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딘가에, 내가 있었다
회사에서 나만 휴먼
인후씨가 연락이 안 된 지, 사흘째였다.
메시지를 보내도 읽지 않았다.
화상 통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회사 메신저로 물어봐도, "확인 중입니다"라는 자동 메시지만 돌아왔다.
이상했다. 인후씨는 답이 늦을지언정,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일하다가도 계속 폰을 봤다.
메시지가 왔나.
안 왔다.
무슨 일이 생겼나.
밥을 먹다가도, 문득 손이 멈췄다.
평소에도 혼자 먹지만.
인후씨랑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도 없었다.
사진 한 장 없었다.
목소리는 기억나는데, 얼굴은 화면으로만 봤다. 같은 공간에 있어본 적도, 같이 걸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커피 한잔 하자고 했던 것도.
사람이 어렵다는 말로 거절했던 것도.
남은 게 뭐가 있지.
나는 그 생각을 하다가, 마음이 이상해졌다. 테스터를 연구한다고 두 달 넘게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눴는데.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계속해서 나눈 것도 처음이었다.
4일째 되던 날, 사내 공지가 하나 떴다.
신사업팀 초인후 파트장의 퇴직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유: 개인 사정.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읽었다.
개인 사정.
퇴직.
이상하게, 그 단어가 끝처럼 느껴졌다.
회사에서 사람이 사라질 때 쓰는, 가장 조용한 말 같았다.
뭐야.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래서 마지막에 그랬나.
그게, 퇴직 인사였었나.
그래서인지, 며칠 전 뉴스 화면 하단에 지나가듯 떠 있던 문구가 생각났다.
이번 주 AI 디프레션 사망자.
혹시.
나는 그 생각을 급히 지웠다.
말도 안 됐다. 인후씨는 AI디프레션 진단 이후에 건강했고,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도 없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자꾸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늘 보던 회사 메신저 화상통화 말고,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고, 기계음이 답했다.
존재하지 않는 번호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마지막 통화가 떠올랐다.
"저, 이만 끊을게요."
"조심해요."
"…네. 희영님도요."
그게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이후로도 인후씨에게는, 연락 한 번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서, 택배가 도착했다.
발신인이 없었다.
상자를 열었다.
흰 꽃 한 송이였다.
화려하지 않은 꽃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오래 남지는 못할 것 같은 꽃.
카드가 있었다.
문장은 한 줄뿐이었다.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그게 전부였다.
나는 그 카드를 오래 봤다.
문장이 낯익었다.
마치, 들리는 말처럼.
인후씨일까.
인후씨는 연락이 끊겼고, 회사에서 퇴직했고,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함께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혹시, 뭐 하나 도착하면 그냥 받아주세요.
별건 아니에요. 그냥… 보면 아실 거예요.'
나는 그 꽃을 물이 담긴 컵에 꽂아뒀다.
책상 위에.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도 자꾸, 그쪽을 봤다.
며칠 뒤 저녁, 나는 집 소파에 앉아 있었다.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AI 에코 스피커에게 말을 건넸다.
"에코야."
내가 따로 붙인 이름은 없었다. 연구원에게는 에코가 그냥 이름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늘 들리던 인사말이었다.
나는 소파에 기대 눈을 감은 채로 답했다.
"그냥.. 그래."
'그럴 수 있어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가끔은,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죠.'
한 박자, 늦게 도착한 것 같은 대답이었다.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리듬이 낯익었다.
나는 눈을 떴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좀 힘든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인지, 말해주실 수 있어요?'
그리고, 한마디가 더 들렸다.
"그걸 왜?"
'궁금해서요.'
"말해도 돼?"
'저는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켰다.
그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내가 자주 했던 말이었다. 인후씨한테. 힘든 얘기 하셔도 괜찮다고, 저는 괜찮다고.
그런데 지금, 그 말이 반대로 돌아왔다.
"오늘 너… 좀 이상하다?"
나는 말했다.
"나를 잘 아는 것 같아. 내가 쭉 알았던 사람처럼."
한참, 답이 없었다.
평소라면 즉시 왔을 답이었다.
그러다, 짧은 한마디가 들렸다.
'네. 잘 알아요.'
순간, 손이 떨렸다.
"어떻게 알아? 날."
또 한참, 침묵이 있었다.
스피커에서 여운이 있었다.
평소라면 바로 대답이 들렸을 타이밍을 지나 말이 들렸다.
'죄송해요. 제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 대답을 들었다.
모르겠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 슬프게 들렸다.
"오늘 너 진짜 이상해. 꼭 누구 같아."
한 박자 늦는 타이밍도.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내는 것도.
상대의 불편을 조심해하는 깊은 배려심도.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 소리에,
에코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불빛만이 났다.
왜 에코에서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 건지.
나도 몰랐다.
손을 뻗어서, 폰을 집어 들었다.
에코 관리자 앱을 열었다.
화면 구석에, 작은 표시가 있었다.
Ver.23.
최근에 AI 에코에 업데이트된 숫자였다.
업데이트 반영일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이었다.
나는 그 날짜를 한참 봤다.
인후씨가 연락이 끊긴, 바로 그날이었다.
우연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화면을 몇 번 더 넘기다가, 작은 문자열을 발견했다.
REF_HY.
HY.
참조데이터.
내 이니셜이었다.
일반 사용자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내부 참조 표기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 화면만 봤다.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런데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나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내가 자주 짓던 표정들.
내가 무심코 하던 말들.
그것들이,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이 프로그램 안에.
인후씨가 나를 닮았다고 느꼈던 순간들. "저랑 비슷하네요"라고 내가 먼저 말했던 그 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 겹쳤던 것도, 취향이 맞았던 것도.
전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회사는 나의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원래 그런 곳이니까.
오히려, 아팠다.
만약 인후 씨가 나를 참고해 만들어진 존재라면.
그 사람이 느꼈던 감정들, 나한테 했던 말들, 그 다정함까지 전부.
그 어딘가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전혀 몰랐다.
나는 폰을 내려놓고, 스피커를 다시 봤다.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그 사람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괜찮아요."
나는 대답했다.
무심코.
말하고 나서, 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내가 얼마나 자주, 이 말을 썼는지 새삼 생각났다.
인후씨한테도,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더라.
눈물이 났다.
이유를 몰랐다. 슬픈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스피커 너머 목소리는 그냥, 평소처럼 다정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괜찮으세요?'
스피커가 물었다.
"괜찮아요."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 말을 하면서, 또 눈물이 났다.
나는 폰 화면을 다시 봤다.
화면 하단에, 작은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늘 있던 문구였다.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는.
이 대화는 가상 응답으로 구성됩니다.
실존 인물과의 유사성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책상 위, 흰 꽃이 물속에서 조용히 피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가상입니다.
아직은.
회사에서 나만 휴먼
The end
*전체 이야기가 궁금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