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국민대 사회과학대 강연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바로 [질의응답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소 불성실했던(?) 나의 학생 시절을 생각해서 질문을 많이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 줄까지 서가면서 질문하는 학생들을 보고 엄청나게 감동을 했더란다.
강연 당시 [사전 질문] 시간만 마련했었는데, 이는 학교 담당자분이 학생들에게 미리 사전 질문을 받아 리스트를 전달했었다. 시간상 5개의 질문만 받았는데, 이 질문 포함해서 사전 질문 중 포트폴리오를 처음 만드는 사람들이 알면 좋은 질문 2개 정도 더 추가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막상 정리해 보니 강연 내용과 겹치지 않는 질문만 골랐기 때문에 내용이 잘린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강연 내용은 나중에 한번 더 정리해볼까 한다.
참고로 이번 질문은 강연 대상처럼 디자이너 대상으로 받은 질문이 아니다. 요즘 포트폴리오가 중요도가 올라가는 마케팅/광고 등의 타 전공 학생들에게 받은 질문이기 때문에,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사람들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질문과 답변은 캡션별로 차이를 주고, 구어체로 작성했습니다.
*기존 답변에 제가 추가한 내용도 있습니다.
*본문 내의 장표는 모두 제가 제작한 장표 중 일부입니다.
Q) 현직자 입장에서 포트폴리오의 어느 점을 중점적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직군 관련된 내용 빼고 제 개인적인 중요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저는 [우리가 뽑고자 하는 JD에 적절한 포트폴리오인가]를 먼저 봅니다. 브랜드 마케터를 뽑는데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콘텐츠 PD를 뽑는데 퍼포먼스 마케터의 포트폴리오가 온다면 어떨까요? 이 포트폴리오는 바로 탈락합니다.
회사 채용 담당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점은, [우리가 원하는 사람의 서류가 안 들어온다는] 거예요.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지원합니다. 디자이너를 뽑을 때 마케터가 지원한 적도 있어요. 분명 포트폴리오 필수라고 공고에 써놨는데 심지어 포폴 없이 지원했습니다. 이처럼 채용공고와 맞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보인다는 것 자체가 우리 회사에 대해, 채용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고 불성실함을 대놓고 얘기하는 게 되어버립니다.
제가 디자이너가 아니다 보니까 이 강연 준비하면서 마케터 분의 조언을 구했었는데요, 그분은 이전에 얘기했던 [면접 유도력]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결국 이 사람이 궁금하고, 더 물어보고 싶고 얘기해보고 싶다는 게 크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부분에서도 우리랑 큰 연결지점이 있어야 가능한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전혀 교집합이 없으면 궁금하지도 않아요.
Q) 포트폴리오를 취업뿐 아니라 개인 외주나 클라이언트 제안에도 활용하고 싶은 경우,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목적에 따라 별도의 버전으로 구성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어떤 점을 차별화해야 할지)
개인적으로는 취업용과 외주용은 완전 차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용은 완전히 회사 맞춤이어야 해요. 그리고 회사들마다 암암리에 원하는 양식들이 있습니다. 다들 PDF를 선호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회사 지원용 포트폴리오는 [이 회사 일을 쭈욱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서류입니다. 회사용 포트폴리오는 내가 그 조직에 들어갈 구성원임을 입증하는 용도라고 봅니다.
반면 외주나 클라이언트 제안용은 조금 달라요. 여기서는 회사에 [나를 영업해야 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과정보다는 좀 더 결과물과 그에 따른 성과를 더 비중 있게 보고요. “그래서 네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고 성과를 부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몇 번 에이전시의 클라이언트 제안서를 봤었는데요. 주로 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성과를 부르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따왔는지를 주로 내세웁니다.
디자이너 기준으로 좀 더 얘기하자면 외주를 받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또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본인들의 포트폴리오를 사이트로 만들어 링크를 줍니다. 요즘처럼 SNS가 활발한 곳에서는 내 SNS 자체가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어요. 콘텐츠가 중요한 마케팅 업계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죠. 저희도 이전에 협업 작가를 구할 때 인스타나 비헨스 같은 커뮤니티 위주로 검색했었어요. (참고로 이 질문을 준 학생은 미술 전공이었다)
Q) AI를 활용하면서 디자인이나 콘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신입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오히려 더 중요하게 보는 역량이나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AI 관련해서는 모든 직무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이는 신입 주니어 시니어 다 안 가리고 똑같은 고민인 것 같아요.
AI를 어디까지 활용하고 잘 쓰냐도 정말 중요하겠지만, 저는 중요한 것은 [기획력]이라고 봐요. 일의 시작과 끝을 맡는 능력. 여러분 AI를 써봐서 알 겁니다. AI는 알아서 만들어주지 않아요. 내가 명령한 대로 만들거나 일합니다. 여기서 [사람이 AI에게 어떤 것을 시킬 것이냐]가 중요해집니다. 이것이 기획력 중의 하나예요.
그리고 이를 다른 말로는 [디렉팅]한다고도 얘기합니다. 아트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들어봤죠? 이 일을 총괄하는 사람을 디렉터라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AI를 부리고 이들의 일을 디렉팅 할 줄 아는 능력에서 차이점이 보일 겁니다.
Q)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 아이디어 구상, 구성, 디자인, 문구 작성 등 여러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데, 현업에서 봤을 때 AI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은 부분과 지원자가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야 하는 부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전체를 AI에게 맡기는 것은 반대합니다. 포트폴리오 자체에서 AI 티가 나버리면 내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AI의 포폴이 되어버립니다.
포트폴리오의 구조를 잡고 들어갈 내용을 고르는 일은 대부분 여러분이 직접 해야 합니다. 나 자신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요. AI에게 구조 짜는 것도 맡겨버리면 내가 아닌 나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겁니다. 그다음 포트폴리오 장표 디자인에서는 기초 시스템이 되는 부분(예 : 컬러)을 제외하고는 AI에게 맡겨도 괜찮아요. 텍스트 압축이나 레이아웃은 오히려 AI가 더 잘해줄 겁니다. AI에게 초안을 짜달라고 하고 여러분이 나중에 조금씩 수정하세요. 컬러는 여러분이 지정해야 합니다. AI에게 컬러를 맡겨버리면 그 특유의 톤으로 나오더라고요.
주의할 점은, AI가 만든 초안 그대로 내지 말고 반드시 여러분이 장표 디자인도 수정해야 해요. AI에게 장표 제작을 맡겼을 때 AI가 만든 티가 나는 포인트가 있어요. 그걸 걷어내는 작업도 해야 합니다.
Q) 회사 보안 문제로 실제 업무 화면이나 결과물을 이미지로 활용할 수 없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데 이 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보수적인 대기업에서 발생하거나, 이들을 클라이언트로 내세울 경우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이 그러합니다. 삼성을 예로 들면, 삼성은 정말 보안 정책이 엄격해요. 보안 이슈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눈물을 머금고 아예 빼 버리거나, 아니면 이 이미지는 흐리게 블러처리해서 “이미지가 있으나 보안 이슈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음”을 표시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노출될 경우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처럼 이미지가 포폴에서 정말 중요한 직군이 이때 진짜 눈물 나요. 그래서 아예 보안이슈가 있는 프로젝트를 빼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포트폴리오에서 궁극적으로 지원자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점을 어필하기를 원하는지, 무엇을 가장 잘 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요소의 우선순위를 알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포트폴리오를 볼 때에는 [지원자에게 우리가 뽑고자 하는 역량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려 합니다. 특히 줄글로 쓰는 자소서가 너무 고착화된 마케팅 등의 직군에서는 시각물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지원자를 파악하기 쉬울 거예요. 채용공고에 써 놓은 지원자격에 맞는 경험, 근데 이걸 줄글 말고 잘 정리된 장표로 빠르게 파악하고 싶어 합니다. 이 때문에 1차로 지원하는 서류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역량에 맞는 경험을 했냐가 중요하니까요. 때문에 포트폴리오 만들기 전에 채용공고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내가 넣어야 하는 프로젝트나 경험을 골라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Q) 디자인 직무가 아니더라도,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또한 포트폴리오에서 디자인의 비중이 어느 정도여야 바람직한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장표 안의 내용 정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직무가 아니라면 이 사람이 장표를 예쁘게 만들고 퀄리티를 높이고는 사실 중요도가 높지 않아요. "내가 장표를 예쁘게 만들어야 돼!"라는 강박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대신 이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이용해서 장표를 잘 정리해야 합니다. 분명 마케팅/기획 등의 직군이라면 설명해야 할 내용이 정말 많을 거예요. 이걸 어떻게 잘 구분하고 정리해서 장표 1장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이 정리를 위해서 디자인 요소(컬러, 레이아웃, 텍스트 정리 등)가 필요한 겁니다. 디자인 직군이 아니라면 이 정리만 잘 돼도 충분합니다.
Q) 아직 마케팅·브랜딩·콘텐츠 등 관심 분야가 겹쳐 있어 특정 직무 하나로 방향을 좁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하나의 직무를 정해 그에 맞는 경험만 선별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여러 관심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저만의 강점이나 방향성을 먼저 찾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면 벌써부터 방향을 좁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위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할 때니까요.
이 경우에는 학생이 나의 강점을 어떻게 어필할 건지가 관건입니다. 질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하나의 직무에 맞는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울지, 아니면 [마케팅 전반의 강점]을 내세울건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전자는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에서 어필하고, 후자는 나를 설명하는 [메인 카피]에서 어필하는게 좋아보입니다.
실무에서도 이런 질문이 많습니다. 하나만 특출나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냐 / 두루두루 잘 하는 제너럴리스트냐. 요즘처럼 모든것이 자동화되고 직군의 역할이 재정의되는 시점에서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직군 이름을 걸고 채용을 하는 만큼, 내가 할 줄 아는 것들 중 내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1순위 강점은 있어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