔하게 정비해 주세요.

도미노피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온전히 배달된 피자를 먹게 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지자체와 협의해 움푹 파이거나 부서진 도로를 다시 포장하는데 마케팅 예산의 일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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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피자의 PAVING FOR PIZZA 캠페인

4. 피트니스 관련 브랜드라면 헬스장 혹은 필라테스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곳의 회원들이 제품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 혹은 공간을 운영해 보세요. 근육 회복을 돕는 제품을 판매한다면 근력 운동 후 마사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라면 수업 시간 동안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원하는 디자인의 운동복을 대여해 줄 수 있습니다. 파트너십을 맺는 브랜드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협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5. 회계, 법률 등 전문직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익명의 사연을 받아 고민 상담을 해주는 무료 서비스를 운영해 보세요. 매력적인 컨셉과 디자인을 갖춘 랜딩페이지 하나와 사연을 보낼 수 있는 전용 메일 주소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받은 사연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사연을 골라 정기적으로 공개 답변을 달아주세요. 키워드 노출만 신경 써서 작성하는 블로그 글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을 겁니다.

6.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는 날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산 혹은 우비를 나눠주세요. 잠재 고객이 대학생이라면 대학교 앞에 우산을 나눠주는 공간을 마련하세요. 직장인이라면 지하철 역 근처에 마련해 볼 수 있습니다. 우산과 우비 디자인에 시각적 포인트를 주세요. 여기서도 물론 브랜드 로고보다는 지인, 가족, 동료와 대화를 나눌 소재가 될 수 있는 포인트여야 합니다.

7. 잠재 고객이 '러너'라면 퇴근 후에 바로 러닝을 즐길 수 있도록 주요 러닝 포인트에 물품 보관함 혹은 임시 탈의실 등을 운영해 보세요.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운영하기 어렵다면 퇴근 후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운영해 보세요. (처음에는 무료로 시작하더라도 이후 참여율이 높아지면 이 프로그램에서 또 하나의 연계 비즈니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8. 지하철 역사 내 광고 구좌를 하나 구입해 판매 목적이 없는 광고를 게재해 보세요. 퇴근할 때 듣기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 잠시나마 해외에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특정 여행지의 명소와 소리들을 모아둔 웹사이트의 QR코드를 삽입해 보세요. 역시 브랜드를 과하게 노출시키기보다, 실제 그들이 지인에게 추천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기획해 보세요.

9. 잠재 고객이 아이라면 아이들이 부모님과 산책을 나오는 저녁 시간에 신도시의 호수공원 등에서 마술이나 예술 공연을 하는 분들을 지원해 보세요. 그분들과 함께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가 들어간 공연을 기획해 아이와 부모님 모두의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세요.

10. 우리의 잠재고객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메시지와 함께 점심을 배달해 주세요. 10억 매출을 일으킨 1500만 원 상당의 피자 마케팅 캠페인을 참고해 보세요.


결국 남는 건 의도와 선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AI의 능력은 점점 더 고도화될 겁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대등한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겠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일을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올지도 모릅니다.

AI가 극도로 발전하면 인간에게는 '의도'와 '선택'만이 남습니다. 당장은 매출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즐거움을 먼저 전하겠다는 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패턴과 반대로 가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선택'.

남들과 똑같이 AI를 써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결국 이런 의도와 선택이 아닐까요? 다가올 4분기에는 '자동화'와 '퍼포먼스' 같은 단어에서 잠시만 벗어나 우리 브랜드만의 '의도'와 '선택'도 함께 기획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