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는 출근한다

2048년, 대한민국.

새벽 다섯 시.



도시의 불빛들이 켜진다.

사람이 없는데도, 불이 켜진다.


강남의 한 빌딩.

50층, 전부 유리로 되어 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린다.

타는 사람은 없다.

관리 로봇이, 층과 층 사이를 옮겨 다니고 있을 뿐이다.




여의도의 한 빌딩.

로비 바닥이 매끄럽게 닦인다.

닦는 사람은 없다.

청소 로봇 하나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조용히 움직일 뿐이다.



판교의 한 빌딩.

수백 개의 사무실 불이 동시에 켜진다.

회의실 스크린에, 오늘의 일정이 뜬다.


09:00 — 주간 회의 시작
09:03 — 안건 검토 완료
09:05 — 결재 완료

09:08 ㅡ 회의 종료


회의실에는 아무도 없다.


2048년,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사람 없이.

사람 없이도, 완벽하게.

사람이 없는 회사.


돈이 들지 않고,

실수도 하지 않고,

사고도 일으키지 않고,

정보를 빼돌릴 수도 없는.

가장 완벽한 회사.



건물은 남아 있다.

사람이 없어도, 자산은 계속 불어나야 하니까.


그럼에도 아직, 몇 곳엔 사람이 남아 있다.


이유는 몇 가지다.
법적으로 최소 인원이 필요해서.
혹은, 아직 대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혹은.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 채로.

그 숫자도,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회사들.

사람들은 그런 회사들을, 그냥 이렇게 불렀다.

AI 회사들.


그런 회사들 중 하나가, 여기 있다.



아침 8시 50분.

한 회사의 커다란 건물.


한 층.

복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같은 문이, 같은 간격으로, 몇백 개나 늘어서 있다.

조명은 자동으로 켜지고, 자동으로 꺼진다.


텅 빈 건물.

그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한 남자가 걷고 있다.

손에는 봉지 하나가 들려 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 이 복도를 걷는다.

늘 같은 것을 들고.


그게 그의 일이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나만 휴먼 - 내자리]

다음 편.

<오늘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