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릴스를 보고 있노라면 고디바 모찌 열풍입니다. 새벽부터 줄을 서서 겨우 대기표를 받고 오후가 되어서야 받았다는 이야기는 특별한 감흥이 없을 정도입니다. 왜 모찌 하나가 이렇게 유행일까요? 그나저나 한때 열풍이었던 두쫀쿠, 버터떡은 또 어찌 된 것일까요?

– godivakorea 인스타그램
고디바 모찌는 9월 10일 잠실 롯데월드몰점에서 하루 150개 한정으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오전 6시 전후면 그날 대기가 마감됐고, 한 개를 대신 사주면 수고비 2만5000원을 주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고 하죠. 10월 29일부터는 캐치테이블 예약제로 바뀌어 매일 오전 10시에 예약이 열리고, 1인당 4개까지만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한 알에 7500원에서 9000원이에요. 떡 한 알에 만원 가까이한다니 뭐 이리 비싸 싶다가도, 저렇게 오래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그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1. 점점 짧아지는 유행의 수명
유난히 최근 들어 이런 반짝 유행이 더욱 자주 생기는 느낌입니다. 검색 추이 그래프를 보면 그 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가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량으로 주요 디저트의 ‘유행 반감기’, 즉 검색량이 정점을 찍은 뒤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린 기간을 따져 본 적이 있습니다. 2020~2021년 크로플은 163일이 걸렸습니다. 2023년 탕후루는 54일로 줄었고, 2024년 두바이 초콜릿은 13일, 2025년 말 두쫀쿠는 17일에 그쳤습니다. 5년 사이 유행의 수명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죠.

자료: 연합뉴스(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7일 이동평균 기준)
떠오르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상하이 버터떡은 올해 3월 1일 네이버 검색 지수가 1에 불과했는데, 보름이 채 안 돼 최고치 100에 닿았습니다. 크로플에서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 버터떡으로 주인공은 계속 바뀌었지만 흐름은 같습니다. 더 빨리 떠오르고, 더 빨리 내려옵니다.
디저트 하나가 뜨면 편의점 업계는 앞다투어 관련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었습니다. CU가 지난해 10월 두쫀쿠를 닮은 ‘두바이 쫀득 찹쌀떡’을 업계 최초로 선보여 누적 180만 개를 팔았고, 버터떡 때에도 올해 3월 16일 ‘소금 버터떡’을 가장 먼저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최근 유행인 고디바 모찌도 편의점 상품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 충분히 예상됩니다. 이미 CU는 9월에 떡 속에 초콜릿을 채운 ‘생초코 모찌’를 내놓기도 했고요.
2. 한정이라서 더 갖고 싶다
이런 유행의 뒷면에는 어떤 심리가 숨어있을까요? 바로 희소성 심리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구하기 어렵거나 수량이 한정되어 있을 때 사람들이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희소성 원칙이라고 합니다. 똑같은 떡이라도 ‘오늘은 여기까지만’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달리 보이죠.

고디바 모찌는 이 원칙이 작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매장은 잠실 한 곳뿐이고 하루 수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제는 예약 창이 열리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구하는 과정이 어려울수록 손에 넣었을 때의 만족감은 커집니다. 그 만족감은 릴스 한 편으로 SNS에 올라가고, 그 영상이 다시 다음 사람의 줄을 만들어요. 희소성이 확산의 연료가 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희소성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품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 ‘귀한 것’이라는 느낌은 빠르게 옅어집니다. 두쫀쿠는 디저트 가게를 넘어 국밥집, 초밥집에서까지 팔릴 만큼 흔해졌습니다. 줄을 서던 이유가 함께 사라진 셈이에요. 유행이 지나간 뒤 오픈런 행렬은 자취를 감췄고, 중고거래 앱에는 남은 재고를 할인해 판다는 글이 이어졌습니다. 두쫀쿠가 어찌 됐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3. 메뉴는 바뀌어도 판은 커진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다른 숫자였습니다. CU의 떡 매출은 올해 1~9월 지난해보다 96.5%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62% 성장했습니다. GS25의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9월 한 달 동안 GS25 퀵커머스 전체 매출 1위에 올랐는데, 캔맥주를 제친 결과였다고 해요. 개별 메뉴는 몇 달마다 바뀌는데, 떡 디저트라는 시장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커진 겁니다.

이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분이 ‘패드(fad)’와 ‘트렌드’입니다. 패드는 짧고 강하게 타올랐다 사라지는 유행이고, 트렌드는 더 오래 이어지는 소비의 방향을 말합니다. 두쫀쿠, 버터떡, 고디바 모찌 하나하나는 패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짝 유행이라고 해도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쫀득한 식감, 그리고 쌀로 만든 디저트라는 트렌드를 남기게 됩니다. 반짝 유행할 대상은 예측이 힘들지 몰라도 트렌드를 따라가면 어느 정도 맥락은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측면에서 신상품 개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트렌드 분석과 전망이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반짝이는 디저트가 나오면 편의점 업계가 보인 패턴을 보면 그들은 트렌드를 읽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SNS 화제 상품을 소량 한정판이나 사전예약으로 내놓고 반응을 떠보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인기가 확인된 상품을 상시 판매하거나 시리즈로 넓히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CU는 10월 8일 내놓은 피자절편을 한정판이 아닌 상시 상품으로 출시했고, GS25는 요거트 찹쌀떡에 이어 한 달여 만에 피스타치오 찹쌀떡을 내놓으며 2만 개 한정 사전예약을 받았습니다. 메뉴 하나에 거는 게 아니라 판 자체에 자리를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4. 유행을 쫓을 것인가, 흐름을 읽을 것인가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패드만 바라볼 때는 지금의 유행이 디저트 시장의 이야기이지만 트렌드를 읽는다면 우리 시장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면 새로움이 탄생하기 마련입니다.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가 찹쌀떡에 가나슈를 채워 넣은 것도 그 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트렌드를 좇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면 비슷비슷한 상품만 쏟아내는 미투 경쟁에 빠지기 쉽습니다. 차별성은 약해지고 소비자는 금방 피로해지죠. 빠른 출시가 꼭 꾸준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고디바 모찌의 유행을 편의점 업계에서는 어떻게 따라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디저트 시장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주기만 다르지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시시각각 달라져 왔습니다. 과연 우리는 패드를 좇고 있는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트렌드를 따르며 끝이 없어 보이는 대기줄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있을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