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광고문구 한두 줄

마케터들이 주로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광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내는 일입니다. 남들이 보면 고작 광고문구 한두 줄, 대충 만든 것 같은 광고 콘텐츠 하나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한두 줄 찾아내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고된 일입니다.

고작 그 광고 문구 한두 줄 때문에 마케팅의 전체 효율이 달라지기도 해요. 저는 이걸 인하우스에서도 경험했고요. 최근에는 한 회사에 광고 소재 활용하는 법을 살짝 코칭해 드렸는데요. 저에게는 당연한 말이라 슬쩍 건넨 한마디가, 실제로 적용했을 때 매출 상승에 직접적인 기여도를 만드는 것도 지켜봤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미세한 차이로 발생하는 광고의 효율(숫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터들은 수도 없는 소재를 찍어내고 테스트합니다. 돈을 쓰고 바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마케팅 직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건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과 시간과 경험이 만들어낸 아웃풋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가끔 이런 수면 아래의 발버둥들이 외면당하는 것 같을 때, 마케터들은 사기도 꺾이고 동기부여도 잃게 됩니다.


▶ 첫째로는 경쟁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다 쓰는 행위를 지켜볼 때예요. 특히나 시장을 개척한 삼쩜삼에서 이런 경험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카피캣 & 경쟁사들이 삼쩜삼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모방은 최고의 아첨”이라는 말로, 우리가 너무 잘해서 그렇다는 말로 팀원들을 다독였지만.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죠. 유입과 전환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표현 방식 하나 찾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걸 후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차용해 버리는 건 정말 힘 빠지는 일이긴 했으니까요.


▶ 둘째로는 조직 내에서 동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 아무래도 마케팅은 다른 직무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꽤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여러 경로로 들어옵니다. 마케팅을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환영할 일이에요. 그런데 가끔 힘이 빠질 때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케이스..

이미 하고 있는 일일 때 → (마케팅 담당자의 생각 : 여태껏 했는데, 우리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나…?)

과거에 하다가 효율이 안 나와서, 또는 어떤 이슈로 하고 있지 못할 때 → (마케팅 담당자의 생각 : 역시 우리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나…?)

경쟁사 잘 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닐 때 → (마케팅 담당자의 생각 : 그게 우리 거 따라 하는 거예요. 우리한텐 잘한다는 얘기 안 하더니…)

▶ TVCF 같은 큰 캠페인의 광고 문구는 그래도 비교적 인정을 받는 거 같아요. 하지만 정작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상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건 작은 매체들의 총합인데요. 그걸 고려하면... 디지털 매체에서의 광고문구 한두 줄, 또 그걸 만드는 마케터들의 노력과 수고는 때때로 필요 이상으로 가볍게 여겨질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이번 글은 #마케터의기쁨과슬픔 에서 슬픔에 가까운 편이 되었네요 ^^; 불평 불만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이런 알아줌이 분명 어떤 분들께는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마케팅 담당자 여러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