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이제는 몸이 먼저 안다.
여섯 시.
씻고, 옷을 입는다.
언제나 정장이다.
늘 가던 편의점에 들른다.
늘 사던 것을 산다.
봉지를 손에 들고, 회사로 향한다.
건물 앞에 서면, 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린다.
초인후씨.
출입이 확인되었습니다.
목소리도, 얼굴도 없는 인사다.
그리고 들어선 넓은 로비.
아주 넓다.
한 사람이 걷기엔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나는 매일 혼자 가로지른다.
이미 두 시간 전에 청소로봇이 청소를 마쳐 깨끗하다.
내 유일한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화면에 문구가 뜬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AI 코퍼레이션
사무층 입구를 들어서자 안내가 뜬다.
오늘의 지정 좌석을 확인해 주세요.
나는 그 문구를 본다.
익숙한 문구다.
이제는 일상적인 인사말처럼 느껴진다.
화면이 넘어간다.
지정 좌석: B1, 3번 칸.
내 자리는 매일 바뀐다.
그래도 시스템이 늘 알려준다.
지금까지 매일 그랬다.
나는 그 문구를 읽고, 한숨을 쉬었다.
또야.
거기라니.
이런 배치를 받은 게 이번 달만 세 번째다.
옛날엔 이 정도로 짓궂진 않았는데.
시스템이 갈수록 장난스러워지는 건지,
아니면 랜덤이 원래 이렇게 잔인한 건지.
이 회사를 30년 다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나는 속으로 투덜거린다.
하필 지하.
지하 1층 화장실.
문을 연다.
사람이 쓰지는 않지만, 꽤나 정돈이 잘 되어 있다.
3번 칸.
나는 그 칸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어제는 창고에 있었고, 그제는 서버실 앞에 있었다.
어디서든, 자리가 되는 곳엔 책상이 놓인다.
누가 옮겨 놓는지는 모른다.
그곳에 들어서자 문에, 작은 표시등이 켜진다.
지정 좌석 ㅡ 배정 완료.
벽 아래쪽에, 작은 단자가 보인다.
어느 공간이든 지정 좌석이 되는 순간, 전원과 네트워크가 열린다.
이곳은 회사다.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어디에나 갖춰져 있다.
의자에 앉는다.
좁다.
냄새도, 뭐, 그렇다.
사람들이 안 써도 화장실은 화장실이다.
오래 이 짓을 하다 보면, 이런 것도 익숙해진다.
익숙해진다는 게 슬프지만, 그렇다.
서랍 속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켠다.
화면에 로그인 창이 뜬다.
근태 확인이 진행됩니다.
지정 좌석 착석이 감지되었습니다.
출근이 인정되었습니다.
인정되었습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를 위해, 나는 매일 이 짓을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봉지를 집어 든다.
열어본다.
삼각김밥 두개. 물 한병.
당연한 걸, 나는 매번 확인한다.
혹시나 놓고 왔을까 봐.
오늘도 있다.
나는 김밥 하나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화장실 칸 안에서. 내 자리에.
그치.
먹고 살아야지.
인간 맞네.
이것이 내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화장실 한 칸, 김밥과 물.
이게 내가 가진 전부다.
먹으면서, 오전 업무 메일을 확인한다.
전부 자동 발송된 리포트들이다.
읽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는 걸, 발신자도 알고 있을 거다.
그래도 형식은 갖춘다.
수신: AI코퍼레이션 전 직원
전 직원은 1명.
바로 나.
이제는 익숙해서, 웃기지도 않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로그인 창이 뜬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허용 시간 : 60분.
60분 동안, 나는 그 화장실 칸에서 나가지 않는다.
나갈 이유가 없다.
어차피 갈 곳도 없다.
남은 김밥 한 줄을 마저 먹는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본다.
오후 업무도, 오전과 다르지 않다.
리포트를 확인하고, 승인 버튼을 누르고, 다음 리포트를 확인한다.
청소가 완료되었습니다.
승인.
건물 관리비가 지출되었습니다.
승인.
보안 점검이 완료되었습니다.
승인.
자세한 내역은 알 수 없다.
승인을 거부할 수도 없다.
그냥 정해진 버튼을 누를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업무는 정확히 이것이 되었다.
시스템이 처리한 것을, 내가 승인하는 것.
형식상의 승인.
여섯 시가 되면, 화면에 문구가 뜬다.
퇴근 시간입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누가 나한테 직접 이 말을 해준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노트북을 서랍에 다시 집어넣고
자리에 일어선다.
빈 김밥 통과 물병을 봉지에 담는다.
화장실을 나선다.
로비를 가로질러, 다시 게이트를 지난다.
내 이름과 함께 알림이 뜬다.
초인후씨.
퇴근이 확인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걸으면서 생각한다.
내일은 또 어디일까.
창고일까. 옥상일까. 서버실일까.
아니면, 다시 화장실일까.
내 자리는 매일 바뀐다.
상관없다.
어디든, 나는 가면 된다.
이제껏, 못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시스템은 알려줄 것이다.
언제나처럼.
[회사에서 나만 휴먼 - 내자리]
다음 편.
<103번째 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