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시스템 방식을 마케팅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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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우아콘(WOOWACON) 2024 행사에 다녀왔다. 이번에 디자인 관련 세션이 딱 하나밖에 없어서 그 부분은 아쉬웠지만(멘토링 세션도 있었지만 나보다 더 멘토링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패스함) 딱 하나 있던 디자인 세션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작은 강연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자리가 이미 다 차서 서서 봐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내가 들은 세션은 배민의 디자인 시스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지난 2023년 우아콘에서 배민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한 과정을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이후에 생겨난 문제점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공감되는,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았다. 역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일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이래서 개념이 중요한가 보다… 여러모로 공부를 더 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우리 팀에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시스템…. 아니, 우리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부르지 않고 라이브러리로 부르기 때문에 라이브러리라고 하겠다. 라이브러리를 배포하고 이를 토대로 디자인을 진행하려 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만드는 과정이 길고 힘들었기 때문에 이후 운영은 순탄하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나 수많은 예외 케이스들이 발생해서 운영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실제로 라이브러리를 만들 때,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 디자이너들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디자인 시스템 링크를 전달받아서 많이 참고했었다. 아직까지는 디자인 시스템이라 하면 프로덕트 디자인의 산유물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우리 역시 프로덕트의 디자인 시스템을 보면서 따랐다. (배포할 때에는 디자인 시스템 만드는 조직장님한테 그랜절도 올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그리고 우아콘에서 현재 디자인 시스템 관리 부서에서의 고민을 듣고 이 생각이 들었다.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과 우리의 라이브러리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면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떻게 구축해 나가야 할까??


마케팅 디자인에서의 

디자인 시스템, 또는 라이브러리

마케팅 디자인에서 왜 디자인 시스템 방식을 적용하려고 할까. 제일 큰 목적은 바로 [일관성]과 [효율성]이다. 이전에도 포토샵 파일로 에셋 기본파일들을 만들어서 배포하긴 했지만, 이 파일에서 가이드를 어긴다 해서 레이아웃이 엄청나게 망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디자인의 자유도는 항상 열려있었고, 조금만 열리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너무 많이 오픈되다 보니 우리가 [기본 에셋]이라고 지정한 디자인에서 한창 벗어난 디자인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때 피그마라는 디자인 툴이 등장했다. 피그마와 함께 컴포넌트의 개념도 등장했다. 우리가 기본 에셋이라고 지정한 마스터 컴포넌트 디자인 범위 내에서만 작업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제는 가이드를 벗어나면 텍스트나 이미지가 잘리거나 컴포넌트 모양이 이상해져서 가이드를 지키면서 디자인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디자인 컴포넌트 디자인으로 모든 케이스를 수용하다 보니, 수많은 이벤트페이지나 배너에서도 동일한 목적의 컴포넌트들이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효율성이 올라갔다. 피그마를 마케팅 디자인에 도입하면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위의 마스터 컴포넌트(+라이브러리화) 기능과 오토 레이아웃(Auto Layout) 기능이었다. 이전의 포토샵에서는 내가 레이어의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뭐다? 작업자마다 텍스트 간격, 또는 페이지 상하좌우 여백이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버튼이나 기타 에셋들의 사이즈도 작업자마다 달랐다. 오토 레이아웃 기능을 사용하고 나서는 이런 경우가 많이 줄었다. 항상 정해진 여백을 따르고, 간격도 정해져 있으며 이를 마스터 컴포넌트화하면 웬만하면 간격 조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예외사항이 생길 경우 Detach 해서 마스터 컴포넌트와 연결 해제를 허용한다)

위의 말만 들으면 정말 마케팅 디자인에서도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평소에 걱정하는 일이 모두 해결될 것 같지만, 이번 우아콘에서 발표한 내용 중 하나처럼, 배포 이후에도 새로운 문제점이 보였고, 이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었다.


마케팅 디자인만의 디자인 시스템

처음에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전에는 최대한 프로덕트의 디자인 시스템에 맞춰서 나가려 했다. 실제로 이 주제로 디자인 시스템 담당자와 얘기하기도 했다. 근데 의외로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이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과 완전히 맞추지 않아도 된다”라고 얘기했다. 물론 기본적인 디자인(레이아웃이나 컬러 사용 등)은 맞추는 게 사용자 경험이 이어지니까 좋겠지만, 쿠폰을 예로 들면 프로덕트에서의 쿠폰 쓰임새와 이벤트 페이지에서의 쿠폰 쓰임새가 달라서 애초에 다른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었다.

이때에 디자인 시스템을 고민한 리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납득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우아콘을 듣고 나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과 뭐가 다른 걸까?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시스템을 만들 때 뭘 고민해야 하는 걸까? 내가 1년 동안 라이브러리를 배포 후 운영해 보면서 경험한 바 마케팅 디자인에서의 시스템에서는 아래의 특징이 보인다. (주의 : 다른 서비스에서는 다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첫째, 마케팅 관련 부서의 의견이 강하게 들어간다.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에는 보다 효율적인 [디자인] 그리고 [개발]의 목적이 크다. 근데 배너 또는 이벤트 페이지는 다르다. 여기서는 [디자인]과 [마케팅]의 목적이 크다. 그러다 보니 [보다 쉬운 디자인 구현, 그리고 코딩]보다는 [우리가 디자인에 넣고자 하는 내용]이 중요해진다. 마케터나 관련 부서는 내가 이벤트 페이지에 넣고 싶어 하는 정보가 웬만하면 다 들어가는 것을 원한다. 근데 디자이너라면 알 것이다. 그거 다 넣지 못한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초기 컴포넌트 디자인을 잡을 때 마케터와 엄청나게 얘기를 많이 한다. 여기서 “이 내용을 넣느냐 빼느냐” “이 케이스도 포함시키냐” 가지고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둘째, 라이브러리 변경-배포까지의 기간이 많이 짧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인에서 긴급한 사항은 빠르게 배포할 때도 많지만 마케팅 디자인만 할까??(정말 궁금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 업데이트 배포 기간은 보통 얼마나 되나요?) 분명히 어제 만든 컴포넌트인데 갑자기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Fade out 되는 경우도 있고, 어제 배포한 사항인데 다음날 바로 예외사항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거 어디서 얘기한 내용 같은데, 생각해 보니 [디자인 가이드 딜레마​] 글에서 얘기한 내용하고 비슷하잖아? 맞다. 바로 이 얘기다. 사실 너무 변수가 많아서 차마 마스터 컴포넌트화 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대응하는 디자인들도 있다. 변화가 너무 잦아서 이걸 컴포넌트 화하는 게 맞나 싶은 사항이 너무 많다.

셋째, 정말 기본적으로 쓰이는 에셋 위주로 라이브러리화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이전의 [프로젝트 취소 한탄글​]과도 이어지는데, 우리가 당연히 많이 쓰일 줄 알았던 에셋이 갑자기 쓰일 일이 없어진 상황이 있었다. 그새 마케팅 플랜이 바뀐 것이다. 물론 마케터와 충분히 얘기하고 에셋을 만들지 않은 우리의 잘못도 있었지만, 이렇게 프로젝트가 취소되니 작업자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투입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디자이너님 미안…) 이 경험을 토대로 팀장님과 나는 앞으로 이벤트 페이지에서 진짜 기본적으로 쓰이는 에셋들, 예를 들면 버튼처럼 꼭 있어야 하는 에셋 위주로 라이브러리화 해보기로 했다. 그 이외의 에셋들은 마케터와 충분히 얘기해 보자고. 마케팅 플랜에 따라 니즈가 달라지는 마케팅 디자인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넷째, 창의성 즉 크리에이티브에는 제약을 어느 정도 풀어야 한다. 이벤트 페이지와 배너에서는 비주얼 퍼포먼스나 이에 따른 페이지 컨셉 디자인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중요한 이벤트는 더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 부득이하게 마스터 컴포넌트의 디자인과 다르게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사이즈 조정, 컬러 정책 변경 등) 이 경우에 대부분은 허용할 수밖에 없다. 정말 파격적인 할인내용을 안내하는 에셋이라면 당연히 눈에 잘 보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에셋 관련해서 문의를 받았을 때, “이 부분이 가이드를 깨야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가”를 1순위로 고민한다.


과연 우리처럼 마케팅 디자인 업무에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조직이 있을까? 요즘 효율성을 고민하는 조직이 많아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툴도 다양해지면서 아마도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화를 생각하는 곳이 많을 것 같다. 만약 이런 조직이 있다면, 프로덕트의 디자인 시스템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물론 자사의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과 동일한 디자인 에셋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마케터나 유관부서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디자인 시스템은 프로덕트든 마케팅 디자인이든 확실히 좋은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영역에서 [어떻게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그 영역에 맞는 좋은 디자인 시스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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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

마케터와 제일 가까이서, 제일 오래 함께 일한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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