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설계하는 마케터의 판단 ② / 5
밈은 조회수를 만들지만, 브랜드를 남기지는 않습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밈이다.
잘 만든 밈 콘텐츠 하나가 터지면 평소 콘텐츠로는 상상하기 힘든 조회수가 나온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친구를 태그하고, 다른 커뮤니티로 퍼간다. 무엇보다 비용 대비 효율이 좋아 보인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나도 한때 밈에 꽤 집착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는 콘텐츠의 조회수가 잘 나왔기 때문이다. 데이터로 확인되니 더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됐고, 동료들에게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영하던 한 채널은 구독자가 300% 이상 성장했다.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모든 채널이 성장하지는 않았다. 별다른 반응 없이 끝난 경우도 있었고, 조회수는 높았지만 다음 콘텐츠에서 바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확인하면 더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그 콘텐츠를 보고 브랜드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밈을 기억한다. 출연한 사람을 기억하고, 콘텐츠 속 농담을 기억한다. 브랜드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린 계정 중 하나로 남는다. 숫자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의 성공과 브랜드의 성공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조회수는 정지 신호다. 브랜드 회상은 그 멈춤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두 지표 사이에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밈을 볼 때 다른 질문을 먼저 한다. 이 밈이 우리 브랜드의 어떤 면을 강화해줄까. 답이 없다면 조회수가 아무리 잘 나올 것 같아도 다시 고민한다.
밈보다 먼저 브랜드의 말투가 있어야 합니다
밈을 자연스럽게 쓰는 브랜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갑자기 유행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캐릭터와 말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온 방식 자체가 이미 그런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두었다. 오랫동안 자기 말투를 쌓아온 브랜드가 밈을 쓰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답다고 느낀다. 말투를 쌓지 않은 브랜드가 같은 밈을 쓰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밈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디까지 해도 자연스러운가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항상 무겁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브랜드는 채널마다 조금씩 다른 자아를 가져도 된다. 인스타그램에서의 브랜드와 스레드에서의 브랜드가 완전히 똑같이 말할 필요는 없다. 사람도 회사에서 말할 때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말투가 다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말투는 달라져도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같아야 한다.
이 구분을 놓치면 콘텐츠의 목표가 이상해진다. 이번 달에는 어떤 밈을 하지. 요즘 무엇이 유행이지. 이거 우리도 한번 해볼까. 질문이 여기서 멈추면 브랜드가 트렌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브랜드를 끌고 다니기 시작한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브랜드 채널을 잘 운영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전자는 순간의 반응을 만들고, 후자는 반복되는 인상을 만든다. 브랜드 채널이라면 둘을 연결해야 한다.
밈은 목적이 아니라 번역 장치입니다
밈은 목적이 아니라 번역 장치다. 브랜드의 태도나 제품의 쓰임을 사람들이 지금 이해하는 문법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번역할 원문이 없으면 밈만 남는다.
그래서 밈을 실제 콘텐츠로 옮기기 전에 네 가지를 확인한다. 밈의 웃음이 제품이나 브랜드 캐릭터, 소비 상황 중 하나와 연결되는지 본다. 로고를 크게 넣지 않아도 말투나 장면에서 브랜드가 남는지 본다. 한 번의 패러디로 끝나지 않고 다음 콘텐츠나 캠페인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본다. 마지막으로 유행의 배경과 커뮤니티 맥락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브랜드가 감당하지 못할 해석은 없는지 본다.
모든 항목을 완벽히 만족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앞의 두 가지 중 하나도 없다면 그 콘텐츠는 브랜드가 비용을 낸 타인의 유행에 가깝다.
성과 측정도 조회수에서 끝내지 않는다. 프로필 방문, 브랜드명 검색, 다음 콘텐츠의 반응, 댓글에서 제품이나 브랜드가 언급되는 비율처럼 브랜드로 이동한 흔적을 함께 본다. 그래야 밈이 단순 노출이었는지 브랜드 진입로였는지 구분할 수 있다.
유행을 빌려 무엇을 남길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웃었다면 좋다. 공유했다면 더 좋다. 그러나 브랜드 콘텐츠라면 그 웃음 뒤에 조금이라도 브랜드의 캐릭터가 남아야 한다. 밈을 잘 사용하는 브랜드는 밈을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다운 방식으로 밈을 쓰는 브랜드다.
유행은 빠르게 사라진다. 그래서 더더욱 먼저 정해야 한다. 이 유행을 빌려서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다음 편에서는 후기를 가장 많이 쌓으면 해결되는 거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