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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좋아하는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싶습니다. 또 위스키 마니아가 아니라도 트렌드에 민감한 분이라면 얼마 전 이 위스키를 사기 위해 밤새 노숙을 하는 오픈런이 있었다 정도는 떠올리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일단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이름만 얼핏 들어봤다 싶은 분들을 위해 ‘김창수 위스키’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피, 땀, 눈물.. 그리고 위스키.
김창수 씨는 원래 동명이인인 김창수 명인 때문에 처음엔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게 위스키에 빠져들게 됐는데요. 이런 의문이 든 거죠,
그리곤 온갖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2014년 스코틀랜드로 떠납니다. 자전거를 타고 노숙을 하며 100군데가 넘는 증류소를 다니면서 직접 체험을 한 거죠. 이러한 스토리는 일본 NHK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본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금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분이 있기 때문이죠. 산토리 위스키의 창업자인 ‘타케츠루 마사타카 ‘입니다. (김창수 씨는 이 분의 책을 번역해서 내기도 했죠. 위스키와 나)
김창수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간 공부한 것을 토대로 위스키 증류소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질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무슨 위스키를.. 하는 생각인 거죠. 그것도 한 개인이요. 결국 다시 직접 돈을 모으고, 김포에 땅을 사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증류소를 만들었죠. 이게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의 시작입니다. 2020년의 일이죠.
그리고 그 위스키 증류소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한정판으로 탄생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김창수 위스키’입니다.
스토리가 먼저, 제품은 그다음..
위의 스토리를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사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탄생 스토리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애플이나 휴렛 패커드(hp) 등이 차고에서 시작해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요. 보통은 제품이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알려지고 난 후에 이러한 스토리가 주목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브랜딩을 위해 창업자 스토리를 활용하는 셈이죠.
그런데 김창수 위스키는 반대입니다. 제품이 탄생하기 전에 스토리가 먼저 알려졌죠. 소비자들이 김창수 위스키를 사려고 오픈런을 한 이유 자체가 스토리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는 김창수 씨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하고, 또 응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현재 리셀가가 200만 원이 넘는다 하니.. 돈 냄새를 일찍 맡아서일 지도..)
그리고 그 중심엔 유튜브 채널이 있었습니다. 김창수 씨는 이곳에서 다양한 위스키 리뷰와 증류소를 만드는 과정 등을 모두 공유하고 있죠. 위스키 마니아들은 서로서로 이 채널을 공유하고, 김창수 위스키가, 대한민국 위스키가 탄생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는 우리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에겐 차별화가 될 스토리가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있다면 제품 탄생 전에라도 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이게 SNS 시대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광고 회사를 운영 중인데요. 우리나라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의 경쟁 PT에 초대받고 어떻게 방향을 잡을까 고민하고 있던 상황입니다.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누군가 ‘이 말 좋은데요?’ 하면서 댓글 하나를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가 침체기를 벗어나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글이었다. 이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소비자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소비자의 댓글 내용은 이런 카피로 정리되었다. ‘잘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 오리지널’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김창수 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구독자가 2022년 8월 기준으로 2만 명이 채 안됩니다. 하지만 온통 위스키 얘기밖에 없는 이 채널을 구독 중인 분이라면 ‘찐팬’이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은 1,000명의 진짜 팬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요즘 마케팅에서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진정성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사례가 ‘파타고니아’죠. 위의 김창수 위스키와 함께 보면 ‘진정성’의 개념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을 듯합니다. 추구하는 것이 명확하고, 그것이 공감과 지지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진정성’의 개념엔 제조업 마인드가 깔려 있습니다. 제품을 좋게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좋은 제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김창수 위스키의 오픈런에 참여한 고객은 김창수 위스키가 정말 스코틀랜드 산 30년 위스키보다 더 훌륭할 것이라고 기대했을까요? 파타고니아의 마니아들은 어떤 특정 기능 때문에 좋아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돈쭐을 내준 치킨집은 그 치킨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인가요?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 보다, 공유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제품(아웃풋)이 아닌 과정(프로세스)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한 문장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처럼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세스(과정)’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크리에이터의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며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오바라 가즈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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